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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선물 방정식은 Gs=(N x S)/ P

선물의 의미와 가치

설렘ㆍ놀라움이 선물의 조건
나누지 못할 만큼의 가난은 없다

'심심(心心)' 한 선물이야말로
'심심(深深)' 한 감동 안겨줘



오늘(24일)은 크리스마스 이브. 싱숭생숭하다. 피곤하기도 하다. 두 감정 사이에 놓인 것은 다름 아닌 ‘선물’이다. 자녀들에게 선물을 해야 하는데 무엇으로 해야하나. 부모님이나 주변 어르신에게도 마찬가지다. 또, 함께 지내온 동료나 친구, 이웃에게도 선물해야 할 것 같다. 문제다. 좋은 선물을 구입할 만큼 넉넉하게 돈이 없다. 오늘까지도 선물 아이템을 고르지 못해서 마음이 심란하다. 상대방이 기뻐할 선물은 무엇인가. 선물의 의미와 가치, 그로 인한 행복의 조건은 무엇인가.

◆포옹과 눈물
오 헨리의 단편소설 ‘크리스마스 선물’. 선물 살 돈이 없는 가난한 부부의 이야기다. 남편은 시계를 팔아, 아내에게 고급 머리빗을 선물한다. 아내는 탐스러운 머리카락을 팔아, 남편에게 멋진 시곗줄을 선물한다.
머리카락을 자른 아내에게는 머리빗이 필요 없다. 시계를 팔아 버린 남편에게 시곗줄은 아무 소용없다. 부부는 ‘무가치’한 선물을 주고받으면서 깊은 포옹과 뜨거운 눈물을 흘린다. 이들 부부는 아무짝에 필요없는 선물을 받고도 행복하게 부둥켜안았다.



◆시크릿 산타
2015년 크리스마스를 한 주 앞둔 18일 오후, LA남서쪽 엘세군도 인근을 지나던 버스가 갑자기 경찰에 의해 멈춰섰다. 경찰은 버스가 위협을 받고 있다며 승객들을 모두 내리게 했다. “이거 뭐야, 테러인가?” 당황한 표정이 역력한 채 하차한 버스 승객들에게 심각한 표정의 경찰들이 다가섰다. 그리고는 갑자기 시민들에게 숨겨둔 선물을 건넸다. 100달러짜리 타겟 매장 선물권을 쥐여주고, 현찰이 든 봉투를 건네기도 했다. 이날 엘세군도 경찰국은 ‘시크릿 산타’라는 특별 이벤트를 준비했다. 선물은 때론 받는 사람이 놀라야 제맛이다.

◆선물 만족의 법칙
Gs=(N x S)/ P. 여기서 *Gs=Gift satisfaction(선물 만족도) *N=Needs(필요) *S=Surprise(의외성) *P=Price(가격).
선물을 주는 사람의 만족도는 받는 사람의 필요와 깜짝 놀람에 비례하고 가격에 반비례한다는 말이다. 다시 말해 싸게 물건을 구입해 선물했는데, 받는 사람이 “바로 이거야! 꼭 필요했던 건데”라며 기뻐할수록 선물을 잘 샀다는 이야기다.
N과 S, P를 적절히 맞추려면 받을 사람의 성별, 나이, 취향 등을 제대로 파악해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다. 같이 오랜 시간을 함께 지냈어야 한다. 사실, 선물은 재화가 아닌 상대방에 대한 마음이 맞다. 그래서 선물 고르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선물은 ‘심심(心心)’해야 한다. 그래야 ‘심심(深深)’한 감동이 느껴진다.

