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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대가족 축제'…모였다 하면 100명

[송년 스토리] 96세 이문성 할머니

슬하 7남매에 증손주만 22명
명절 때마다 모여 우애 다져

라카냐다 위정숙씨 집에 4대가 모였다. 90대인 어머니를 비롯해 백인 조카사위, 손주까지 30여명이 모였다. 매년 명절때마다 대가족이 모여 우의를 다진다. 김상진 기자

라카냐다 위정숙씨 집에 4대가 모였다. 90대인 어머니를 비롯해 백인 조카사위, 손주까지 30여명이 모였다. 매년 명절때마다 대가족이 모여 우의를 다진다. 김상진 기자

'머핀, 파스타, 치즈 샐러드, 스시, 캘리포니아롤, 불고기, 잡채, 홍시….'

지난 크리스마스이브, 라카냐다의 위정숙(70)씨 집에 대가족이 모였다. 대형 식탁 두 개를 나란히 펼치고 4대 가족 30여명이 줄지어 앉았다. 가족의 부재는 음식으로 안다. 매번 만들어오던 음식이 빠지면, 그이가 불참한 것이다.

대가족의 뿌리는 올해 96세인 이문성(23년생) 할머니다. 의사였던 평양 출신 남편과 사별한 뒤 노스캐롤라이나주에 살던 큰아들의 초청으로 71년에 LA로 이민했다. 당시 슬하의 7남매 중 4남매를 데리고 왔다. 나머지 두 형제 중 한 명도 몇 해 뒤 미국으로 이주했다.

할머니는 LA 봉제공장에서 재봉일을 하다, 한국서 소유하고 있던 한의사 자격증을 들고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병원에 취업을 했다. 통역을 통해 현지 의사에게 한의학을 가르쳤다. 작은 체구의 여성이 백인 의사에게 침술 등을 가르치자 지역 일간지는 그녀의 손을 ‘매직핸드’라고 보도했다.



할머니는 현재 LA의 한 노인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다. 장녀 김연숙(73)씨가 함께 살자고 해도 할머니는 “죽어도 한 집에서는 살지 않을 거다”라고 사양했다.

큰 오빠를 제외하고 나머지 5남매는 라크레센타 등 LA 근교에 살고 있다. 마더스데이, 추수감사절, 크리스마스, 설날이 되면 집을 돌아가며 모이고 있다.

“엄마.” 연숙씨 백인 사위들은 장모를 한국어로 ‘엄마’라고 부른다.

두 딸이 각각 오리건 출신 백인과 보스턴 출신 유대계 백인과 결혼해 살고 있다. 연숙씨의 사위 사랑에는 근거가 있다.

“언어와 문화가 달라 잘 맞을까 걱정했어요. 하지만 검소하고 작은 것에 감사하는 태도에 놀랐어요. 색동으로 된 지갑을 선물해줘도 얼마나 감사해 하는지 몰라요.”

사위 가족이 놀러와도 자고 가지 않는다. 타주서 사돈댁이 놀러 와도 우버를 타고 왔다 간다.

한인 3세이자, 가족 4대째인 아이들은 한국어로 인사를 하고, 할머니 앞에서 산토끼 노래를 부른다. 한국어 공부를 하지 않았던 2세들이 먼저 자녀들에게 한글 교육을 시키고 있다. 증조할머니 밑에는 증손주만 22명(한국거주 3명)이다.

연숙씨 둘째 딸은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남편 이반 카메론 소코로브를 한국에서 만나 결혼했다. 혼혈 아들의 이름은 ‘한제(6)'다. 날개 한에 다스릴 제. 어머니에게 ‘한’국과 같은 발음인 ‘한’자를 넣어 작명해 달라고 해 지은 이름이다. 둘째 딸 한별(2)은 한국에서 입양했다.

가족들은 설날이면 한복을 입고 모여 윷놀이를 한다. 순두부, 설렁탕, 갈비 등 맵고 짠 음식도 가리지 않는다. 지역 음악 축제가 열리면 함께 모여 공연을 보고 1년에 한 번씩 가족사진을 찍는다. 솜씨 좋은 조카들이 사진과 영상으로 촬영해 앨범을 만들어 나누기도 한다.

연숙씨는 “뭉치려면 서로 부담감을 주지 않아야 해요. 우리는 선물을 줄 때도 규칙을 정해요. 한 번은 부모에게, 한 번은 아이에게만, 이런 식으로요. 예산도 각 가정의 경제력에 따라 나눠요. 자발적으로요”라고 강조했다.


황상호 기자 hwang.sangho@koreadaily.com hwang.sangho@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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