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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나의 무예'로 수사의 고수가 되다

[고수를 찾아서]
<1> LAPD 조지 이 수사관

LA경찰국내 한인 형사로는 최고 계급인 ‘D III’에 오른 조지 이(52) 수사관이 검도 대련 시작전 명상을 위해 몸을 바르게 하고 앉아있다.

LA경찰국내 한인 형사로는 최고 계급인 ‘D III’에 오른 조지 이(52) 수사관이 검도 대련 시작전 명상을 위해 몸을 바르게 하고 앉아있다.

호면. 머리를 보호한다. 머리도 타격 점이다.

호면. 머리를 보호한다. 머리도 타격 점이다.

갑. 윤택이 나는 부분인 허리타격점을 '도'라고 한다.

갑. 윤택이 나는 부분인 허리타격점을 '도'라고 한다.

갑상. 치마처럼 허리에 두른다. 소속 도장과 이름을 쓴다.

갑상. 치마처럼 허리에 두른다. 소속 도장과 이름을 쓴다.

호완. 장갑이다. 손목도 득점부위여서 보호해야 한다.

호완. 장갑이다. 손목도 득점부위여서 보호해야 한다.

면수건. 호면을 쓰기전 먼저 머리에 두르는 수건이다.

면수건. 호면을 쓰기전 먼저 머리에 두르는 수건이다.

24년 베테랑…한인 형사 최고위
박사 과정중 경찰 입문한 엘리트
3개 국어 능통 첫 한인 살인과 형사
검도 5단 합해 ‘무술 10단 고수’
타운내 ‘조천관’서 자원봉사 지도
출근시 설렘이 없다면 은퇴할 때
“고수란 문제 해결하는 지도자”


고수는 인생이 놀이터다. 자신하되 자만하지 않는 '수의 경계'를 터득해서다. 그래서 깨달음 없이 부나 학식, 기술만을 습득한 자는 하수에 가깝다. 고수는 고집스럽게 '장이'의 길을 걷는 사람들이다. 잘하는 일을 즐기면서 한다. 찬찬히 주변을 보면 고수는 어디나 있다. 휴대폰 연락처를 열어보니 고수들이 차고 넘쳤다. 받아만 뒀던 명함더미 속에서도 고단자들의 이름은 돋보였다. '기자의 지인만 지면에 나온다'는 의심은 접어도 된다. 독자들로부터도 후보 추천을 받는다. 한인사회 고수들을 찾아 나선다.

검도장이 교회에 있다고 했다. 132년 된 유서깊은 건물인 LA한인타운내 ‘임마누엘장로교회'였다.

저녁시간 찾아간 교회 내부는 캄캄한 미로였다. 어디로 가야할지 몰라 헤매던 중 어디선가 고음의 기합소리가 쩌렁거렸다.



소리를 따라간 곳은 실내체육관이다. 문을 여니 시큼한 땀냄새가 훅 몰려왔다. 내부에선 20명이 동시에 지르는 서로 다른 기합과 “따다닥” 죽도 부딪히는 소리, “쿵쿵쿵” 발구르는 울림이 귀를 때렸다.

‘고수를 찾아서’의 첫 인터뷰 대상인 조지 이(한국명 관도·52·사진) LAPD수사관이 20명의 수련생과 대련에 땀을 쏟고 있었다.

LA경찰국(LAPD) 램파트경찰서의 성범죄 및 가정폭력 전담반 반장인 그는 ‘조천관’이라는 검도장에서 27년째 칼을 갈고 있다.

연재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그를 첫 인물로 꼽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이 반장은 우선 무술의 고수다. 검도와 태권도 각각 5단씩 10단의 고단자다.

검도는 1993년 시작했다. 태권도를 먼저 했는데 나이가 들수록 몸이 둔해졌다. 60~70대까지 할 수 있는 무예가 검도였다.

“태권도는 공격당해 쓰러져도 다시 일어나 싸울 수 있지만 검도는 찰나의 무술이에요. 진검승부라면 단 한 번 실수에 목숨을 잃어요. 그 긴장은 사건 현장에서 큰 도움이 되죠.”

조천관의 사범인 그는 가르침의 고수기도 하다. 4단을 딴 이후 20년째 자원봉사로 아이들을 지도한다. “이곳에서 나도 배웠으니 가르쳐야 할 빚이 있어요. 또, 오히려 제가 배워요. 검도는 1:1 승부지만 ‘I’가 아니라 'We'의 무예예요. 가르치면서 수사반장으로 갖춰야 할 팀워크, 리더십을 터득했습니다.”

검도에서 자연스럽게 직업으로 이야기가 흘렀다.

무엇보다 그는 수사의 고수다. LAPD의 대표적인 엘리트 형사로 뼛속까지 경찰이다. 96년 USC 교육심리학 박사 과정을 밟다가 경찰 아카데미에 입학했다. 그는 우리말, 영어, 스패니시까지 3개 국어를 능숙하게 구사한다. 네 살 때 한국에서 아르헨티나로 가족 이민을 가 12세 때 다시 미국으로 두 번째 이민온 힘든 타지 생활이 소통의 날개를 달아줬다.

