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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칼럼] 트럼프에 진실을 말하는 기자들

칼과 펜을 든 자들의 잔인하고 뻔뻔하고 사악하기까지 한 광란의 군무를 바라보며 불편했던, 많이 불편했던 두어달의 끝자락에 두 사람의 사직 소식이 들려왔다. 한 사람은 나라를 팔아먹은 것도 아닌데 온가족이 저잣거리로 끌려나와 조리돌림을 당하며 자신이 죽어야만 끝이 나는 싸움에서 결국 두 손을 들었고 다른 한 사람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옹호 매체인 폭스뉴스에서 팩트 보도를 고집하다 트럼프 대통령과 지지자들의 공격에 23년 발바닥에 땀이 나도록 뛰어다닌 직장에 사표를 냈다.

1996년 폭스뉴스 출범 때 합류해 특종 기자를 거쳐 폭스뉴스를 대표하는 메인 앵커이자 브레이킹 뉴스 매니징 에디터를 맡고 있던 셰퍼드 스미스가 지난 11일 돌연 사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폭스가 더는 우리를 위해 일하지 않는다" "한창 좋았던 옛날과는 다르다" "정말 변했다"고 불만을 터뜨리며 지탄의 대상으로 지목한 언론인이다.

스미스는 마지막 방송에서 "지금 나라가 극단으로 분열돼 있지만 팩트는 언젠가 승리하고 진실은 언제나 중요하며 저널리즘은 발전할 것"이라는 자신의 희망을 전하며 "폭스뉴스를 떠나 새로운 챕터를 시작한다"고 고별 인사를 했다.

스미스는 평일 오후 3시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진행한 1시간짜리 뉴스 프로그램에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팩트 체크를 멈추지 않았으며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조 바이든 부자를 수사하라는 압력을 가한 것은 미국 대통령으로서 부적절한 처사라는 지적을 하다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그가 일할 곳은 CNN"이라는 독설을 듣고, 션 해니티, 터커 칼슨 같은 폭스뉴스 내 노골적인 친트럼프 진행자들에게도 "당파적"이라는 공격을 받았다.



"내가 팩트를 전하는 것을 그만둔다면 사람들이 가장 많이 보고, 가장 많이 듣고, 가장 신뢰하는 이곳이 어떻게 될지 잘 모르겠다"며 자리를 지켰던 그는 지난해 새로 계약을 맺어 몇년을 더 보장받았음에도 결국 그 기간동안 다른 방송사에서 일하지 않는 조건으로 힘겨운 싸움을 접었다. 관뚜껑 닫고 못질까지 해야 직성이 풀리는 트럼프 대통령은 또다시 시청률을 들이대며 "시청률이 저조해서 떠나나? 그의 시청률은 폭스에서 최악이었다"는 트윗으로 떠나는 사람을 저격했다.

이제 폭스뉴스에서 트럼프를 불편하게 할 수 있는 앵커는 '폭스뉴스 선데이'를 진행하는 크리스 월리스와 스미스의 뒤를 이어 오후 4시부터 1시간 폭스뉴스를 진행하는 닐 카부토 정도 남았다. 폭스뉴스 창립 23년 만에 처음으로 올해 에미상 보도부문 후보에 올랐던 월리스는 사태의 본질을 지적하는 날카로운 질문과 균형잡힌 보도로 트럼프 대통령의 미움을 사고 있고 카부토 앵커는 "싫어하는 사안을 언급한다고 가짜뉴스가 되는 것이 아니라 내용이 틀렸을 때 가짜뉴스가 되는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돌직구를 날려 대척점에 섰다.

트럼프 지지층의 애청에 힘입어 시청률과 매출에서 호시절을 구가하고 있는 폭스뉴스 측이 트럼프를 엄호하는 시사 프로 진행자들이나 정치 논평가들의 주장 대신 팩트에 근거한 보도를 앞세운 언론인들의 편을 들 것 같지는 않다.

세상 먹고 살기 힘들어져서 그런가. 정파적 이익을, 내 것을 지키겠다는 칼부림이 야만스러울 만큼 지독하고 모질다. 아무런 힘이 없는 말 뿐이지만 떠나야했던 사람들에게 안타까운 위로를 보낸다.


신복례 / 기획콘텐트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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