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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보코논교' 성경 1장 1절

김지영 / 변호사·수필가
김지영 / 변호사·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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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중앙일보] 발행 2019/06/11 미주판 20면 기사입력 2019/06/10 19:16

"내가 진실이라고 말하는 모든 것은 새빨간 거짓일 뿐이다." 성경 제1권 제1절에 나오는 말이다. 이 성경 표지에는 이런 경고가 쓰여 있다. "이 책을 읽으면 바보! 이 책을 당장 덮어버려! 이 책 내용은 전부 포마(foma)일 뿐." 포마란 "거짓말, 해를 끼치지 않고 가끔씩 쓸모가 있는 말똥 같은 이야기." 이 성경의 창세기에 의하면 신은 세상의 모든 살아있는 것들을 진흙에서 만들어 낸다. 인간도 그 중의 하나. 말을 할 수 있는 것은 인간뿐. 인간이 신에게 던진 첫 마디. "이게 뭐하는 짓입니까? 목적이 뭐예요?" "왜 모든 일에 꼭 목적이 있어야 돼?" 신이 묻는다. "그럼요. 당연하죠" 인간이 말한다. "그래 그러면 네가 이 모든 일의 목적이 무언지 생각을 해봐." 신은 그렇게 말하고 떠나 버린다.

그래서 인간이 만들어 낸 믿음: "포마에 의지해서 용감하고, 친절하고, 건강하고, 행복한 인생을 살자." 해롭지 않은 거짓, 포마에 의지하여 인간 존재의 의미를 설명하는 것이다. 이렇게 솔직하고 대담한 고백을 하는 종교가 있을까?

보코노니즘(Bokonomism). 커트 보네거트라는 미국 작가가 만들어 낸 종교다. 1963년에 출간된 그의 소설 '고양이의 요람(Cat's Cradle)'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실을 양손 엄지와 검지에 걸고 여러 모양을 만들어 내는 실뜨기를 영어로 '고양이의 요람'이라고 한다.

샌로렌조(San Lorenzo), 카리브 해에 있다는 가상의 섬이다. 자원도 없고 희망도 없는 불모의 섬. 이 섬에 미국인 두 명이 온다. 존슨이라는 흑인과 맥가비라는 백인. 존슨은 런던에서 공부를 하다가 1차대전이 일어나 미국으로 돌아가는 길. 두 사람이 탄 배가 샌로렌조에서 난파. 두 사람은 그 섬에 정착한다. 존슨과 맥가비는 원주민의 생활을 물질적으로 향상시키기 위해 여러가지 일을 해본다. 그러나 모두 실패. 섬사람들은 메마르고 고달픈 현실에서 벗어날 길이 없다. 그래서 두사람은 그들에게 정신적 위안이라도 주기 위해서 간단, 명료, 솔직한 종교를 만든다. 섬사람들은 존슨을 보코논이라고 발음한다. 보코논의 종교, 보코노니즘이 생긴다. 보코논교의 가장 성스러운 경배의식은 보코-마루다. 두 사람이 발을 뻗고 서로의 발바닥을 맞대는 것이다. 인간 몸의 가장 낮은 곳을 통하여 서로의 그 순간의 알아차림을 섞는 의식이다.

공식적으로는 보코논교는 금지된 종교이다. 샌로렌조의 형법에는 보코논 교도는 사형에 처한다는 조항도 있다. 보코논교 탄압. 이 또한 포마, 거짓이다. 탄압받는 자에 동정하는 민중 심리를 이용하여 보코논교를 확산하기 위한 전략이다. 종교 지도자 존슨과 섬나라의 대통령 맥가비가 연출한 것이다. 샌로렌조 바깥에 사는 우리들에게 종교는 무엇인가? 모든 종교의 기초는 역시 포마이다. 자비로운 거짓에 행복하게 속아 주는 그 마음이 종교의 시작이다. 포마를 포마라 하지 못하고 진리라고 강요해야하는 기성 종교는 소박한 보코-마루의 위안마저 앗아갔다. 나는 차라리 보코논교의 전도사가 되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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