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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정과 매정 사이 괴로운 사람들

날씨 추워지자 LA 노숙자 의한 화재 급증
한인 업체 전소할 뻔…"불쌍하지만 화도 나"

노숙자 문제에는 온정과 매정의 감정이 교차한다. 그 사이에서 요즘 LA다운타운 자바시장 업주들은 괴롭다.

지난 21일 오전 5시50분, 사우스 메인스트리트와 15가 인근 골목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불이 난 골목에는 한인이 운영하는 스포츠용품 도매 업체 ‘프로베이스(Probase)’의 물품 창고가 있다.

이 업체 박기홍 대표는 “한 노숙자가 골목에서 불을 피웠는데 갑자기 불길이 번지면서 창고로 옮겨붙어 2~3분만 늦었어도 대형 화재가 발생할 뻔했다”며 “경찰은 감시 카메라 등을 살펴본 뒤 명백한 ‘방화’로 판단했는데, 요즘 노숙자들이 골목에서 밀려나는 일이 잦다 보니 그런 식으로 보복을 한다더라”고 토로했다.

실제 LA시의회는 지난 9월 화재 발생이 우려되는 위험 지역에서 노숙자를 강제로 퇴거 조치할 수 있는 조례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그럼에도 LA지역에서 노숙자에 의한 화재는 급증하고 있다. 최근에만 해도 프랜시스코 스트리트 인근 건물(11월 29일), 15가와 후퍼 애비뉴(12월 17일), 14가와 센트럴 애비뉴 인근 건물(12월 18일) 등 다운타운 자바 시장을 비롯한 인근 지역에서는 노숙자 소행으로 추정되는 화재가 잇따라 발생했다.

LA소방국에 따르면 지난 2018년 노숙자에 의한 화재는 총 2484건이었다. 이는 전년(2017년·799건)과 비교해 2배 이상 급증했다.

LAFD 브라이언 험프리 공보관은 “특히 겨울에 온도가 내려가면 외진 골목이나 빈 건물 등에서 노숙자가 추위를 피하려고 불을 피우는 경우가 많아 화재 발생 위험이 커진다”며 “현재 노숙자에 의한 화재사고는 소방 당국도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있는 문제”라고 전했다.

40도대까지 내려가는 LA의 겨울밤은 노숙자에겐 가혹한 시간이다. 화재 위험을 무릅쓰고 몸을 녹이기 위해 불을 피울 수 밖에 없는 처지에 놓이는 이유다.

업주들도 노숙자의 고충을 이해 못 하는 건 아니다. 봉제업체를 운영하는 김성훈(57)씨는 "노숙자들이 불을 피워 가게가 피해를 볼까 봐 몇 번 경찰에 신고한 적이 있는데 그때마다 마음 한구석이 편하지는 않았다”며 "심정적으로는 노숙자에게 온정을 베풀고 싶지만, 현실적으로는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어 매정해질 수 밖에 없어 딜레마에 시달린다”고 털어놨다.

한인 업주들은 “LA시의 노숙자 정책 개선이 시급하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의류 업체를 운영하는 데이비드 지(48) 씨는 “노숙자 재활은커녕 오히려 매년 노숙자가 증가하고 있는 것만 봐도 현재 LA시정부의 노숙자 정책은 완전히 실패한 것”이라며 “노숙자를 돕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스키드로 인근에서 영업하는 업주를 보호하는 것도 아닌 상당히 어설픈 상황인데 정책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고 성토했다.

한편 LA카운티노숙자서비스관리국(LAHSA)에 따르면 현재 LA시의 노숙자 수는 3만6000명이다. 전년보다 16% 늘었다. <관계기사 4면> 지난 5년간 LAHSA를 이끌며 LA의 노숙자 문제를 총괄해온 피터 린 대표는 정책 실패의 책임을 지고 이달 말 사임한다.


장열 기자 jang.yeol@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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