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바람 불고 속 헛헛해지면 생각나는 진국 '곰탕'

임금님 드시던 보양식
마산·진주·나주 유명

영문으로도 설명이 된 메뉴판.

영문으로도 설명이 된 메뉴판.

LA한인타운 베벌리와 호바트가 만나는 곳에 있는 설가진주곰탕.

LA한인타운 베벌리와 호바트가 만나는 곳에 있는 설가진주곰탕.

2019년 하반기 한국에서는 트로트 열풍이 불었다. 미스트롯이라는 무대를 통해 진흙 속에서 진주가 나오듯 새 스타들이 대거 탄생했다. 이 가운데 송가인이 제일 유명하고 자신을 “우려낼 대로 우려낸 진한 곰탕 같은 목소리의 그녀”라고 소개하는 홍자가 그에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홍자는 소개 멘트처럼 진한 곰탕을 떠올리게 하는 찐(?)한 여운이 남는 음색과 창법으로 팬들을 사로잡는다. 홍자는 ‘곰탕 보이스’라는 애칭이 있으며 직접 곰탕을 끓여 무대에 가지고 와 관객에게 대접하기도 했다는 뉴스를 본 기억도 있다.

그렇다면 호소력 짙은 목소리에 비교되는 곰탕은 어떤 음식일까.
한국판 미셸린 가이드는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고 속이 헛헛해질 때면 생각나는 국물 요리, 그중에서도 곰탕과 설렁탕은 대한민국의 솔(soul) 푸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기술하고 있다. 다음은 미셸린 가이드의 내용을 중심으로 곰탕과 관련된 이야기를 간단하게 정리한 것이다.

설렁탕과 곰탕의 가장 큰 차이점은 ‘뼈'에 있다. 설렁탕은 뼈를 넣어 끓이고, 곰탕은 뼈를 넣지 않는다. 설렁탕은 사골과 소머리 등 잡뼈를 넣고 고아서 국물을 낸 뒤 소량의 살코기와 허드레 고기를 따로 삶아 내는 음식이지만 곰탕은 양지, 사태 등의 살코기로 국물 맛을 낸다고 미셸린 가이드는 구분해 설명하고 있다.
이 같은 차이점에서 눈치 빠른 사람은 느낄 것이다. 아, 곰탕은 양반네가 먹던 음식이 아니었겠느냐고. 그렇다. 곰탕에서 ‘곰’은 조선 시대 음식 책에도 등장하는 반가의 음식을 일컫는다. 높은 영양가와 구수한 맛 때문에 임금님 수라상인 12첩 반상에 오를 정도로 인기 있는 보양식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학계에서는 곰탕이 몽골 음식에서 유래됐다고 본다. 조선 시대 영조 때 간행된 몽골어 어학서 몽어유해에 따르면 몽골에서는 맹물에 고기를 넣어 끓인 음식을 한자로 ‘공탕’이라고 적고 몽골 발음으로 ‘슈루’라고 읽었다. 즉 세월이 흐르면서 공탕은 곰탕이 되었고, 슈루는 설렁이 되었다는 설도 있다. 정확한 유래는 찾을 수 없지만, 오래전부터 한국인이 즐겨 먹던 음식은 분명하다.

하지만 곰탕이 전국적으로 대중적인 음식이 된 시기는 6.25 한국전쟁 이후로 파악된다. 만드는 방법에 지역 입맛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다.
곰탕은 전남 나주 곰탕, 경북 현풍 곰탕, 경남 마산과 진주 곰탕, 황해도 해주 곰탕을 알아준다. 현풍 곰탕과 마산(진주) 곰탕은 설렁탕처럼 사골로 깊은 맛의 육수를 내는 게 특징이다. 또 우족과 소꼬리 등의 뼈를 넣어 끓이기 때문에 색이 뽀얗고 국물 맛이 진하다.
반면 서울 사람에게도 익숙한 나주 곰탕의 탄생 이야기는 조금 특이하다. 일제강점기 때 나주에 군납용 통조림 공장이 있었다. 소의 고기는 통조림에 쓰고 가죽은 군용 벨트와 신발, 가방 등을 만들었다. 통조림 공장에서 먹을 수 없는 부산물은 버려졌는데, 이를 마을 사람이 주워다 고깃국을 만들어 먹은 것이 나주 곰탕의 효시로 전해진다.

탕을 끓이는 과정에서 부산물의 노린내를 잡기 위해 국물 위에 뜨는 누런 기름기를 밤새 걷어냈고 이 결과 영양이 뛰어나면서도 담백한 맛의 나주 곰탕이 등장했다.
곰탕에는 무기질, 인, 칼슘, 지방이 많이 들어 있다. 우족까지 넣었다면 피부 재생에 도움을 주는 콜라젠도 풍부하다. 고영양, 고칼로리 식품이다. 그렇더라도 장기간 많은 양을 먹는 것은 좋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특히 골절 환자나 관절염 환자는 오히려 곰탕 섭취를 피해야 한다.

