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류현진 잘 던지니 일복 터져…"그래도 보람"

중앙일보를 만드는 사람들 <1>스포츠부

7월 31일 다저스-로키스 전이 끝나고 스포츠섹션 1면 마감을 위해 사진 선택 작업을 하고 있다. 왼쪽이 스포츠부 데스크 백종인, 오른쪽은 이승권 차장     김상진 기자

7월 31일 다저스-로키스 전이 끝나고 스포츠섹션 1면 마감을 위해 사진 선택 작업을 하고 있다. 왼쪽이 스포츠부 데스크 백종인, 오른쪽은 이승권 차장 김상진 기자

미주중앙일보가 오는 9월 22일 창간 45주년을 맞는다. 해외 최대 한인언론으로서 지난 45년간 미주 한인들의 친구가 되어온 중앙일보이지만 정작 중앙일보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어떤 사람들이 어떻게 일하는지 궁금하다는 독자들이 의외로 많다. 이에 '중앙일보를 만드는 사람들' 시리즈를 마련한다.

열띤 토론으로 제목 정하고
어떤 사진 쓸까 '진땀 고민'
밤 경기 결과 지면 반영은
한인 종합 일간지 중 유일


오후 4시가 조금 넘었다. 경기가 끝났다. 다저스가 5-1로 이겼다. (7월 31일, LA 다저스- 콜로라도 로키스전)

이제부터 골치가 아프다. 무엇을, 어떻게 얘기할 것인가. 2시간, 길어야 3시간 남짓이다. 그 안에 결정하고, 진행하고, 완료해야 한다. 머릿속에 몇 가지 질문들을 늘어놨다. 류현진이 잘한 것인가? 승리 투수도 아닌데? 잘했다면 어떤 부분일까.



데스크 혼자 결정할 수 없는 노릇이다. 플레이어(담당 기자)의 의견을 들어야겠다. 이승권 차장이다.

백 : 오늘 (스포츠 섹션) 1면은 류현진으로 해야겠지?

이 : 그래야죠.

백 : 무슨 테마가 좋을까?

이 : 아무래도 쿠어스필드 얘기를 내세우는 게 낫겠어요.

백 : 투수들의 무덤이니까?

이 : 예, 게다가 류현진이 계속 못 던졌는데, 오늘은 (6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네요.

백 : 쿠어스필드의 고도가 상당하지? 1마일 높이?

이 : 그래서 공이 공기 저항을 덜 받죠. 그러다보니 타구는 멀리나가게 돼요. 상대적으로 구장도 크니까, 외야수들이 수비해야 하는 범위도 훨씬 넓어지죠.

백 : 투수들은 변화구 때문에 애를 먹지. 공기 저항이 약해서 덜 꺾이니….

이 : 호흡 문제도 있죠. 수분도 부족하고. 다저스 마무리 켄리 잰슨 같은 투수는 심장 이상 때문에 고생하기도 했어요. 그래서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도 6회까지만 던지게 하고 교체했을 거예요.

백 : 그럼 그렇게 하지. 류현진 경기 기사는 투수들의 무덤에서 살아난 얘기를 중심으로 하자고. 거기에 사이영상 레이스에서 우세해진 점을 부각시키고.

스토리는 정해졌다. 그럼 가장 중요한 작업 중에 하나가 사진 선택이다. 가능한 소스의 여러 이미지들에 대한 검색에 들어갔다. AP, 연합뉴스, OSEN 등등. 수백장의 사진들이 스크린에 스쳐갔다. 20~30분 가량의 검색 끝에 한 장이 눈에 띄었다. 외야에서 류현진과 릭 허니컷 투수코치, 포수 윌 스미스가 나란히 걸어들어오는 장면이었다.

보통은 잘 쓰지 않는 컷이다. 경기 내용을 전하는 기사에는 주로 투구하는 장면을 싣는다. 그런데 그 사진을 택한 이유가 있다. 밋밋한 포즈지만 메시지 하나가 입혀지면 전혀 다른 표현력을 가졌기 때문이다. 대사 하나를 넣어봤다. 마치 (쿠어스필드가 있는) 로키산이 지긋지긋한 류현진이 허니컷 코치를 향해서 투정부리듯 하는 말이다. '코치님, 저 이제 하산할래요.' 이렇게 탄생한 게 8월 1일자 스포츠 섹션 1면이다.

스포츠부가 '일복'을 실감하는 2019년이다. 손흥민, 이강인이 한차례씩 축구의 열풍을 몰아쳤다. 여기에 류현진이 엄청난 시즌을 보내고 있다. 개막 초반부터 질주가 시작됐다. 이제는 1년간 최고의 투수에게 수여하는 사이영상의 유력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일찌기 박찬호도 감히 넘보지 못한 경지다.

다행스럽게도 중앙일보는 류현진의 밤 늦은 승전보들까지 독자들에게 전달할 수 있다. 1판에 이어, 2판까지 하루에 두번을 마감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기 때문이다. 남가주 한인 종합 일간지 중에 유일하다.

올 해는 사이영상 수상 소식과 함께 비원이 된 월드시리즈 우승 소식까지 중앙일보 지면을 통해 전할 수 있으면 하는 바람이다.

야구 기자로 잔뼈 굵은 베테랑
"승패 너머 인간 스토리 전할 터"


한국 일간스포츠에서 기자 생활을 했다. 주로 야구와 스포츠를 담당했다.

선동열, 이종범, 이상훈이 주니치 드래곤즈에서 활약하던 시절에는 일본 나고야에서 3년간 특파원 생활을 했다.

한국으로 귀임한 뒤 2002년 한일 월드컵 때는 특별취재팀에 편성돼 4강 신화의 감격을 함께 했다. 이후 야구팀 차장-팀장을 거쳤다.

2009년부터 LA 중앙일보에서 일했다. 일간플러스 편집, 제작팀장을 거쳤다. 2016년부터 스포츠부장으로 보임돼 현재까지 재직 중이다.

스포츠 관련 뉴스는 넥타이 차림의 정장보다는 가벼운 캐주얼이 어울린다는 생각이다. 정색하고 무거울 필요도 있지만, 가볍고 흥미로운 얘기들도 중요하다는 마음이다.

한국에서는 흔히 체육 기자라고 한다. 반면 미국에서는 스포츠라이터(sportswriter)라는 표현을 쓴다. 이기고 지는 것에 대한 기록 외에도, 이야기를 담아내는 직업이라는 뜻이리라.

이민 생활은 자주 씁쓸하다. 팍팍하고, 고단하기도 하다. 그럴 때 위로가 스포츠였으면 좋겠다. 중앙일보 스포츠섹션이 다룬 '이야기'들이 남가주 뜨거운 여름의 한줄기 시원한 바람이었으면 좋겠다.


백종인 부국장·이승권 차장 paik.jongin@koreadaily.com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