명석한 두뇌에 3개 커뮤니티 문화를 이해하는 현실감각까지 두루 갖춘 그는 현장에서 탁월한 수사관으로 인정받았다. 형사가 된 지 1년 만에 한인으로는 최초로 수사과의 꽃인 살인과에서 일하게 됐다.

14년 전인 그때 그를 언론으로는 처음 인터뷰해 독자들에게 소개했다. <2006년 8월14일자 A-5면> 현재는 LAPD내 수사관중 한인으로 최고위 계급을 달고 있다.

-인터뷰한 지 14년이 지났다. 이젠 최고참 형사가 됐겠다.

“벌써 그렇게 됐나. 정말 어제 같다. 그때 ‘D I’이었는데 지금은 ‘D III’다. (수사관의 계급 명칭, D는 Detective를 뜻하고 I, II, III 순으로 진급한다.)”

-14년간 2계급 진급에 그쳤다. 더 올라갈 수 있었을 텐데.

“더 진급하기 싫어 시험을 안보고 있다. 난 현장 체질이다. D III는 수사관으로서 최고 계급이다. 그 위인 루테넌트는 경찰이라기보다 조직을 관리하는 정치인에 가깝다고 봐야 한다. 수사관은 현장에 있어야 한다.”

-잊지못할 사건이 있다면.

“2년 전이다. 한인타운 한 아파트에서 한인 남성이 마약에 취해 동거중이던 한인 여성을 50차례 칼로 난자한 사건이 있었다. 언론엔 보도되지 않았다. 피해 여성의 부상은 심각했다. 칼을 맨손으로 막느라 열 손가락이 다 잘려 출혈도 많았다. 마약에서 깬 가해남성이 직접 경찰에 신고했던 사건이다.”

-그런 사건이야 적지 않을 텐데 기억에 남는 이유는.

“그 정도의 부상을 당하면 십중팔구 죽는다. 그런데 피해 여성은 살고자 하는 의지가 강했다. 가족, 친척 한 명 없던 피해자는 두 달간 병원에서 혼자 사투벌여 목숨을 건졌다. 죽음 직전까지 간 피해자가 살았다는 것은 형사들에겐 큰 기쁨이다. 범인에겐 17년형이 선고됐다. 엄중한 법의 심판을 받게한 것도 보람이다.”

-여러 경찰서에서 일했다. 어디가 가장 좋은가.

“한인타운 전담지서인 올림픽경찰서를 비롯해 5개 경찰서를 거쳤다. 타운과 인접한 램파트경찰서가 내겐 고향이다. 악명높은 엘살바도르 갱단인 'MS-13’의 근거지고 가장 많은 사건이 벌어지는 지역이지만 바쁜 만큼 보람도 크다.”

-살인과 형사를 오래했다.

“6년이다. 살인과를 떠나 아쉬운 건 미제 사건들이다. 모두 10건이다. 범인을 잡지 못한 자책감과 숨진 피해자들을 잊을 수 없다. 모든 타살이 억울하지만 어린 아이들이 길거리에서 차량주행 총격에 맞아 죽는 일들은 가슴 아프다.”

-현재는 성범죄 전담반 반장이다. 이제 처참한 현장은 많지 않을텐데.

“그럴 거라 생각했는데 착각이었다. 성범죄를 맡으면서 참 ‘세상이 이렇게 악할 수 있나’ 치가 떨릴 때가 많다. 예를 들어 얼마 전엔 두 살난 여아를 삼촌이 강간한 사건이 있었다. 악마가 따로 없었다.”

-24년 전 새내기 경관 때와 지금의 경찰 조직을 비교한다면.

“가장 큰 변화는 한인 경관수가 크게 늘었다. 내가 경찰이 됐을 때만 해도 50~60명 정도였는데 지금 250명이 넘는다. 또 요즘 세대 한인 경관들은 다들 학력이 높다. 예전엔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 대신 군에 들어가 전역 후 경찰이 되는 코스가 전형적이었다. 우리 세대 한인 경찰들보다 다들 똑똑해서 요직에 더 많이 오를 것이라고 확신한다.”

-경찰은 위험한 직업이다. 이젠 은퇴하고 편하게 살아도 되지 않나. (LAPD 경찰들은 20년 이상 근속자부터 은퇴하면 사망할 때까지 연금을 받는다. 20년 근속은 근무중 가장 많이받았던 연봉의 50%를, 그 후 근속기간이 1년씩 늘 때마다 3%가 추가된다.)

“난 갈수록 출근이 즐겁다. 경찰 제복을 입은 첫날의 설렘을 아직도 매일 아침 느낀다. 그런 흥분과 신남이 없어질 때가 그만둘 때 아닌가.”

-고수의 정의는.

“기술이 뛰어난 사람이라기보다 문제 해결 능력을 가진 리더라고 본다. 리더십은 정직하게 몸으로 배우는 것 외엔 다른 길이 없기 때문이다.”

▶조천관 문의:(909)919-0770 이준서 사범


정구현 기자 chung.koohyun@koreadaily.com chung.koohyun@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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