◆기프트 카드ㆍ현금
요즘 가장 인기있는 선물은 기프트 카드다. “마음대로 고르세요.” 이 안에는 받는 사람의 ‘자유’가 들어있다.
주는 사람도 속 편하다. “알아서 하세요.” N과 S를 고려할 필요가 없으니 속 편하다.
당장 기프트 카드를 쥐고 있으면 마음이 풍요롭다. 자유의 힘. 그런데 자유는 후회를 동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기프트 카드를 받고 자유를 느끼지만, 그 자유는 소비 후 곧 후회를 불러온다. 결국, 현금이나 기프트 카드는 P만 줄 테니 N과 S를 알아서 챙기라는 최악의 선물이다.
마음(心)이 없는 선물의 물질적 가치는 항상 저평가된다. 100달러짜리를 선물하면 받는 사람은 짐작으로 이 선물 가격이 67달러에서 90달러라고 여긴다고 한다. ‘선물의 감동지수’인 N과 S가 없기 때문에 기억 속에서 ‘순삭(순식간에 삭제)’ 된다.
N과 S가 담긴 선물은 두 가지 행복을 동시에 담고 있다. 주는 사람은 선물을 고르면서 받을 사람의 감동을 먼저 느낀다. 받는 사람은 선물 속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하는 안도감과 설렘을 맛본다. 그게 선물이다.

◆‘행복 날짜’ 방정식
연말이면 이 세상은 온통 무언가를 사야 행복할 것이라고 세뇌시킨다. 행복은 진열대에 있고 그것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은 돈이다. 연말 행복은 일 년 동안 잘 가꿔온 재정적 산물로만 보인다.
이런 면에서 보면 연말은 불행한 시즌이다. 사치스런 생산품과 비용이 많이 드는 생활환경을 선택하도록 유혹하는 이미지가 흘러넘치는 반면 쓰고 싶은 돈은 모자란다. 행복의 본질인 소박한 희열은 설 자리가 없다.
1년 중 가장 ‘행복을 느끼는 날’은 6월20일이라는 주장이 있다. 영국 심리학자 클리프 아널이 만든 행복 날짜 방정식에서다.
그 방정식은 ‘O+(N×S)+Cpm÷T+He’. O는 야외활동 N은 자연의 조건 S는 이웃ㆍ친구와 교류 Cpm은 어린 시절의 긍정적 추억 T는 기온 He는 휴가 기대감을 상징한다. 6월20일쯤이면 기온과 자연 상태가 야외활동을 하기 좋은 데다 긴 저녁시간은 지인들과 여유있는 만남을 기대할 수 있다. 또 여름 휴가에 대한 설렘이 어우러져 행복감을 불러 일으킨다. 6월의 행복은 내적 충만감이다.

◆행복의 ‘부채’
연중 가장 우울한 날로 지목한 시기는 1월 말이다. 전해 연말 때 즐겼던 행복의 ‘부채’가 몰리는 날이기 때문이다.
연말의 행복은 솔직히 돈을 쓰는 재미다. 돈으로도 얼마든지 행복을 살 수 있다. 우리 마음속에 진짜로 필요한 것이 있는데도 그것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할 때, 해결책은 돈을 쓰는 것과 물건을 사는 것이다. 다만, 그 희열이 너무 짧고 대가는 크다는 게 문제다.
연말 행복을 위해 돈을 쓰면서 부채를 걱정하지 않은 방법은 딱 한 가지다. 그 돈을 남을 위해 쓰는 것이다.
하버드경영대학원과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 연구진이 공동 조사해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다른 사람의 선물을 사거나 자선단체에 기부를 하는 등 ‘친사회적’으로 돈을 쓴 사람들이 자신에게 돈을 쓴 사람보다 훨씬 더 행복감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행복의 ‘전염성’
행복감은 전염성을 갖고 확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971년부터 2003년까지 21~70세의 미국 성인 512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행복감을 느끼는 친구가 1마일 안에 살면 자신의 행복감이 25% 늘어난다. 행복감을 느끼는 이웃이 옆에 살면 34%, 행복감을 느끼는 형제자매가 근처에 살면 14% 행복감이 높아졌다.


김석하 선임기자 kim.sukha@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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