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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성'…색의 해석 (4)노란색 (5)검은색

아이같은 '지성미'

"노란색과 오렌지색 없이 파란색은 없습니다." -'해바라기'의 작가 빈센트 반 고흐.

낙천적, 지적 능력 과시

노란색은 심리적으로 자신감과 낙천적인 태도를 갖게 하는 색이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도록 도움을 주는 색채이며 지식이나 지적능력을 나타낸다. 두뇌 활동을 자극해 창의력과 사고력을 키우는 데에도 좋다. 밝고, 통통 튀고, 개구쟁이처럼 유쾌한 느낌과 감정으로 연결된다.



노란색은 가장 잘 보이는 색이기도 하다. 채도가 14이기 때문이다. 특히 배경이 검을 경우에는 매우 눈에 잘 띄어 도로 표시나 어린이들 옷을 만들 때 애용한다. 검은색과 함께 경고 사인으로 쓰인다.

서구에서는 노란색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다. 종교화에서 가롯 유다가 노란색 옷을 입고 등장하고, 영어로 'Yellow'는 겁쟁이를 뜻하는 은어이며, 선정적인 언론을 황색언론이라고 한다. 한국에서도 버릇없는 젊은이를 '싹수가 노랗다'라며 욕하기도 한다. 속이 좁고 인색한 사람을 일컫는 말 중에 '노랑이'라는 단어도 있다. 노란 장미를 연인에게 선물하는 것은 좋지 않다. 노란 장미는 질투, 완벽한 성취, 사랑의 감소, 우정을 뜻한다.

스쿨버스의 탄생

노란색 스쿨버스는 1939년 미국에서 처음 등장했다. 이전에도 노란색 스쿨버스가 있었지만 색상, 크기 등이 표준화되지 않아 제각각인 스쿨버스로 통학했다.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1939년 4월 컬럼비아 대학에서 스쿨버스를 제작하기 위해 색상, 크기, 길이, 통로 너비 등에 관한 기본 규칙 및 표준화하기 위해 7일간 콘퍼런스가 개최해 총 44개의 표준안을 만들었다. 당시 회의에는 페인트 전문가도 참석했다. 최고 파장을 가지고 있으면서 쉽게 분산되지 않고 멀리서도 잘 보이는 빨간색도 후보에 올랐는데, 빨간색의 경우 어두운 곳에서는 짙은 빨간색으로 어둡게 보이기 때문에 적합하지 않았다고 한다.

특히 전문가들은 우리의 눈이 빨간색보다 노란색을 먼저 발견할 가능성이 1.2배 높다고 한다. 그래서 정면이 아닌 주변에 있는 노란색도 놓치지 않고 잘 인지할 수 있다.

민주화·자유의 상징

노란색은 정치적으로 민주주의와 자유의 상징으로 통한다. 유래는 페르디난드 마르코스의 독재정권을 무너뜨린 필리핀의 민주화 운동. 한국 내에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상징하는 색깔이다. 또한, 진보 사회민주주의 정당인 정의당의 당 색이기도 한다.

어린이의 은유로도 자주 사용된다. 밝고 천진난만하고, 호기심 많고, 칭찬과 관심을 받고 싶어 하는 에너지를 상징한다. 한편으로 질투심도 많고, 이기적이며 미성숙을 뜻한다.

중국에선 황제의 색이라 불리며 매우 귀한 대접을 받는다. 노란색이 황제의 색인 덕분에 조선에서는 대한제국 시기까지 왕과 왕비가 노란색 예복을 입을 수 없었다.

희망

노란색 리본은 희망을 의미한다. '전쟁에서 돌아올 것을 희망하는 아내의 희망' '사랑하는 사람의 무사귀환'을 의미한다. 우리에게도 익숙한 팝송 'Tie a Yellow Ribbon Round the Old Oak Tree'는 1973년, Tony Orlando & Dawn의 히트송이다. 세월호 침몰 사고 희생자를 기리는 상징 색이기도 하다. 미국에서는 베트남에서 귀환하는 장병들을 대상으로 사용되거나, 주 이란 미국 대사관 인질 사건 당시 억류된 인질의 석방을 기원하며 전국적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1991년 걸프 전쟁이나 이라크 전쟁에서 귀환 장병들을 환영하는 표시로도 사용되었다.

레이커스, 자전거에서는 '최고'

스포츠 유니폼 중에서 노란색을 팀 컬러로 하는 팀은 NBA의 LA레이커스가 가장 유명하다. 그 외 스포츠팀들은 노란색을 검은색과 조합해서 쓰는 경우가 많다. 노랑, 검정하면 NFL의 피츠버그 스틸러스가 가장 먼저 떠올린다. 한국계 선수 하인스 워드가 이 유니폼을 입고 뛰었었다.

자전거에서는 함부로 못 입는 색이기도 하다. 가장 권위 있는 Tour de France 종합 우승자에게 부여되는 유니폼이 바로 노란색 운동복(Maillot Jaune)이며, 7연패를 달성한 랜스 암스트롱의 상징색 역시 노란색이기 때문이다. 노란색은 자전거에서 최고의 실력을 지닌 이에게 부여되는 색상이다.

'바나나' 인종차별

동양인의 피부색을 노란색이라고 비하하는 인종차별도 존재한다. 백인을 따라 하는 아시안을 트윙키, 바나나 등으로 비꼬기도 한다.


