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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 효과 '불확실성'만 확실한 팩트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현황 <2·끝> 하이드록시클로로퀸 심층리포트

70년전 ‘기생충 치료제’ 승인
2월 우한연구소 효능 첫 발표
‘안전 vs 위험’ 논쟁 3개월째

두 사진은 각각 말라리아 기생충과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세포 침투과정이다. 왼쪽사진은 전자 현미경으로 촬영했다. 둥근 모양의 말라리아 기생충이 적혈구 벽에 달라붙어 있다. 오른쪽 사진은 투과전자현미경에 잡힌 코로나19 바이러스다. 바이러스의 돌기가 아래 표피세포 수용체와 결합 직전의 모습이다. [미국 국립 앨러지·전염병 연구소 제공]

두 사진은 각각 말라리아 기생충과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세포 침투과정이다. 왼쪽사진은 전자 현미경으로 촬영했다. 둥근 모양의 말라리아 기생충이 적혈구 벽에 달라붙어 있다. 오른쪽 사진은 투과전자현미경에 잡힌 코로나19 바이러스다. 바이러스의 돌기가 아래 표피세포 수용체와 결합 직전의 모습이다. [미국 국립 앨러지·전염병 연구소 제공]

우한 논문은 시험관 시험 불과
‘예방·치료 효과’도 가설일 뿐
투여시기·적정량 데이터 전무
연구 11건중 8건 '효과 없다'
투여량 많으면 심장에 치명적
FDA·WHO 등 처방 금지 조치
미국 의사·약사협회도 반대


말라리아 치료제인 ‘클로로퀸(Chloroquine)’과 ‘하이드록시클로로퀸(Hydroxychloroquine)’의 코로나19 감염증 치료 효과에 대한 찬반 논쟁이 전세계에서 3개월째 계속되고 있다.

약을 먹어야 한다는 주장은 이미 검증된 약이라는 ‘상대적 안전성’에 기반을 두고 있다. 두 약은 각각 1949년과 1955년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얻었다. 이미 70년 가까이 판매되어온 약이니 안심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이에 반해 반대하는 쪽은 ‘기생충 치료제’로선 안전하지만 '바이러스 치료제’로는 제대로 검증되지 않아 위험하다는 주장이다. 설사 효과가 있다 해도 어떤 환자에게, 언제, 얼마나 투여해야 하는지 객관적 자료가 없기 때문이다.



상반된 의견은 지금까지 두 약의 효능을 다룬 연구결과에서 기인한다.

<표 참조>

찬반 양쪽 집단 모두 믿고 싶은 결과를 유리한 쪽으로 해석하기 때문이다. 확실한 팩트는 긍정·부정적 효과 양쪽 모두 확실하게 뒷받침할 만한 임상데이터가 아직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다. 특히 두 약이 코로나 감염을 예방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는 지금까지 단 한 건도 없다.

두 약이 주목받게 된 계기부터 작용 원리 가설, 연구결과 분석들을 정리했다. 기사의 팩트들은 한국의 기초과학연구원(IBS)의 ‘코로나19 과학리포트'와 11개 연구결과 논문 원본, 스타트업 회사 ‘굿알엑스(GoodRx)’의 연구팀장이자 약학박사인 제니터 트랜의 보고서를 참조했다. 굿알엑스의 회사 방침은 ‘환자 친화적’이다. 이 회사의 앱은 전국 7만5000개 약국 데이터베이스를 검색해 처방약을 할인가에 살 수 있도록 알려준다. 웹사이트 방문자 수는 매달 1400만 명에 달한다.

▶‘시험관’ 결과로 반짝 등장

전세계가 클로로퀸의 치료 효과 가능성을 처음으로 접한 소식은 지난 2월4일 중국 우한에서 나왔다.

이날 중국과학원 산하 우한바이러스연구소는 국제학술지 ‘셀 리서치(Cell Research)’에 한 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두 약은 코로나 바이러스가 인체 세포막을 뚫지 못하도록 돕고, 세포 안으로 침입한 이후에도 증식을 저해한다는 결과였다. 확산 초기 바이러스 온상지로 불리던 우한에서 나온 연구는 치료법을 몰라 당황하던 전세계에 희소식이었다.

높아가던 기대감은 한 달여 뒤인 3월19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한마디로 정점을 찍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두 약이 코로나 감염을 막을 수 있는 “게임 체인저”라고 극찬했다. 전세계 병원들은 속속 치료제로 이 약을 처방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우한에서 발표된 논문에는 맹점이 있었다. ‘시험관내 실험(vitro study)’ 결과였다. 통제된 환경에서 세포를 감염시킨 뒤 약의 효능을 관찰한 것이었다. 동물이나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이 아니다. 시험관 세포 효과가 실제 약으로 승인되는 경우는 1%도 되지 않는다.

▶작용 원리, 엇갈리는 주장

시험관 결과 그대로가 인체에 작용될 수 있다면 두 약은 백신과 치료제 모두 쓰일 수 있는 만병통치약이다. 현재 전세계에서 개발중인 1000여 건의 신약들이 모두 필요 없어진다는 뜻이다.

가설에 따른 예방 원리는 이렇다. 기생충이나 바이러스 등 외부물질이 세포내로 침투하려면 ‘엔도솜(endosome)’이라는 세포소기관의 산성도가 적정 수준이 되어야 한다. 클로로퀸은 이 산성도를 낮춰 말라리아 감염을 막는데, 같은 원리로 코로나바이러스의 침투를 막을 수 있다는 가설이다.