소고기에 풍부한 인은 뼈에 필요한 칼슘 흡수를 방해하고 심지어 몸 밖으로 배출될 때 칼슘도 함께 내보낸다. 나트륨도 높은 편이어서 고혈압 환자는 주의해야 한다. 하지만 영양부족 상태이거나 단기간에 많은 칼로리가 필요하다면 안성맞춤이다.

▶ 설가 진주 곰탕
진한 유기농 국물·속 편한 '마면' 인기
‘바베트의 만찬’처럼 감동 남기고 싶다


LA 한인타운에서 유명한 곰탕 전문점 가운데 하나는 베벌리 길에 있는 ‘설가 진주 곰탕(대표 해나 전)’ 집이다.

곰탕은 역시 진한 국물 맛이 최고다. LA 베벌리에 있는 설가 진주 곰탕에서 도가니 곰탕을 주문한 손님 앞에서 직접 도가니 덩어리를 잘라주고 있다.

곰탕은 역시 진한 국물 맛이 최고다. LA 베벌리에 있는 설가 진주 곰탕에서 도가니 곰탕을 주문한 손님 앞에서 직접 도가니 덩어리를 잘라주고 있다.

4년 전 진주 곰탕으로 문을 열었고 해나 전 대표가 인수한 것은 작년 7월이다. 이전 사장과 깊은 친분이 있었고 단골이었는 데 마침 기회가 찾아와 인수하게 됐다고 전 대표는 설명했다. 고객이 주인으로 바뀐 사례다. 시설과 주방장, 실내장식 등 전 주인이 꾸몄던 그대로다. 따라서 맛도 진한 국물 맛이 일품인 진주 곰탕 맛 그대로를 맛볼 수 있다.

가장 인기 있는 메뉴는 차돌 곰탕과 유기농 도가니탕이다. 차돌 곰탕은 진한 국물과 부드러운 고기로 남녀노소 모두에게 인기 만점이다. 도가니탕은 도가니 한 덩어리를 보는 데서 가위로 잘라줘 도가니 애호가들이 즐겨 찾는다. 일부 다른 업소에서 이용한다고 소문이 난 커피 크림이나 우유는 단 한 방울도 들어가지 않는다고 전 대표는 설명했다.

곰탕 전문점이지만 설가 진주 곰탕에는 다른 인기 메뉴도 많다. 수육도 단골이 생겨날 정도로 인기를 끈다.

다른 무엇보다 특색 있는 메뉴는 국수다. 밀가루가 아니라 대만에서 생산된 마 면을 쓴다. 마 80%, 밀가루 20%로 제조됐다. 영양과 면발 때문에 국수류를 찾는 손님도 적지 않다.

한식당으로는 드물게 음식 평가 사이트 옐프(Yelp)에서 별 다섯 개를 받은 식당이라고 해나 전 대표는 자랑한다.

손님 구성은 한인 반, 타인종 반이다. 전 대표와 인터뷰를 진행하는 동안에도 백인 여성 고객이 차돌 곰탕 3인분을 포장해가면서 이틀 뒤에 다시 오겠다고 약속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전 대표는 재료에 가장 많은 신경을 쓴다고 말했다. 식당을 인수한 뒤 유일하게 바뀐 것이 하나 있는데 바로 고기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했다. 곰탕 국물도 이전보다 더 까다로운 과정을 거친다. 손님상에나가기까지 최소 3~4번을 끓인다. 이 과정에서 끊임없이 기름을 걷어내는 작업을 한다. 국물 한 그릇을 다 마셔도 느끼하지 않은 이유다. 뽀얀 색깔의 국물에서 고깃국 냄새나 기름기를 거의 느낄 수 없다.

곰탕이나 설렁탕 집에서 실과 바늘처럼 빠질 수 없는 게 김치와 깍두기다. 설가 진주 곰탕은 곰탕 국물과 고기만큼 김치와 깍두기에도 신경 쓰고 있다.

김치는 매일 만드는 겉절이다. 깍두기는 1주일에 서너 번 담는다. 숙성 기간을 거쳐 식탁에 오른다. 전 대표는 신선도와 맛 유지를 위해서 이렇게 자주 김치와 깍두기를 만든다고 설명했다.

설가의 인기 메뉴는 이외에도 된장이 들어가지 않은 우거지 갈비탕, 별도로 담은 김치만 이용하는 김치찌개, 생마와 연근, 고구마줄기, 백년초 등 독특한 여덟 가지 재료가 들어가는 팔채 비빔밥 등이 있다.

전 대표는 손님이 음식을 드신 뒤 “우리 엄마 맛이 느껴진다”거나 “집밥 같다"는 말을 들을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고 전했다. 또 굳은 얼굴로 왔다가 웃는 얼굴로 가게 문을 나서는 모습을 볼 때 식당 하기를잘했다는 생각을 한다.

전 대표는 “영화 ‘바베트의 만찬’을 보면 따뜻한 음식, 정성 가득한 음식이 사람들에게 어떤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가를 잘 알 수 있다”며 “설가 진주 곰탕은 앞으로도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고객의 얼굴에 미소를 만들어 주는 식당으로 남고 싶다”고 말했다.


김병일 기자 kim.byongil@koreadaily.com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