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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글을 읽지 못했던 이백의 손녀

김지영 / 변호사
김지영 /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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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중앙일보] 발행 2020/10/27 미주판 21면 기사입력 2020/10/26 19:18

이백(자는 태백)은 이름없는 시골 노인네로 죽는다. 60을 넘기고 반 년쯤 더 살다가 아들 집에서 명을 다한다. 그가 정확히 언제 어떻게 세상을 떠났다는 기록은 없다. 술에 취해 물에 비친 달을 잡으려다 강에 빠져 하늘로 갔다는 이야기는 그의 임종을 신선의 낭만적 퇴장으로 미화한 것일 뿐.

아들 보친이 그를 묻는다. 비목조차 없는 초라한 무덤, 아들이 할 수 있는 일은 그 뿐이었다. 보친은 동네 소금 가게 서기로 일하고 있었다. 그 자리조차 이백이 살아있을 때 그의 시를 좋아했던 지방 관리가 주선해 준 것. 시인의 천재성은 대물림하지 않았다.

이백은 38세에 첫 아이를 얻는다. 딸, 이름은 핑양. 그리고 40에 첫 아들 보친이 태어난다. 첫 부인은 보친을 낳은 후 곧 죽는다. 보친의 어릴 때 이백이 부르던 이름은 ‘밍웨이노(明月奴·작은 밝은 달 아이).’

이백은 이 아이들을 집에 두고 세상을 주유한다. 그래도 방랑 중에 아이들을 보고픈 아버지의 마음을 담은 시를 남긴다. “집 동편에 있는 복숭아 나무… 내가 심은 나무… 그 나무 아래 두 아이… 누가 그 아이들 어깨를 두드리며 가여워하리.”

지상으로 귀양온 신선, 이백은 죽을 때가 돼서야 보통 사람의 삶을 살아본다. 마지막 여행 길에 그의 친구 집을 찾는다. 친구는 죽고 그의 부인과 아들이 이백을 위해 저녁을 짓는다. 쌀이 없어서 아들이 호수에 들어가 야생 벼를 훑어서 방아를 찧어 밥을 짓는다. “밝은 달 소반 그 밥을 보고 세번 감사를 한다. 그러나 목이 메어 먹지 못한다.”

그리고 그는 아들에게 노구를 의탁한다. 시인 이백은 평범한 죽음을 맞는다. 사후 1년 뒤에 나온 그의 시문집 편집자는 이백이 어딘가 살아서 시를 쓰고 있으리라고 적는다. 또 1년이 지난 다음 당나라 황제가 그를 궁정의 학사로 임명한다는 첩지를 이백이 살던 당투의 관아로 보낸다. 현지 관아에서도 그가 어디 있는지 살아있는지 알지 못한다.

또 50년이 지난다. 육신으로서 이백의 자취는 사라진다. 그래도 그의 시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이백의 흔적을 찾는다. 황궁의 검수관이 당투를 찾아와 이백의 후손과 묘를 찾는다. 그의 묘는 수풀에 덮여 겨우 흔적만 남은 상태.

그리고 며칠 후 30대 두 여인이 관아에 찾아온다. 이백의 손녀딸, 보친의 딸. 글을 읽을 줄 모른다. 가난한 농부의 아내로 어렵게 산다. 보친에게는 아들도 하나 있었는데 그는 행방불명.

황궁에서 온 손님은 이백의 손녀에게 묻는다. “더 좋은 남편을 구해 줄까?” “아니오, 우리 운명이지요.” “할아버지 묘를 남쪽 산으로 옮겨 주세요. 거기에 묻히시기를 원했다고 해요.”

관아에서는 그들의 소원대로 이백의 묘를 이장해주고 두 손녀딸 집에는 세금과 부역의 의무를 면제해준다.

이백의 집안은 삼대 만에 문맹가가 된다. 1300년 전 시선의 천재 DNA 지금도 어디에 숨어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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