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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만달러 빚보다 더 힘들었던 건 불신"

[현장 인터뷰] LA축제재단 김정섭 사무총장

'29년 기자' 접고 재단 합류
지난 8개월 빚 갚는 게 일상
내부선 이사들간 소송·갈등
밖에선 올해 축제되겠나 핀잔


연신 땀을 닦았다. 워키토키는 쉴새없이 삑삑 '총장님'을 찾았다. "지난 2주간 하루 두 시간도 못 잤다"고 했다. 피곤과 긴장이 한눈에 읽혔다. 30년 가까운 기자생활을 접고 지난 2월부터 LA축제재단에 합류한 김정섭(59.사진) 사무총장을 축제 현장에서 만났다.

-왜 사무총장직을 받아들였나.

"애착이다. 90년 4월 한국일보에 입사해서 93년부터 26년간 축제를 취재했다. 남들은 욕하면서 정든다던데 난 정든 만큼 기사로 지적했다. 지난해 엉망된 축제를 보면서 '이러다 망하는 거 아닌가' 겁이 났다. 그러던 차에 재단 측에서 '도와달라'고 제안했고 3개월을 고민하다 신문사에 사표를 내고 지난 2월부터 재단에서 일했다."



-지난 8개월을 한마디로 말한다면.

"매일 빚 갚느라 동동거렸다. 빚이 17만 달러였고 계좌엔 2만 달러밖에 없었다. 부도수표 메우고 '미안하다'고 여기저기 사과하는 게 일상이었다. 목돈이 없어 빚을 매달 500달러씩 갚아가는 식이었다. 올해 행사에 쓸 돈도 어떻게든 줄여야 했다."

-빚이 왜 많았나.

"들어와보니 재단 돈은 '동네주머니'였다. 흥정을 하거나 입찰을 붙여 지출을 줄였어야 했는데 여기저기 달라는 대로 다 줬다. 예를 들어 지난해 무대 장치에만 16만 달러를 썼다. 올해 다른 회사에서 더 좋은 장치를 3만5000달러에 해결할 수 있었다. 무대 하나 바꾸는 것만으로도 12만5000달러를 절약했다. 여담이지만 그 회사를 찾는 데는 중앙일보의 타운 야시장 보도가 큰 도움이 됐다. 그 기사를 보고 야시장 주최 측에 연락했더니 소개해줬다."

-그래서 올해 예산을 얼마나 줄였나.

"최대한 허리띠를 졸라맸다. 재단 명의의 ATM카드를 없앴다. 결혼식.장례식에 으레 보내던 재단 명의의 화환 역시 하나도 보내지 않았다. 단돈 1달러라도 결재를 거치지 않고는 지출하지 않았다. 아끼고 아꼈더니 지난해 120만 달러에서 올해는 70만 달러까지 낮췄다. 최소 40만 달러를 절약했다."

-다른 어려움은 없었나.

"빚보다 두려운 건 안팎의 불신이었다. 내부에선 전현직 이사들끼리 다투고 외부 스폰서들은 '올해 축제 치를 수나 있겠어요?'하고 코웃음 쳤다. 46년 된 축제의 현주소가 서글펐다."

-원인이 뭐라고 생각하나.

"그동안 축제를 재단 것 회장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재단 이사들은 축제를 떠받드는 받침돌이 되어야 한다. 방문객들이 주인이고 와서 장사하는 벤더들이 주인이다."

-올해 축제 몇 점인가.

"85점 정도다."

-너무 후한 거 아닌가.

"물론 부족한 점이 많았다. 무대에서 볼거리가 부족했고 주차장도 없었다. 그외에 개선해야 할 점이 많다. B학점을 준 건 잘해서가 아니라 선방해서다. 올해 최우선 목표가 빚 갚고 적자를 벗어나는 것이었다. 그 기준은 달성했다."

-앞으로 재단 축제가 어떻게 바뀌어야 하나.

"인적 쇄신 합리적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재단에서 일해보니 여기저기 압력이 많았다. 흔들림없는 단단한 인재들이 들어와야한다. 이사회비(2만 달러)를 없애서 현재 3명에 불과한 이사진을 확충해야 한다. 원로들은 2선에서 돕고 시의원 사무실 공원국 은행 등에서 인재들을 이사로 영입해야 한다. 재정을 투명하게 운영해 올해 적자를 내년 수입으로 메우는 마이너스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축제란 무엇인가.

"모두의 유산이다. 재단은 욕을 먹더라도 축제는 계속되어야 한다. 물려줄 재산을 탕진하거나 망가트리면 되겠는가."

-언제까지 일할 건가.

"2~3년만 한다. 시스템을 바꾸고 완전 흑자로 전환하고 난 떠날 거다. 그만둬야 할 때 내가 버티고 있다면 기사를 써달라. '김정섭 총장 나가라'고."


정구현 기자 chung.koohyun@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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