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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엔…펠로시 "선택의 여지 없었다"

[LA중앙일보] 발행 2019/12/19 미주판 10면 기사입력 2019/12/18 19:05

트럼프 대통령 미국 역사상 세 번째 하원서 탄핵소추
권력 남용ㆍ의해 방해 혐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결국 미국 역사상 세 번째로 하원으로부터 탄핵소추를 당한 대통령이 됐다.

탄핵소추를 당한 이유는 두가지 권력 남용과 의회 방해였다. 권력 남용은 지난 7월 25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하면서 자신의 대선 경쟁자일 수 있는 민주당 조 바이든 전 부통령에 대한 조사를 요구한 것이다.

이미 의회를 통과해 집행이 예정된 4억 달러 규모의 우크라이나 군사원조를 뚜렷한 이유를 밝히지 않고 통화 일주일 전(7월18일) 직접 보류시켰는데 이것이 정적에게 타격을 주기 위해 미국 대선에 외세를 끌어들이려 한 것을 넘어 자신의 개인적, 정치적 이해관계를 위해 국가안보 마저 이용하려 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면서 권력 남용 혐의로 귀결됐다.

트럼프 정부는 내부 고발로 우크라이나 정상과의 통화가 문제가 되고 하원이 공개적으로 조사 청문회를 예고한 이틀 뒤(9월11일) 군사원조 보류를 철회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군사지원을 보류한 것은 우크라이나의 심각한 부패 때문이라고 주장했고 공화당 측은 결국은 군사원조를 했으니 문제될 것이 없다고 방어벽을 쳤으나 하원 탄핵조사 청문회에 출석한 고든 선들랜드 EU주재 미국대사의 증언은 당시 정황을 한마디로 요약해준다.

선들랜드는 트럼프 대통령취임준비위원회에 100만달러를 기부하고 EU미국대사에 낙점된 '트럼프 사람'이었다. 그는 청문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원조를 대가로 바이든 수사를 압박하라는 얘기를 한 적이 없다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개인변호사 루디 줄리아니와 협조하라고 지시했고, 줄리아니는 우크라이나가 바이든 조사를 발표하게 하라고 압박했고, 군사원조는 보류했는데 다들 그 이유를 모르니, 2플러스2는 4인 것처럼 바이든 수사와 군사원조가 연계된 것으로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는 유럽과 러시아 사이에 끼인 전략 요충지로 유럽과 러시아가 서로 자기들 세력권에 두려고 각축을 벌어온 지역이다. 2014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남부 크림반도를 전격 침공해 강제 합병을 했고 그해 6월 반정부시위로 친러 대통령이 쫓겨나자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친서방 정권이 들어서는 것을 도왔다. 러시아는 지금도 크림반도 합병으로 인해 서방세계의 경제제재를 받고 있고 미국은 친서방 정권을 군사원조해왔다.

탄핵소추 두번째 혐의는 의회 방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원의 탄핵조사가 시작되자 백악관은 물론 행정부 관료들에게도 조사에 응하지 말 것을 지시했고 하원의 합법적인 소환장을 받은 정부 관료들은 모두 소환을 거부했다. 의회 소환에 불응하면 대부분 의회 모독죄로 검찰에 고발하고 검찰이 기소하면 최대 1000달러 벌금이나 최장 1년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과 백악관 뿐 아니라 정부 관료들의 증언도 못하게 막았기 때문에 헌법에 명시된 하원의 권한인 탄핵소추 절차를 추진하는 의회를 방해했다는 혐의를 받은 것이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18일 하원 본회의에서 열린 트럼프 대통령 탄핵소추안 토론을 앞두고 열린 연설에서 "대통령의 무모한 행동이 탄핵을 불가피하게 만들었다"며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고 말했다.

펠로시 하원의장은 "수세기 동안 미국인들은 민주주의를 위해 싸우다 죽었다. 그러나 현재는 매우 슬프게도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의 비전이 백악관의 행동으로 인해 위협받고 있다. 미국의 국가안보와 민주주의의 근간인 선거의 진실성을 지속적으로 위협하고 있다"며 자신은 역사책에 "무법과 압제에 맞서 싸운 하원의 일원으로 남고 싶다"고 말했다.

펠로시 하원의장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래 끊임없이 제기돼온 당내 '트럼프 탄핵론'에 거리를 두며 신중한 입장을 견지해왔다. 그는 "그럴 가치가 없다"고 말했고 "국가를 분열시킨다"며 우려했고 "대선에서 심판하자"며 탄핵파를 자제시켰다. 국민여론이 따라주지 않을 경우 탄핵은 커녕 탄핵 역풍으로 트럼프의 재선을 돕고 8년 만에 탈환한 하원 마저 내줄 수 있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탄핵 추진을 결심했고 그것도 트럼프 대통령이 세계를 상대로 유엔에서 연설하는 날 대국민연설 형식을 통해 탄핵 조사 시작을 전격 선언했다.

말그대로 "선택의 여지"가 없었기 때문이다. 트럼프 탄핵안이 공화당이 장악한 상원 벽을 넘을 수 없을 것이라는 것을 뻔히 알고 있음에도 더이상 미국 민주주의의 근간을 위협하며 제왕적 권력을 휘두르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을 묵과해서는 안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대통령 탄핵소추는 헌법에 명시된 미국 하원의 권한인 만큼 상원 승패와 상관없이 "무법에 맞서 싸운 하원의원"이 되기로 한 것이다.

펠로시는 하원의장으로서 자신의 할 일을 끝냈다. 이제 공은 상원으로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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