하지만 코로나바이러스는 말라리아와 달리 뿔 모양의 ‘스파이크 단백질’을 세포벽에 찍어 내부로 침입한다. 엔도솜의 산성도 메커니즘이 적용되기 어렵다는 뜻이다.

클로로퀸의 또 다른 바이러스 예방 작용 가설도 있다. 2000년대 초반 유행했던 ‘사스(SARS) 바이러스’ 억제에 클로로퀸은 효과를 보였다. 생쥐를 실험한 결과였다.

사스바이러스는 코로나19와 유사한 사촌뻘이다. 둘다 스파이크 단백질로 세포를 찍어 침투한다. 바이러스가 세포를 찍을 때 공략하는 포인트가 세포벽에 있는 ‘ACE2’라는 단백질(세포수용체)이다. 바이러스는 이 단백질과 결합해야만 세포 안으로 들어올 수 있다. 그 결합 과정을 '글리코실화'라고 하는데 클로로퀸이 이를 방해해 세포내 침투를 막는다.

그러나 이 가설에 대한 회의적 시각도 있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사스에 비해 ACE2에 더 빨리, 단단하게 붙는다. 그래서 3배 더 많은 바이러스를 생산한다. 사스에서 입증된 클로로퀸의 글리코실화 방해 기능이 더 강력하게 보완되지 않으면 예방이 어렵다는 뜻이다.

클로로퀸이 예방은 못해도 치료제는 될 수 있다는 주장은 인체의 ‘오토파지(autophagy·자가포식)’ 기능과 관련이 있다. 오토파지란 세포 내 노폐물을 청소하는 시스템이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이 오토파지의 활성화를 이용해 자가복제한다. 두 약이 이 오토파지를 억제해 바이러스의 증식을 차단한다는 논리다. 그러나 이를 반박하는 주장도 있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은 2012년 연구조사를 인용해 “바이러스가 증식하는데 오토파지가 반드시 필요하지 않다는 증거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결과 치료 vs 악화

11개 연구조사의 논문 원본을 찾아 발표일, 장소, 투여량, 결과들을 표로 비교했다. 같은 약에 대한 연구인데도 대조가 뚜렷하다. 효과가 있다는 결과가 3건, 없거나 악화시킨다는 결과가 8건이다.

엇갈린 주장들을 바르게 이해하려면 도출된 사실들을 모아서 비교해야 한다. 표에서 알 수 있듯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는 모두 3월 이전에 확산 초기에 나왔다. 또 참여환자 수가 최대 100명 정도에 불과한 소수를 대상으로 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충분한 검증시간을 거치지 못했고, 확실한 치료효과를 본 환자수가 그리 많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반대로 효과가 미비하거나 오히려 악화 위험이 있다는 결과는 3월 이후부터 현재까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상대적으로 관찰 기간이 길어지면서 나온 결과다. 또 연구 대상 환자 수가 거의 10만 명에 달하는 임상데이터로서 최대 규모의 조사까지 발표됐다. 지금까지의 연구결과로만 본다면 객관적인 신뢰도는 효과가 없다는 쪽에 기울 수밖에 없다.

▶계속 켜지는 빨간불

클로로퀸의 문제는 복용시 효과가 없는 데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특히 투여량이 많을수록 부작용은 심각하다. 현재까지 코로나19 환자에 대한 ‘적정 투여량’에 대한 임상데이터가 없으니 약은 독이 되기 쉽다. 두 약을 말라리아 치료용으로 처방할 경우 최소 1주일에 400mg짜리 1알을 먹는다. 표로 정리된 연구결과에서 대부분의 코로나 감염환자들은 1주일 분량 400mg 이상을 매일 복용했다. 단순 수치로 따져도 7배를 넘는 양이다.

부작용은 심각하다. 클로로퀸은 설사, 청각, 시력 상실 등이 있을 수 있고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은 심장에 무리를 줄 수 있다. 특히 항생제 아지트로마이신과 함께 투여하면 심장에 치명적일 수 있다.

부작용이 있는데다 사망률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까지 나오면서 3개월 전 샛별처럼 등장했던 이 ‘기생충 치료제’들의 처방 금지 조치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24일 FDA를 시작으로 2일 유럽연합(EU)에 이어 프랑스, 이탈리아, 벨기에로 이어졌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지난 25일 부작용 우려로 코로나19 치료제 실험에서 배제했다.

미국내 의료계도 회의적인 입장이 다수다. 각각 최대규모의 전문의, 약사 단체인 미국의학협회(AMA)와 미국약사협회(APhA)는 지난달 17일 공동성명서를 통해 코로나19 치료제로 두 약을 처방하는데 ‘강력히 반대(strongly oppose)’했다.

또 지난달 21일 국립보건원(NIH)도 심각한 부작용 가능성을 들어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코로나19 치료 목적으로 항생제와 함께 복용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의 전문가 패널 보고서를 발표했다.

지금까지 두 약의 안전성에 대해 가장 팩트에 가까운 답변은 파우치 소장의 발언이다. 그는 27일 방영된 CNN 인터뷰에서 “하이드록시클로로퀸 사용을 금지해야 하는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그 약의 효과가 부족하다는 과학적 자료는 아주 명백하다”고 말했다.

현재로서는 두 약에 대한 ‘불확실성’만 확실한 사실이라는 뜻이다.


정구현 기자 koohyun@koreadaily.com chung.koohyun@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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