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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이민 왔을’ 때는 말이야”…나도 모르게 ‘꼰대’ 됐네

오해와 갈등 부르는 ‘이민 꼰대’

미국생활 가치관 선입견 강요
가족, 커뮤니티 내 소통 해쳐

스스로 고립 택하고 피해망상도
“대화 넓히고, 내려놓는 훈련 해야”

소위 ‘Latte is horse~’(나 때는 말이야)로 대변되는 ‘꼰대’ 문화가 한국사회의 병폐로 지적되고 있다.

전 국민의 꼰대 표상으로 뇌리에 남은 ‘미생(tvN)’의 마부장(배우 손종학). 그는 ‘내가 옳다’고 믿는 것들을 위해 후배들에게 욕설은 물론 구타를 서슴지 않았으며, 그들의 가치관을 무시하기 일쑤였다. 결국 그는 회사 내 물의를 빚고 쫓겨난다. [tvN 제공]

전 국민의 꼰대 표상으로 뇌리에 남은 ‘미생(tvN)’의 마부장(배우 손종학). 그는 ‘내가 옳다’고 믿는 것들을 위해 후배들에게 욕설은 물론 구타를 서슴지 않았으며, 그들의 가치관을 무시하기 일쑤였다. 결국 그는 회사 내 물의를 빚고 쫓겨난다. [tvN 제공]

가장 큰 문제는 ‘구관이 명관’ ‘베테랑이 최고’라는 믿음을 갖고 선험 자 또는 연장자의 경험과 지식, 철학이 부지불식간에 또는 공개적으로 강요되는 것이다. 물론 피해자를 만들어낸다.

꼰대는 ‘나이 든 사람’ ‘늙은이’ ‘선생님’을 비꼬는 은어인데, 선험 세대 중 자신의 경험과 철학을 과도하게 포장해 ‘꼰대질’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여기엔 부모, 선배, 선생님 등 비교적 나이가 많은 경우도 있지만 특정한 철학이나 가치관에 메여 있고, 이를 후배나 나이 어린 주변인들에게 쏟아내는 젊은이들도 포함된다.



한인들이 이민 이야기를 꺼내면 가장 많이 하는 이야기가 있다.

“공항에 누가 마중을 나오느냐에 따라 이민 생활이 달라지는 경우가 많아.”

쉽게 말해 남의 나라에 살기 위해 오는 것인데, 그것이 가족이든 친구이든 지인이든 공항에서 빠져나오는 차 속에서부터 미국사회, 커뮤니티, 인종, 직업 등에 대한 지식과 정보를 얻게 된다는 뜻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편향되거나 왜곡된 정보를 받게 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비교적 커뮤니티라는 문화 언어적으로 좁은 공간에서 생활할 경우 이런 선입견들은 확대 재생산되는 경우가 많다. 더 나아가 최악의 경우 커뮤니티를 황폐하게 하는 지름길이 될 수도 있다. 실제 이런 불상사로 인해 깨지는 가정, 교회, 직장도 생겨나니 주의가 필요한 부분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이민 꼰대’는 어떤 사람들일까. 어디에 어떤 방식으로 존재할까.

일단 이민 연차가 오래된 한인일 경우가 많다.

김자성 정신과 전문의는 “사회와 가정에서 자신의 가치 기준이 옳다고 고집해 발생하는 문제들을 상담과정에서 자주 보게 된다”며 “심한 경우 일부 시니어들은 자신들을 스스로 고립시키고 갈등을 유발할 수밖에 없어서 결국엔 의학적인 처방도 하게 된다”고 전했다.

특히 김 박사는 “커뮤니티의 큰 부분인 종교의 순기능도 충분히 활용해야겠지만 역시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라 유사한 문제가 발생한다. 이럴 경우엔 단기간이라도 종교 대신 ‘라이프 코치’나 명상을 권하고, 가족들과의 깊은 대화를 갖도록 부부 상담도 병행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이민사회의 특성상 이와 같은 문제들이 뿌리 깊게 자리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한인 사회에서 10년 넘게 활동해온 한 상담가는 “이민사회는 아무래도 자신이 자라온 고향과 떨어져 있고 익명성이 강한 커뮤니티다 보니 특정한 가치관과 선입견이 부풀려지는 경우가 많다”며 “상담 과정을 통해 가족의 문제들을 역추적하면 결국엔 자기만의 가치 기준을 강조하는 일종의 ‘꼰대’적인 성향 때문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이민 꼰대’를 대처하는 근본적인 해결책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먼저 ‘보다 폭넓은 의사소통’을 강조한다. 이웃들과 대화해야 한다. 주변 소식과 뉴스에 귀를 열어두는 것도 ‘꼰대질’을 포기하는 중요한 길이다. 어쩌면 이 일은 돈을 버는 일보다 더 중요할 수 있다.

또한 ‘나만 옳다’는 생각을 버리는 동시에 불필요한 차별의식, 선민의식을 버리는 것이 좋다. 그리고 이민 연차가 오래될수록 달라진 사회를 배우고 달라진 세대의 생각을 이해하는 너그러움도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이다.

혹시 당신도?

아래 항목 중 해당하는 사안에 표시하고 그 숫자에 대한 분석을 참조한다.

자가진단 항목은 전문 상담가와 정신과 분야 전문가들의 조언을 통해 제작했다.

이민 꼰대 자가진단 테스트

1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이민 연차, 고향, 학교, 나이를 확인해 서열을 정해야 편하다.

2 선호하는 특정 종교나 집회장소를 강권한다

3 이민 생활 가이드를 자처하며 개별적인 경험을 자주 설명한다

4 초기 이민자들에 영어 등 외국어 실력을 과시한다

5 본인이나 자녀들의 학력을 소개하고 무용담처럼 이야기한다

6 미국 내 특정 지역이나 인종 등에 대한 선입견을 강하게 갖고 있다

7 본인 또는 가족의 이민 생활이 ‘모범’이라고 생각하고 소개한다

8 주변 이웃이나 지인의 부정적인 사생활에 대해 쉽게 말한다

9 나이와 상관없이 더는 배울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10 자녀들이 한인(한국인)과 결혼해야 한다는 생각을 강하게 한다

11 이민 오기 전에 한국에서 자신이 훌륭했다고 자주 이야기한다

12 이민 초기의 사람들은 미국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다고 여긴다

**

5~6개: ‘이민 꼰대’ 잠재성 있음
7~9개: ‘이민 꼰대’가 되어 가고 있음
10~12개: 당신은 스스로 변해야 할 꼰대



최인성 기자 choi.inseong@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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