두렵지만 '현대적'

"검은색을 존경해야 한다. 어느 무엇도 그것을 대체할 수 없다. 어떤 색보다도 아름답다." ―프랑스 화가 오딜롱 르동

두려움·공포·죽음

검은색은 진짜 검은색이 아니다. 완전히 새까만 벨벳이라 해도 그것이 우리 눈에 보이기 위해서는 약간의 광자를 반사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블랙은 하나의 색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완벽한 블랙은 우리의 관념 속에서만 존재한다.

검은색은 인류학적으로 수천 년간 저주받은 색이었다. 검은색은 나쁜 것을 상징했다. 성경의 첫 장에서 신이 "빛이 있으라"고 하기 전 심해 위에는 짙은 어둠만이 존재했다. 최초의 인간에게 밤이 선사한 두려움은 이 색에 최초의 성격을 부여했다. 유목민들에게 밤은 공포 그 자체였다. 검은색은 곧 죽음을 연상시키는 색이었다.

검은색은 이중적이다. 거의 대부분의 문화권에서 죽음이나 공포의 감정을 나타내는 부정적인 이미지의 색으로 인식된다. 장례식 등에서는 대부분 검은색 정장을 입고 참여한다. 가톨릭 신부의 검은색 수단도 세속에서의 죽음을 상징한다. 하지만, 현대적인 이미지를 주는 색이기도 하다. 기품과 카리스마를 극한까지 끌어올려 주는 색상이라서 고위층이 타는 자동차는 대부분 검정이다. 정장 색상으로도 자주 써먹지만, 실제로 우리가 보는 검은 정장들 대부분은 다크 네이비나 블랙 러플(보랏빛이 도는 검정)이다.

검은색의 마법사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검은색은 색이 아니다"라고 했지만, 정작 그의 팔레트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색이었다. 앙리 마티스는 '검은색은 힘'이라고 했고, 르누아르는 '색의 여왕'이라고 불렀다.

회화에서 검은색의 마법사라고 불리는 인물이 두 명 있다. 카라바조와 렘브란트다. 16세기 카라바조는 검은색을 예술의 중심으로 이끌고 왔다. 얼굴과 신체의 일부에만 빛을 비춰 밝게 묘사하고 나머지는 어둠 속에 숨겨버리는 드라마틱한 그림을 그려 유명해졌다.

렘브란트는 뚜렷한 음영을 드리우는 그림으로 지금까지도 강렬한 검은 화풍의 대명사로 여겨진다. 집어삼킬 듯한 어둠 속에 형형한 눈빛의 인물을 그렸다.

성적으로 선택된 색

동물의 세계에서 검은색은 생명의 색이다. 많은 동물이 태어날 때부터 검은색을 지니고 태어난다. 검은 고양이, 개, 말, 황소는 쉽게 볼 수 있으며 검은 백조도 실제로 존재한다. 윤기가 흐르는 짙은 검은색 털은 짝짓기에서 유리한 환경을 제공한다. 찰스 다윈은 검은색이 '성적으로 선택된 특질'이라고 결론 내렸다.

패션에서 부활

검은색의 화려한 부활은 20세기 패션에서 시작됐다. 1926년 코코 샤넬은 긴 팔 소매에 치마는 무릎까지만 내려오는 심플한 '리틀 블랙 드레스'를 발표했다. 가냘픈 검은색 소매와 심플함이 주는 시각적 충격은 대단했다. 1966년 이브 생로랑은 여성용 턱시도 '르 스모킹'을 출시했다. 이 혁명적 디자인은 여자들에게 더 많은 권한을 안겨줬다. 활동성, 권위, 즐거움까지 부여하는 옷이 여성들을 해방한 것이다.

블랙마케팅

럭셔리의 대명사로 블랙마케팅도 있다. 검은색이 좀처럼 쓰이지 않았던 제품에 검은색을 과감하게 적용하는 마케팅 방법이다. 예상치 못 한 색상으로 소비자들에게 즐거움을 주면서 검은색이 가진 고급스러운 느낌을 강조하는 전략이다. 크레딧카드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의 최고급 카드는 블랙 카드. 반면 '신라면 블랙'은 실패한 케이스다. 한때 남성 화장품 업계에도 블랙이 유행했다. '남자의 블랙(Black)은 오만하다' '20대는 블랙이다'는 광고 카피도 나왔었다. 또 휴대폰·디지털카메라, 노트북, 세탁기 등 IT기기 및 가전 분야에서도 블랙 상품이 크게 히트했다. 안정성, 중후함, 강직함, 무게감 등의 이미지를 차용했다.

귀족 의복의 33%

1360년경 지저분한 회갈색이 아닌, 진짜 검은색을 날염하는 법이 발견됐다. 부유한 상인만이 검은색을 입을 수 있었다. 이런 강박은 1810년까지 지속됐다. 각 가문의 재고 목록에 의하면 1700년경 귀족 의복의 33%, 관료 의복의 44%가 검은색이었다. 평민에게도 인기가 많아 의복의 29%가 검은색이었다.

'김밥 천국'

한국에서 '김밥 패딩'이라는 별명까지 생겨났다. 겨울철 검은 색 일색의 '롱패딩'이 유행한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한국인들의 검은색 사랑은 설문조사에서도 드러난다. 한국갤럽이 지난 2014년 전국 만 13세 이상 남녀 17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옷 색깔은 검은색인 것으로 나타났다. 2004년 조사에서도 동일했다.


김석하 논설위원 kim.sukha@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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