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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혼술의 꿈

김지영 / 변호사
김지영 /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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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중앙일보] 발행 2020/05/02 미주판 14면 기사입력 2020/05/01 18:54

우리는 다시 가까워질 수 있을까? 이태백은 답을 안다.

술과 달의 시인 이백, 그는 ‘혼술’의 경지를 영상화한다. ‘달 빛 아래 혼술’ 비디오의 한 장면 같은 시다.

‘꽃밭 속에 술 한 병, 같이 할 친구 없어 홀로 마시네’ 한 폭 그림이다. 그리고 비디오가 시작된다. ‘잔을 들어 밝은 달을 초대하니, 그림자까지 세 사람이 되는구나.’ 혼자가 셋이 되어 마시는 술 자리, 시선(詩仙)만이 만들 수 있는 정경이다. 그런데 '달은 술을 못 마시고, 그림자는 내 몸을 따라 다닐 뿐.’ 아쉽다. 그래도 ‘잠시 달과 그림자를 데리고, 이 봄을 즐긴다.’ ‘내가 노래를 하면 달은 이리저리 흔들거리고, 내가 춤을 추면 그림자는 어지럽게 비틀거리네.’ 아직 ‘말짱할 때는 같이 즐거움을 나누고, 취한 후에는 각자 헤어지네.’ 이러한 ‘무정의 놀음을 영원히 맺어 아득한 은하수에서 다시 만나세.'

이백의 오언율시 (五言律詩, 다섯 글자 일곱 줄 짜리 시) '월하독작(月下獨酌)'이다.

'화간일호주(花間一壺酒) 독작무상친(獨酌無相親) 거배요명월(擧杯邀明月) 대영성삼인(對影成三人) 월기부해음(月旣不解飮) 영도수아신(影徒隨我身) 잠반월장영(暫伴月將影) 행락수급춘(行樂需及春) 아가월배회(我歌月徘徊) 아무영영란(我舞影零亂) 성시동교환(醒時同交歡) 취후각분산(醉後各分散) 영결무정유(永結無情遊) 상기묘운한(相期邈雲漢).'

꽃 사이, 술잔에 빠진 달, 달빛에 드리운 시인의 그림자, 노래하고 춤 추고, 달과 그림자가 장단 맞추고… 최고의 혼술 파티이다.

마지막 귀절의 '무정유(無情遊)'. 이 세 글자가 시인이 정말 하고 싶은 말일 터. 시인의 혼술은 정에 얽매이지 않고, 세상의 이러저러한 이해 관계에 얽힐 필요가 없는 '놀음(遊)'이다.

천하의 이태백이 설마 혼자 마시고 싶어서 혼술을 했겠는가. 아마도 그는 이 시를 쓸 무렵 당시 '사회적 거리두기'의 피해자였을 것이다. 회재불우(懷才不遇), 재주를 품었지만 때를 못 만난 이백은 뛰어난 실력과 그에 걸맞은 자존심 때문에 왕따를 당한다. 당 현종 곁에서 문사 노릇을 하며 양귀비를 두고 시를 쓰기도 했지만, 그에게 뜻에 맞는 출세의 길은 열리지 않는다.

이백은 '봄날 취하여 일어나 뜻을 말하다(春日醉起言志, 춘일취기언지)'라는 시에서도 혼자 술을 마신다.

'세상 사는 일이 큰 꿈을 꾸는 것 같은데, 어찌 아등바등 사는고.' 이렇게 거대한 이야기를 툭 던지고, 술이 취해 잠이 들었다가 다시 깨어 또 홀로 한 잔. 술에 취해 크게 노래 부른다. '노래가 다하니, 정이 다 끊어진다(曲盡已忘情, 곡진기망정).'

이백에게 혼술의 끝은 '무정유' 아니면 '망정'이다. 1300년 전 이 세상에 귀양 왔던 시선은 말한다. '정(情)'에서 벗어나는 아득한 은하의 세계, 한 번 가면 다시 돌아오지 못 할거야. 혼술 혼밥의 세월이 길어지면 유정(有情)의 세계에서 멀어진다. 무정과 망정의 맛을 알게 되면 '다시 가까워 지기'에 별로 관심이 없어지리라.

'한 잔 한 잔 또한잔 (一杯一杯復一杯).' 이백이 읊은 '같이 마시기(對酌)'의 기억도 놓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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