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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In] “제발 그만 좀 싸우세요”

마지막 질문은 허를 찔렀다.

“뉴스마다 온통 공화당과 민주당이 싸우는 이야기뿐입니다. 또 시민들끼리 싸우는 소식만 들립니다. 대선 토론에서도 두 후보 간 서로 물고 뜯고 싸우기만 했죠. 우리나라 지도자들이 사이좋게 지내지 못한다면, 국민들이 어떻게 사이좋게 지낼 수 있을까요?”

7일 밤 유타에서 열린 부통령 후보 토론회의 승자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도, 카말라 해리스 후보도 아니었다. 5800만 명이 지켜본 이날 토론의 대미를 장식한 질문자였다.

사회자 수전 페이지는 유타주 스프링빌 주니어하이의 8학년생인 브레클린 브라운의 질문을 대신 읽었다. 부통령 토론에 앞서 유타주 대선토론위원회와 주교육위원회가 개최한 부통령 후보 토론회 질문 콘테스트에서 700명 중 1위로 뽑힌 질문이다. 이날 토론회 기획진의 의도와 선택이 무릎을 치게했던 순간이다.



소녀의 원초적 궁금증은 질문이라기보단 꾸짖음에 가깝다. ‘어른 노릇 제대로 하라’는 소녀의 충고는 두 후보뿐만 아니라 토론을 지켜본 어른 중 한 명으로 낯이 뜨겁기까지 했다.

소녀는 사이좋게 지내라는 표현을 ‘get along’이라고 썼다. 부모들이 자녀들에게 학교에서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내라고 할 때 쓰는 말이다. 어른들이 밥 먹듯이 하는 잔소리를 거꾸로 어른들에게 던진 셈이다.

소녀의 질책은 계속된다.

“지금 미국의 수도는 화합하지 않고 존중하지 않는 나쁜 사례의 도시로 변하고 있습니다. 누구든, 어떤 쪽에 서있든 다들 자기 말을 들어주기만 바랄 뿐 상대방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거나 이해하려하지 않습니다.”

백악관, 의회에 출입하는 어떤 기자들도 꺼내지 못한 냉정한 비판이다. 대통령의 실책만 지적하고 잘했다 칭찬하지 않는 언론도 문제지만 대통령의 실책은 지적하지 않고 잘했다 칭찬만 하는 언론도 문제다. 그 중간에서 국민은 진실을 찾지 못해 혼란스러워하거나 믿고 싶은 것만 믿을 수밖에 없게 된다. 왜곡이고 호도다.

소녀는 해결책을 숙제와 함께 던졌다. “누군가 이런 말싸움과 분노의 악순환을 깨지 않는다면 아무것도 변할 수 없습니다. 단지 의견이 다르다는 이유로 국가가 양분되는 것을 막는 책임은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있습니다. 두 후보님들이 모범을 보이신다면 모든 불화가 화합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후보님들이 지지하는 대통령 후보들은 어떻게 나라를 화합하고 치유하실 수 있나요?”

앞서 85분간 다름을 놓고 싸웠던 두 후보는 아마 가슴 한켠에서 아차 싶었을지도 모른다. 서로 상대가 잘못하고 있다는 손가락질이 대부분이었던 탓이다. 민주당 후보는 현 정부의 코로나 대응 실책이라는 ‘과거’에 대한 지적에만 매달렸고, 현 정부의 넘버 2는 좌익으로 치우칠 수 있는 ‘미래’를 경고하기 바빴다.

무엇보다 러닝메이트로서 차기 대통령 후보가 ‘통 큰 지도자’임을 부각했어야 했다는 때늦은 후회도 들었을지 모른다. 이전 1차 토론 때 마치 유치원생들처럼 싸우던 두 대통령 후보의 이미지를 개선하는데 주력하는 것이 옳았을지 모른다. 또 국민을 어떻게 화합할 건지, 어떻게 '등따시고 배부르게' 할 건지, 국가적 위협에 어떻게 대처할 건지 말하지 못했다는 자책도 들었을지 모른다.

소녀의 질문은 보수와 진보, 백인과 유색인종, 기득권과 소외계층으로 나뉘어 있지 않다. 우린 원래 하나의 국민이라는 따끔한 충고였다. 두 후보가 이번 토론에서 얻어야 할 것은 ‘내가 더 잘했다’는 평가가 아니다. 공화, 민주 이전에 국민을 위한 정치가 우선돼야 한다는 본질적 고민이다.

소녀의 물음에 대한 두 후보의 대답에는 안타깝게도 그 고민이 담겨있지 않았다. 펜스 부통령은 이렇게 말했다.

“선거가 끝나면 우린 미국 국민으로 하나가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마지막 답변은 허상처럼 들렸다.


정구현 선임기자 chung.koohyun@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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