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R 코드까지 동원…진화하는 보이스피싱
바쁜 한인 식당에 “가스 끊겠다” 얼 빼놔
발신 번호 살펴보니 남가주 가스 컴퍼니
3400불 피해…전화로 돈 요구하면 사기
남성 사기범은 지난 3일 식당 직원들이 고객 응대에 바쁜 저녁 무렵 전화를 걸어와 영어로 “식당 어카운트를 연 이후, 디파짓을 내지 않았다. 10분 후에 가스 공급을 차단하겠다”고 말했다.
깜짝 놀란 식당 직원이 가스 차단을 면할 방법을 묻자 이 남성은 이메일로 QR 코드를 보낼테니 월마트, 세븐일레븐, CVS 등지에서 선불 카드를 사고 QR 코드(사진)를 이용해 디파짓을 내라고 설명했다.
직원이 구글 서치로 확인한 결과, 콜러 아이디에 뜬 전화 번호는 남가주 가스 컴퍼니의 것이었다. 이메일 발신자 주소도 마찬가지였다.
사기범은 “난 곧 퇴근해야 하고, 한 번 가스가 끊기면 복구에 4~5일이 걸리니 서둘러 입금해야 한다”며 압박을 가하는 고도의 심리전까지 구사했다.
김 대표는 “QR 코드를 스캔해보니 돈 받는 이의 정보는 없었다. 찜찜했지만 만일 진짜로 가스 공급이 중단되면 고객은 어떡하나란 생각이 들어 698달러를 송금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송금한 지 5분이 지난 뒤, 이번엔 다른 남성이 식당 측에 전화를 걸어왔다. 그는 자신이 수퍼바이저라며 “원래 1698달러를 내야 하는데 담당자가 실수로 698달러만 이야기했다. 1000달러를 더 보내야 한다”고 말했다.
식당 측이 1000달러를 추가로 보내자 또 다시 수퍼바이저란 남성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사기범은 1698달러를 한 번에 보내지 않아 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니 1689달러를 한꺼번에 보내주면 나중에 디파짓 전액을 돌려주겠다고 했다.
식당 측이 시키는대로 하자 또 사기범의 전화가 왔다. 그는 “마지막으로 송금한 돈 중 1500달러의 처리가 지연되고 있으니 다시 한 번 돈을 보내라”고 요구했다.
김 대표는 “가뜩이나 의심을 품고 있던 차에 그 말을 듣고 백퍼센트 사기라고 확신하고 전화를 끊었다. 사기 수법이 교묘해 다른 한인이 피해를 입을지 몰라 제보를 결심했다. 돈을 찾을 가능성이 없는 것 같고 바빠서 경찰에 신고하진 않았다”고 말했다.
유틸리티 회사 또는 공공기관을 사칭하는 보이스피싱 사기는 전부터 존재해왔다. 그러나 최근엔 실제 회사, 기관에서 전화를 건 것처럼 속이거나 잠재적 피해자가 확인 전화를 할 경우, 공범이 회사, 기관 직원 행세를 하는 등 치밀한 수법을 동원하고 있다.
수사 당국에 따르면 유틸리티 회사나 공공기관의 경우, 전화로 체납요금 등을 급히 송금할 것을 요청하지 않기 때문에 이런 요구를 받으면 의심해야 한다.
당국은 보이스피싱 사기 예방을 위해 ▶급히 돈을 내라고 요구하면 전화를 끊고 해당 회사, 기관을 접촉해 직접 확인할 것 ▶수상한 전화가 걸려올 경우, 개인정보를 알려주지 말 것 등을 권고하고 있다.
임상환 기자 limsh@koreadaily.com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