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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주 위안부 교육 '역사 물타기' 우려

공립학교 교사 지도안 초안 분석
"가난하고 못 배워서" 등으로 써
전쟁범죄 대신 개인 책임 부각

LA 공립학교 위안부 역사 교육 교재 초안재에서 심각한 왜곡이 발견된 가운데, 한인 학생들이 제작한 위안부 피해자 유튜브 영상이 공개됐다. 사진은 고 김학순 할머니가 최초로 일본군 위안부 피해 사실을 공개 증언하는 장면이다. [연합]

LA 공립학교 위안부 역사 교육 교재 초안재에서 심각한 왜곡이 발견된 가운데, 한인 학생들이 제작한 위안부 피해자 유튜브 영상이 공개됐다. 사진은 고 김학순 할머니가 최초로 일본군 위안부 피해 사실을 공개 증언하는 장면이다. [연합]

가주 공립학교 교사들을 위해 제작중인 위안부 역사 수업 지도안이 왜곡 해석될 소지가 있어 우려된다. 위안부가 된 원인을 일본측의 전쟁범죄 측면보다 피해 여성들의 개인적인 사정에 무게를 두고 있어서다.

본지는 가주정부의 의뢰로 UC데이비스 대학의 '가주 사회과학 프로젝트(California History-Social Science Project, 이하 프로젝트)'가 제작한 위안부 역사 수업 지도안 초안을 입수해 문단 문단을 분석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 위안부 캠페인 단체인 CARE(구 가주한미포럼) 김현정 대표에게 자문했다.

'전쟁과 관련해 한국 위안부 여성의 경험은 어땠나'라는 제목의 수업 지도안은 모두 20페이지로 위안부 역사에 대한 배경과 함께 학생 지도 방안이 정리돼 있다. 하지만 자료에는 위안부 여성에게 책임을 돌리는 부분이 다수 포함돼 있었다.

초안 2페이지에는 "(위안부 여성은) 나이가 어리고, 선택이 부족했고, 교육 수준이 낮아서였다. 계산된 속임수로 고통받았다. 그들은 자신이 실수했다고 깨닫거나 그들의 상황을 감지한 후에는 혼자서 모든 고통을 감내해야 했다"고 썼다. 또 한국 가부장제나 가난으로 원인을 돌리는 문장이 자주 적시됐다.



3페이지에는 "식민지 속 개인적, 사회적 환경과 가부장제, 가난, 교육받지 못하는 환경, 학대하는 부모 등의 요인이 소녀들을 더 나은 삶을 찾도록 밀어 넣었다"고 썼다. 4페이지에는 위안부 피해자 송신도 할머니의 증언을 기록한 사라 소 인류학 교수의 저작물이 인용됐다. 인용문 첫 문장에 "어머니는 내(송신도 할머니)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나를 마구 대하는 '아주 차가운 여성'이었다"고 써 당시 가부장제 폐해를 부각했다.

케어 김현정 대표는 "이런 기록들이 맞는 말이기도 하지만 자료의 많은 부분이 '전쟁범죄'의 맥락에서가 아니라 당시 식민지 환경과 개인에게 원인을 돌리고 있다는 점에서 전형적인 역사 물타기"라고 주장했다.

지도안에는 위안부를 모집한 것은 한국인이었다는 설명도 있었다. 4페이지를 보면 "나이 많은 한국 여성들이 나이 어린 여성들을 매춘으로 유인했다.위안부 여성은 직업을 가질 수 있었고 그것이 애국적이며 돈도 된다고 생각했다"고 썼다→ 1면 '위안부 교육'에서 계속

위안부 여성은 직업을 가질 수 있었고 그것이 애국적이며 돈도 된다고 생각했다"고 썼다. 이어 "송신도 할머니 사례는 오늘날 매춘과 아주 유사하다. 학생들은 송신도 사례를 통해 인신 매매범들의 역할에 대해 알아야 하고 일본 정부가 위안부 시스템에서 어떤 이점을 얻었는지 알아야 한다"고 기록했다.

이에 대해서도 김 대표는 "한인이 젊은 여성을 끌고 갔던 건 맞다. 하지만 그 뒤에 일본 정부와 군이 받쳐주지 않았나. 일본 정부의 잘못과 한국인의 실수를 병치함으로써 일본의 잘못을 희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도안은 '2015년 한일 위안부 협상'에 대해서도 "합의안은 한일 외교관들이 치열한 협상 끝에 내려진 결과"라며 "1995년 이후 일본 정부는 일본의 책임을 인정하고, 사과하고, 피해자에게 보상했다"고 기록하고 "한국인, 미주 한인들은 그러한 노력은 부적절하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썼다.

이런 부분 역시 김 대표는 "2015년 위안부 협정은 졸속으로 이뤄진 것으로 협정으로 만들어진 화해·치유재단도 해산됐다"며 "당시 협정을 두고 반대한 피해자의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7페이지에는 "(연합군이) 매음굴에서 위안부 여성을 해방해줬다"는 기록도 있다. 이와 관련 김 대표는 "연합군이 다시 위안부 여성에게 매춘을 요구하기도 했었다"며 "전 세계 미군 주변에 사실상 위안소 역할을 하는 곳이 얼마나 많은데 어떻게 연합군이 여성들을 해방시켰다고 말할 수 있느냐"고 지적했다.

CARE는 해당 지도안을 작성한 가주 사회과학 프로젝트 셔난 허튼 저자에게 문제를 제기했지만, 수정에 대한 답변은 받지 못했다.


황상호 기자 hwang.sangho@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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