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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칼럼] 원격수업 시대의 ‘아날로그’ 학부모

온라인 수업이 처음 시작되던 3월 말까지만 해도 아이들의 공부에만 신경 쓰던 학부모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교사와 카운슬러들과의 상담도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지금은 “아이들만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한숨 짓는 한인 학부모들이 이어진다. 가장 큰 어려움은 첨단 장치 사용법이다.

며칠 전 온라인으로 진행된 오픈하우스에 참석했다는 한 학부모는 “다른 학부모들이 나를 본다는 생각도 못하고 잠옷을 입은 채로 침대에 누워서 전화를 했다”며 “어떡하면 좋냐”고 발을 동동 굴렀다.

이 학부모는 “나름대로 첨단 시설을 사용 한다고 자신했는데 막상 온라인으로 영상회의를 한다고 하니까 잘 모르겠더라”며 “게다가 전화기 속에 보이는 얼굴이 1~2명 밖에 없다 보니 얼마나 많은 학부모가 나를 볼지 알아채기도 힘들었다. 그러고 보면 아이들이 그런 환경에서 열심히 공부하는 게 대단하다”고 했다.

고등학교 카운슬러와 교사와 함께 화상으로 상담했던 또 다른 학부모의 이야기도 비슷하다.



“저녁식사 시간대에 온라인 상담이 잡혀있길래 가족들과 식사하면서 통화했다”며 “나중에서야 내 목소리와 모습이 전화기 카메라를 통해 상대방에게 생중계되고 있다고 깨달았다. 밥 먹으면서 나눈 대화를 교사와 카운슬러가 다 들었을 거라고 생각하니 지금도 얼굴이 다 화끈거린다”고 전했다.

모든 매체가 원격수업 시대를 전하고 있지만 학부모들이 이를 실감하는 장소나 기회는 사실 많지 않다. 학교가 아닌 집에서 수업을 받기 때문에 자녀와 집에서 지내야 한다는 점이 아마도 원격 수업을 실감할 수 있는 가장 많은 부분일 것이다.

또 업무 때문에 온라인으로 콘퍼런스를 듣거나 업무를 처리하는 경험이 많지 않다면 온라인 수업이 얼마나 힘든지도 실감하지 못한다. 게다가 현대인은 일상 속에서 늘 인터넷을 사용하기에 온라인 수업도 마치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수준으로 이해할 뿐이다.

그러다 보니 자녀들은 이미 알고 사용하는 화상통화 에티켓도 모르는 한인 학부모들을 만난다. 예를 들면 여러 명이 참여하는 화상 콘퍼런스에 참석해 웹캠과 소리를 켜놓고 자신의 얘기를 다른 사람과 나누거나 장소를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것이다. 상대방이 말을 해주지 않으면 알 수 없기에 계속 비슷한 행동을 반복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LA고등학교의 지경희 카운슬러는 “화상회의에 참석한다면 발언할 경우에만 소리를 켜놓거나 회의 중간에 화면 밖으로 나가야 한다면 웹캠을 차단하고 나가야 다른 사람들을 방해하지 않는다”며 “화상으로 모든 업무가 이뤄지다 보니 화상통화나 콘퍼런스에 대한 에티켓을 지키는 게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자녀의 수업도 마찬가지라고 지 카운슬러는 전했다. 지 카운슬러는 “자녀가 수업을 들을 때 방 안에 돌아다니거나 방해하는 것은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이라며 “가능한 자녀의 웹캠 화면 배경을 단순화시키고 옷도 학교 로고가 있는 티셔츠 등을 입게 해 자칫 온라인에 사생활이나 개인정보가 드러나지 않도록 보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코로나19 사태로 갑작스럽게 맞은 온라인 수업이 가을학기가 시작되면서 점차 자리를 잡아간다. LA통합교육구(LAUSD)에 따르면 개학 후 학생들의 출석률은 80%가 넘는다. 자녀가 정상적으로 등교해 공부할 수 있도록 학교 문을 열어달라는 학부모들의 요구가 이어지지만 앞으로 이런 수업은 대세가 될 것이라는 게 교육자들의 전망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부터라도 온라인 에티켓은 배워야 한다. 그래야 나중에라도 자녀와 ‘쿨’하게 통한다.


장연화 / 사회부 부국장·중앙교육연구소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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