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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칼럼] '임진 파크웨이'의 아리랑

맞다. 바로 파주 임진강의 그 임진(Imjin)이다.

자유와 여유의 상징인 1번 고속도로(Pacific Coast Highway)를 따라 북가주 몬터레이 카운티 북쪽을 지나다 보면 '마리나(Marina)'라는 도시를 지난다.

태평양과 드넓은 모래언덕에 눈을 빼앗길 쯤이 되면 오른쪽으로 '임진 파크웨이(Parkway)'라는 길이 보인다. 애써 바꿔보면 '임진로(路)'인 셈이다.

인근 관광지인 몬터레이, 카멜 등으로 인구가 집중되면서 북쪽 해안가 지역인 마리나, 샌드시티 등이 집중 개발되기 시작한 것은 20여 년 전이다. 내륙 쪽인 존 스타인벡의 도시 '살리나스'로 가는 도로가 필요해서 만들어진 것이 바로 임진로이다. 90년대 중반까지 2차선 흙길이었던 이 도로는 군부대였던 '포트 오드(Fort Ord)'가 생태계 환경 공원, 학교, 주택 부지로 바뀌면서 4차선으로 커졌으며 곧 '임진'이라는 이름을 얻게 됐다.



파주 임진강 이름이 어떻게 이곳에 자리 잡았는지 알려면 이곳의 역사를 살짝 엿봐야 한다. 해당 지역 사료와 국방부 자료에 따르면 포트 오드에 주둔한 부대는 바로 인천상륙작전의 핵심 부대였던 제7 보병사단이었다. 1차 세계대전을 위해 100년 전인 1917년에 창설된 7사단은 2차 대전에 이어 한반도 일제 강점이 끝나면서 형성된 미군정을 보조하기 위해 한국에 주둔했다가 한국전 직전 일본 홋카이도로 이동한다. 이후 인천상륙작전에 투입됐으며 혁혁한 공을 인정받아 한국 대통령 훈장을 세 번이나 받은 부대가 됐다.

7사단은 전쟁 후에 한국을 떠나올 때 당시 영부인 프렌체스카 여사가 자수로 놓은 아리랑 악보와 가사를 선물했고 이후 이를 기념해 '아리랑'을 사단 행진곡으로 사용했다고 한다. 7사단은 71년에 공식 해산했으며 74년 재소집되기는 했지만 사실상 다른 세대가 된 부대였다. 이 7사단의 뿌리가 바로 북가주 마리나 포트 오드이며 그 인연으로 이곳 부대 진입도로 이름이 '임진'이 된 것이다.

부대가 해산되기 전에 70년대 초반 이곳 마리나에서 홀연히 지역 축제에서 아리랑 행진곡이 연주됐을 것을 생각하면 가슴이 눅눅해진다. 당시 베트남 징집을 겪으며 몬터레이 주민들이 들었던 아리랑은 어떤 느낌이었을까. 끝내 임진강을 넘지 못한 아쉬움이라도 짙게 남았던 것이었을까. 포트 오드 인근에 남은 참전 군인들은 설욕하지 못한 '임진'을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하다.

길이 3마일의 임진 파크웨이 주변엔 최근 개발 붐으로 주택과 쇼핑몰이 들어서고 있다. 군인들이 쓰던 막사는 콘도로 변신하고 있으며, 훈련 시설들에는 레저로 페인트 볼을 즐기는 관광객들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이달 25일이면 한국전쟁 발발 69년이 된다. 아직도 한국과 열강들이 다른 꿈과 욕심을 말하고, 누군가는 끊임없이 이들의 이해요구를 조정해 한반도의 평화를 구현하기 위해 노력하기도 한다. 또 누군가는 분단의 조건을 유지하기 위해 분주하다. 당사자인 남과 북이 목소리를 높이기 힘들만큼 지정학적으로 얽혀있는 것이 오늘의 임진강 현실이다.

임진로를 지나며 엉뚱한 계획을 세워본다. 만약 통일이 된다면, 군축과 교류로 한반도 대치 상황이 종료된다면, 마리나 시장에게 정중히 편지를 써보면 어떨까. 임진 파크웨이를 '통일(Tongil) 파크웨이'로 변경해달라고 말이다.


최인성 / 디지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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