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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속 뉴스] 어떻게 카메라 바깥으로 나가느냐

[LA중앙일보] 발행 2019/10/02 미주판 20면 기사입력 2019/10/01 20:05

스마트폰은 이제 끝났다. 폰이라는 기능으로 볼 때 이미 진화는 멈췄다. 스마트를 상징하는 검색·안내 기능도 마찬가지다. 다 거기서 거기다. 이젠 부록 싸움이다. 최근 애플사가 아이폰 11을 내놨다. 카메라 렌즈가 3개나 달려 있다. 광각, 초광각, 망원 렌즈. 스마트카메라 시대를 예고하는 것인가.

스마트폰 출시 이래 신기했던 것은 두 가지다. 분명 전화기인데 말은 줄고 손가락으로 자판을 눌러댄다. 또, 마구 찍어댄다. 한 장면이 수십 장이다. 하지만 파일로 저장·보관만 한다. 이른바 포토 키핑족. 액자에 끼워진, 앨범에 정리된 진짜 사진을 본 지 오래다. 또, 자신의 모습이 찍히는 것에 거부감을 느꼈던 옛 감성은 사라진 지 오래다. 셀피(selfie) 천국.

기억하시는가, '트루먼 쇼'. 20년 전 영화다. 당시 최고 배우였던 짐 캐리가 보험사 직원 트루먼으로 나온다. 그는 평범한 일상에서 소소한 행복감으로 산다. 하지만 그는 5000대가 넘는 카메라를 통해 하루 24시간이 낱낱이 드러나는 트루먼 쇼의 주인공이다. 그만 이 사실을 모른다. 전 세계 17억 명의 시청자들은 트루먼의 탄생부터 30년 인생을 TV를 통해 지켜본다. 살고 있는 도시는 거대한 세트장. 트루먼을 제외하고 모든 사람은 배우다. 20년 지기 친구도, 사랑하는 아내도, 동네 한 사람 한 사람 모조리.

지금 우리는 자진해서 트루먼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스마트폰의 다양한 렌즈를 통해 나를 트루먼화한다. 여기저기 나타난 내 모습을 보며 확장의 자유를 느끼는 듯하다. 유튜브로 동영상을 올려 내 삶을 쇼로 만들고, 전 세계 사람들의 시선에 이 쇼를 던진다. 카메라에 붙잡힌 '100만 구독의 클릭'으로 부를 쌓는 삶을 바란다.

트루먼은 실존의 바깥 세계에 대한 동경과 모험심이 있었다. 트루먼 쇼의 제작자 입장에서 이것은 불온한 열정이다. 자칫 방치했다가는 엄청난 돈을 들여 세운 세트와 수많은 엑스트라 배우의 인건비가 무용지물로 전락할 수 있다.

막아야 한다. 트루먼의 모험의지를 꺾어야만 한다. 어떻게든 세트 안 세계에 눌러 앉혀야 한다. 제작자는 바다 너머에 대한 호기심을 억누를 수 없었던 트루먼에게 특단의 방법을 계획한다. 아버지를 졸라 바다 한가운데로 나아가게 한다. 때마침 거센 비바람을 일으켜 아버지를 물에 빠져 죽게 한다. 아버지 사고사에 대한 죄책감, 물에 대한 공포. 이 일을 겪고 난 트루먼은 주저앉는다. 주변 배우들도 별의별 방법으로 트럼프의 탈출을 막는다.

그러나 결국 진짜 세상을 감지한 트루먼에게 제작자는 마지막으로 회유한다. "네가 나가려는 진짜 세상은 진실이 없는 거짓뿐인 위험한 곳이다. 내가 창조한 세상(세트장)은 두려움을 가질 필요가 없다."

몸과 욕망의 탈주선을 안정된 형식과 규범, 원칙들에 맞춰 적당히 통제하며 살아온 우리. 그 세상에서 뛰쳐나감은 바보짓인가. 트루먼은 세트장을 빠져나가면서 인사한다. 환하게 웃으며, "나중에 못 볼지도 모르니 미리 말해 두죠. 좋은 오후, 좋은 저녁, 좋은 밤 보내세요."

스마트카메라 거미줄 사이에 우리 모두는 트루먼이 될 것이다. 누가 나를 지켜보겠는가? 난 평범하다고? 하지만, 시청자들이 트루먼의 일거수일투족을 쫓는 것은 그가 지극히 평범하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스마트폰만 뒤져봐도, 유튜브 시청 목록만 봐도 인간 복제의 절반 이상은 완성할 수 있는 세상.

앞으로는 어떻게 카메라 앞에서 부끄럽지 않고 떳떳해지느냐가 아니다. 어떻게 카메라 바깥으로 나서느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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