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베트남 우의 다리 놓은 '영웅'
[삶과 추억]
보트피플 96명 구한 전제용 선장
생존 난민이 2004년 미국 초대
'19년만의 보은' 본지 특종 보도
85년 남중국 해상에서 베트남 난민 96명을 구조해 '베트남 영웅'으로 추앙 받았던 전제용 선장(경남 통영)에서 18일(한국시간) 별세했다. 78세.
전 선장은 당시 구조 상황에 대해 "백척간두에서 죽음을 눈앞에 둔 사람들을 무시하고 지나칠 수는 없었다.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고 해도 그렇게 할 것이며, 누구라도 당연히 그렇게 했을 것"이라고 자신을 낮추기도 했다.
당시 보안 당국은 베트남 난민들의 입국 자체를 불허했는데, 전 선장은 회사와 당국의 지시를 거부하고 이들을 데리고 부산에 입항했다. 이 일로 전 선장은 선장 라이선스를 박탈당하고, 회사에서 해고되기도 했다. 하지만 다행히 구조된 난민들은 적십자를 거쳐 이후 미국과 캐나다 등 해외로 이주했다.
그런데 19년이 지난 뒤 구조됐던 난민 중 한명인 피터 누엔(75·가든그로브)씨가 그를 2004년 남가주로 초대해 재회했고, 주요 미디어들이 이를 앞다퉈 '화제의 미담'으로 보도했다. 당시 본지는 전 선장의 미국 방문과 베트남 커뮤니티의 환영 분위기를 특종 보도한 바 있다.
2004년 연달아 열린 전 선장 환영 행사에는 1000여 명이 넘는 베트남인들과 정치인들, 지역사회 관계자들이 붐비는 등 장사진을 이루기도 했다. 여기저기 독지가들의 지원금도 답지했으며, 한-베 커뮤니티가 활발한 교류를 이어가는 초석이 되기도 했다.
소식이 알려지자 당시 OC 지역 연방 하원의원들을 중심으로 그를 난민 구조에 주도적인 역할을 한 지도자에게 UN이 주는 인권상인 '난센상' 후보에 추천하는 결의안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동시에 그는 2009년 한국 국회 인권포럼(대표 황우여)이 시상하는 '올해의 인권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후 전 선장의 이야기는 미국 내 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10여 개의 다큐멘터리와 인터뷰 프로그램을 통해 소개되기도 했다.
누엔씨는 "전 선장이 살린 목숨들이 이제는 전 세계에서 수백 명의 자손으로 퍼져 행복한 삶을 누리고 있다"며 "아마 그의 작고 소식이 알려지면 모두가 크게 슬퍼하며 그를 추모할 것"이라고 전했다.
2004년 당시 누엔씨와 전 선장의 공항 조우에 통역 봉사를 했던 강석희 전 어바인 시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참 소탈하고 순수한 분이셨다. 선장님의 영웅적인 행동은 모든 베트남 주민들에게도 영원히 기억될 것"이라고 애도를 표하기도 했다.
유족으로는 부인과 딸 휘진이 있다.
▶연락: 김순자 (714)321-1845
최인성 기자 choi.inseong@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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