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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칼럼] 코로나 사태와 ‘아모르 파티’

세상에는 기를 써도 안 되는 일이 있다. 인간의 한계다. 특히 자연 재해 앞에서 인간은 너무나 왜소한 존재라는 사실을 자주 깨닫는다.

병마도 마찬가지다. 건장한 체구의 젊은이가 고목 쓰러지듯 한순간에 병마의 희생자가 되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보고 듣는다. 지금 세상을 뒤덮고 있는 코로나바이러스 이전에도 수많은 전염병이 세상을 초토화한 적이 있다. 단지 현재 살아 있는 우리가 이런 경험을 처음 하는 것일 뿐이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인간의 능력에 한계는 없다”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렸다” “한계는 한계를 정하는 순간에 생긴다”와 같은 말을 많이 듣고 자랐다.

물론 정말 말도 안 되는 신체 조건과 환경 속에서 초인적인 삶을 산 위인이 적지 않다. 대중은 그래서 그들을 위대한 사람, 즉 위인이라고 부른다.



18세기 후반 조선 시대를 살았던 다산 정약용도 그런 위인 가운데 하나다. 어릴 적 천연두에 걸렸으나 명의를 만나 목숨을 건진 것부터 시작해 그의 삶은 풍파로 가득하다. 9세 때 모친을 여의고 계모 밑에서 자랐어도 명석한 두뇌를 바탕으로 학문에 매진한다. 고위 관료를 지내지만 천주교 신자라는 이유로 수많은 시련과 고난을 겪는다. 미관말직으로 좌천되고 유배 생활을 한다. 그러나 그는 이런 견딜 수 없는 고통과 시련 속에서도 책을 놓지 않고 학문 연구에 전념해 대학자로 이름을 떨친다.

그는 ‘경세유표’와 ‘목민심서’ 외에도 사상·정치·경제·의학·천문·지리·자연·수학 등 수많은 분야에 주옥같은 업적을 남겼다.

독일의 유명한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도 절대 평범하지 않은 인생 여정을 걸은 사람이다. 그는 어려서부터 몸이 약했다. 평생 만성질환과 시력 상실에 시달렸고 정신적으로도 문제가 있었다. 가족이나 사랑도 실망과 좌절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이런 한계 속에서도 그는 철학에 대한 열정을 놓지 않았다. 또 끊임없이 글을 쓰고 작곡과 시 쓰기, 피아노 연주, 걷기 등을 즐겼다. 그는 삶의 고통은 물론이고 운명도 모두 기꺼이 받아들이면서 지금 이 순간 할 수 있는 것을 최대한 즐기려 했던 것 같다.

21세기 한국에서 트로트 가수 김연자까지도 니체의 사상 가운데 하나인 ‘아모르 파티(Amor fati)’를 신나게 불러 재끼고 있다. 라틴어인 아모르 파티는 고통, 상실, 좋고 나쁜 것을 포함하여 누군가의 삶에서 발생하는 모든 것이 운명이며 그 운명을 받아들이고 그것을 사랑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헬렌 켈러의 삶 역시 너무도 유명하다. 유아 시절 앓았던 성홍열과 뇌막염 때문에 시각과 청각 중복 장애인으로 평생을 살게 된 그는 모든 장애를 극복하고 작가이자 교육자, 사회주의 운동가로 활동했다. 신체적인 장애가 삶의 장애가 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인물로 꼽힌다.

코로나19 사태가 최악을 향해 내달리고 있다. 이제는 정말 나와 상관없는 일이 아닌 지경까지 이르렀다. 함께 일하는 사람이, 같이 학교에 다녔던 선후배가, 심지어 내 가족이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되고 있다. 백신 접종이 시작됐지만 모든 사람에게 혜택이 돌아가기까지는 최소 수개월이 더 걸릴 전망이다.

“아니 어떻게 이런 일이….” “세상에 별일 다 겪습니다.” “정말 지치네요.”

지난 수개월 동안 가장 많이 들은 말이다. 하지만 이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는 말이 있듯이 코로나19도 종국엔 사라질 것이다. 다만 시기의 문제일 뿐이다.

따라서 언제까지 지금과 같은 상황을 힘들어하고 탓만 하며 지낼 수는 없다. 지금 주어진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즐기려는 자세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아모르 파티를 힘차게 부르며 내일을 준비하자.

세상에는 기를 써야 하는 일도 있다. 인간만이 가진 능력이다. 그리고 그 능력을 발휘하는 사람만이 미래를 가질 수 있다.


김병일 /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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