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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칼럼] 아이스 컵 하나의 깨우침

오랜만에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커피점을 찾았다. 지난해 LA한인타운에 매장을 오픈한 커피점 ‘블루보틀’이다. 새로 오픈한 커피점은 대부분 찾아가 보는 편이지만 팬데믹 기간이어서 가보지 못했다. 물론 다운타운 매장을 여러 번 가본 적이 있기 때문에 커피 맛에 대한 별다른 궁금증이 없었던 탓도 있다.

LA한인타운 매장이어서인지 왠지 모를 친근감이 들었다. 타인종 직원들인데도 한국말로 주문해도 알아들을 것 같은 착각마저 들었다. 추운 날씨였지만 따뜻한 햇볕에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다. 커피가 내려지는 모습을 보고 있는데 한 직원이 따뜻한 커피를 담는 종이컵에 얼음을 채우고 있었다. 처음에는 ‘뭐지, 차가운 음료를 담는 컵이 다 떨어졌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커피를 받으러 가까이 가서 보니 컵이 살짝 다르다는 것을 알았다. 차가운 음료를 담을 수 있는 사탕수수로 만든 친환경 컵이다. 빨대를 사용하지 않거나 친환경 소재를 사용하는 커피점들은 많아졌지만 아이스 컵 자체를 친환경 컵으로 사용하는 곳은 드물어서인지 생소하면서도 다시 찾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코로나 팬데믹 이전만 해도 친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거나 친환경 소재의 일회용 용기를 사용하는 업체들이 늘고 있었다.

하지만 팬데믹으로 이러한 분위기는 한순간에 무너졌다. 위생과 인건비 절약을 위해 식당들은 일회용품 사용을 늘렸다. 특히 식당의 실내외 영업이 전면 중단됐을 때는 투고(배달)가 많아지면서 일회용품 사용이 급증했다. ABC뉴스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1인당 플라스틱 사용이 25~30%까지 증가했다.



팬데믹이 시작된 후 한동안 잊고 살고 있었다.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블루보틀에서 커피를 마신 후 다시 생활을 들여다보게 됐다. 엄청난 양의 일회용 용기들이 생활 속으로 들어와 있었다.

팬데믹 이후 투고하는 횟수가 많아지고 있다. 한번은 타이 음식을 주문했다. 팟타이와 닭꼬치 등 3가지 음식을 주문했다. 여기에 딸려온 일회용품은 3개의 플라스틱 박스와 3개의 나무젓가락과 포크 그리고 플라스틱으로 된 소스 통 4개다.

주말 한인마켓에서 쇼핑을 했다. 채소부터 어묵, 삼겹살, 떡볶이 등 한가득 카트에 담았다. 계산을 하려 보니 또 장바구니 가방을 가져오는 것을 잊었다. 팬데믹 이후 어느 사이 플라스틱 봉투에 다시 익숙해지고 있었다. 몇 번을 써도 터질 것 같지 않은 질긴 플라스틱 봉투 3개를 계산했다.

스타벅스에 갔다. 빨대를 퇴출하기 위해 빨대가 필요 없는 뚜껑을 사용하고 있었지만, 옆에 비치된 빨대를 은근슬쩍 집어 들었다. 부끄러운 모습이고 무책임한 행동이다.

한국에서 나온 기사 하나가 눈에 띄었다. 빨대에 관한 기사였다. 지난해 11월 매일 유업에 택배 상자가 하나 도착했다. 그 속에는 200개의 빨대와 함께 편지 29통이 들어 있었다. 전남 영광중앙초등학교 6학년 2반 학생들이 쓴 편지다. “빨대는 바다 생물들에게 해로운 영향을 줄 수 있어요” “저는 앞으로 이 빨대가 붙어있는 제품을 사용하지 않겠습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이후 매일유업은 2주 만에 생산하는 우유제품 포장지에 붙어 나오던 빨대를 모두 제거했다.

일회용품 사용은 편리하고 쉽다. 하지만 그렇게 누렸던 편함이 언젠가는 부메랑이 되어 우리를 삶을 위협할 수 있다. 쓰레기로 인해 자연이 파괴되고 오염되면서 우리는 팬데믹이 끝난 후에도 또다시 마스크를 써야 할지 모르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팬데믹으로 잊고 있었던 친환경에 대해 다시 생각해 봐야 할 때다. 그래야 아직은 간직하고 있는 아름다운 자연을, 우리의 일상을 지킬 수 있다.


오수연 / 경제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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