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옅어지는 민족의식…그래도 '뿌리 찾기'는 교회서

이슈 기획: 한인 이민교회 이대로 좋은가
2세들의 고민 <4>

왜 '한인 교회'가 필요한지는 한인 2세들도 고민이 많다. 다문화 사회에 익숙한 다음 세대에게 정체성을 지키는 일과 교회는 다른 이슈이기 때문이다. 오렌지카운티 지역 한 선교 단체에서 한인 2세들이 사역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왜 '한인 교회'가 필요한지는 한인 2세들도 고민이 많다. 다문화 사회에 익숙한 다음 세대에게 정체성을 지키는 일과 교회는 다른 이슈이기 때문이다. 오렌지카운티 지역 한 선교 단체에서 한인 2세들이 사역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코리안-아메리칸' 정의 확대
한인 2~3세 혼혈 비율도 높아
한인 교회만의 역할 찾아야
뿌리 찾기 위해 다시 교회로


한인 2세들이 1세대 그늘에서 벗어나고 있다. 교회 분립을 통해 자립을 시도한다. 이 지점에서 한인 2세들끼리 모인 교회에서도 고민은 많다. 미국 사회내에서 수많은 교회 가운데 '왜 korean church(한인 교회)라는 우산 밑으로 모여야 하는가'에 대한 물음 때문이다. 이미 다음 세대에게는 민족적 뿌리가 같다는 이유만으로 모이기에는 당위성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미주성시화운동본부 최문환 이사장은 올해로 86세다.

지난 40여년 간 LA지역 한인 교계의 변화를 지켜봤다.



<본지 10월19일자 a-2면>

그는 "한인 사회는 너무나 급변하고 있다. 적어도 15년 후에는 한인 교계에도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최 이사장은 "요즘은 '한인 2세'라는 정체성이 희미해지는 시대"라며 "내 경우만 봐도 증손자까지 있는데 아이들이 다 영어 쓰고 며느리까지 다른 나라 사람이라서 모국에 대한 인식이 약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다인종, 다문화 사회다. 민족적 뿌리를 구분해야 한다는 중요성이 서서히 희미해지고 있는 시점이다.

재외한인학회 조사에 따르면 미국에서 태어난 한인 2세 중 절반에 가까운 이들이 이미 타인종과 결혼하고 있다. 특히 8세 이하 한인의 혼혈 비율은 43%에 이른다. 이는 곧 '코리안-아메리칸'이라는 정체성 자체가 모호해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내에서 민족 개념의 구분이 모호해지는 건 통계(퓨리서치센터조사)를 통해서도 입증된다. 1980년대에 비해 서로 다른 인종 또는 민족의 남녀가 결혼한 비율은 3배 가까이 증가했다.

유헌성 연구원(UCLA 사회학)은 "과거 1세대 한인들은 반드시 '한국 사람'끼리 결혼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했지만 요즘 세대는 그러한 고정 관념에 얽매이지 않는다"며 "이제는 '코리안-아메리칸'이 아닌 'half-korean(부모 중 1명이 한인)' 'quater korean(조부모 중 1명이 한인)'까지 한인을 정의하는 범위는 더욱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인을 두고 세대적으로 나뉘는 것을 넘어 한인의 정체성을 정의하는 범위까지 점점 확대되는 상황에서 '한인 교회'라는 민족적 색채를 띠는 공동체가 과연 어떤 의미가 있는지는 새로운 화두가 되고 있다.

한인 2세 제이든 김 목사는 "요즘 보면 '케이팝(K-Pop)' 등 한국 문화로 공통 분모가 되는 경우는 있지만 '에스닉 처치(ethnic churchㆍ민족별 교회)'는 그들에게 다소 와닿지 않는 개념"이라며 "단일 민족인 한국과 달리 다문화인 미국에서 나고 자란데다 학교에서부터 여러 인종과 자연스레 어울리며 이미 주류에까지 진출해 활동하는 2~3세에게 인종이나 민족적 구분에 의한 교회가 얼마나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될지는 고민해봐야 할 이슈"라고 말했다.

이미 한인들중에는 미국 교회에 출석하는 경우도 많다.

에드워드 김(46ㆍ그레이스커뮤니티교회)씨는 "주류 사회에서는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굳이 '당신 어느 민족 사람이냐'고 묻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현재 출석중인 교회에서도 한인들이 많이 있는데 다들 영어로 대화하고 같은 교인이라고 생각할 뿐이지 굳이 '한인'이라는 이유로 미국 교회안에서도 우리끼리 모여야 한다는 필요성은 느끼지 않는다"고 전했다.

현재 남가주에는 한인 2세들의 기독인 모임이 다수 운영중이다. '마운틴 무버(전문직 종사자 모임)', '아이노스(오케스트라 모임)', '레드 스레드(자원봉사)', 'GMIT(영화 및 문화 사역)', 'G2G(2세 기독교육 기관)' 등 100여 개 이상의 한인 2세들의 기독 단체가 활동 중이라는 것이 교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하지만, 한인 2세들의 기독교 모임이나 활동을 보면 실제로 활동 범위는 한인 교계에 국한되지 않고 더욱 넓어지고 있다.

제임스 박(29·오아시스교회)씨는 "한인 2세들은 언어적 이점을 안고 있기 때문에 주류 사회와 1세를 연결하고 '한국'이라는 뿌리를 잊지 말자는 차원에서 크리스천 모임을 갖고 있지만 교회 역할까지 굳이 민족성에 구애받을 필요가 있는가"라며 "그동안 한인 교회의 기능은 한인 커뮤니티내에서만 국한됐지만 앞으로 교회는 오히려 다양한 사람이 모여야 하고 그러한 네트워크를 통해 운영될때 할 수 있는 일이 더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인 2세들은 교계에서 '한인'이라는 공통 분모는 특화된 영역에서만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 예로 북한 관련 사역의 경우가 그렇다.

LA지역 북한 지원 사역 단체에서 활동하는 제니스 김(30)씨는 "아무래도 북한 이슈는 '코리안-아메리칸'이기 때문에 더 공감할 수 있고 관심을 갖게 된다"며 "타인종도 북한 이슈에 관심을 갖고 있지만 동족끼리 애잔함 감정, 분단의 슬픔, 이산가족 같은 문제는 타인종이 쉽게 공감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한인 교회만이 감당할 수 있는 역할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물론 한인 2~3세들이 한인 사회를 완전히 등지는 것은 아니다. 이는 한인 교회에 대한 수요가 여전히 존재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트리니티신학대학 피터 차 교수는 "현재 2세들 가운데 70~80%가 한인교회를 떠나 백인 교회, 2세들이 설립한 교회에서 신앙생활을 한다"며 "하지만 중년이 된 2세들은 3~4세들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다시 (한인 교회로) 돌아오는 사례들도 있다"고 말했다.

한인 2세 사역을 하는 데이브 노 목사는 "영어권 2세들은 결혼을 하고 자녀를 낳기 시작하면 정체성에 대한 고민과 함께 이를 지켜내기 위해 오히려 뿌리 교육에 열심을 내는 현상을 보인다"며 "살아가는 환경과 문화가 1세와 다르게 자라났기 때문에 잠시 한인사회와 멀어진 것 뿐 다시 한인 사회로 회귀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 중 하나가 한인 교회"라고 전했다.


장열 기자 jang.yeol@koreadaily.com jang.yeol@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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