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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칼럼] 미래의 후손이 평가할 지금의 우리

생일이나 기념일 등 경조사가 있을 때 식구들이 모이면 지난 시기를 ‘시간차를 둔 평행’으로 이야기하곤 한다. 예를 들면 돌아가신 어른이 오늘 생일을 맞이한 아들의 나이에는 어떤 일을 하며, 어떤 환경에서, 어떤 꿈과 희망을 말했는지 생각해 보는 것이다. 부모님이 현재 내 나이였을 때 모습을 돌이켜 생각해보는 것인데, 때로는 흥미롭기도 하지만 일제와 전쟁을 겪은 그들의 힘겨운 삶을 떠올리면 마음이 아파온다.

하지만 미국에서 자란 아이들은 잘 모르는 내용이다 보니 시큰둥할 수밖에 없다. 이럴 때 아이들에게 던지는 질문이 있다.

“너희들이 엄마 아빠의 나이가 되면 지금의 너희 스스로의 모습을 어떻게 생각할 것 같니?”

질문이 도전적이기도 하고, 설득력도 있었던지 아이들은 이내 상상력을 발휘한다. 어른이 되어서 오늘 자신들의 모습을 각종 소셜미디어를 뒤져서 다시 찾아보고 예전의 모습을 신기하게 바라볼지도 모른다.



어른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선친이 40~50대 때 가족을 지키고 꾸리던 모습을 떠올려본다. 지금 나는 그 나이가 되었지만 당시 어린 아이의 눈으로 봤던 어른들의 모습을 지금 다시 떠올리면 다시 가슴이 먹먹해진다.

‘백투더퓨처’나 ‘응답하라’ 시리즈가 인기를 끄는 것도 같은 맥락이 아닐까 싶다.

그렇다면 하루에도 수없이 쏟아져 나오는 뉴스들을 통해 본 우리 사회와 지구촌의 모습은 20~30년이 지나 지금의 아이들이 불혹이 되어서 다시 본다면 어떨까. 이 아이들이 사회를 이끄는 어른이 되어 지금의 어른들이 내린 결정과 판단, 행동을 어떻게 평가할까.

“20년 전인 2020년 쯤에는 팬데믹으로 전세계적인 경제 불안과 실업, 무역 불균형이 가속화됐습니다. 여기에 약소국가와 경제적인 기반이 취약한 커뮤니티들은 높은 범죄율과 실업률에 시달렸으며, 미국은 홈리스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길거리와 고속도로 인근에는 텐트와 천막이 장사진을 이루기도 했습니다.”

2040년 대학 교재에 나올 만한 내용을 상상해 봤다. 후손들은 지금의 리더들이 경제, 환경, 무역에 대한 장기적인 과제에 일관되고 지속적인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했으며, 그나마 남아 있던 유엔도 강대국의 논리에 눌려 매우 형식적인 몸짓을 내놓는데 급급했다고 평가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수년 내 획기적인 변화가 있다면 교재에는 이런 내용이 삭제되고 성과와 축하가 담길 것이다.

또한 팬데믹은 어떤가. 예방조치의 부실은 물론 사후에도 백신개발과 배포, 접종에서 체계적인 오류가 속출했다고 기술할 것이다. 동시에 일부 대중의 접종 기피현상이 두드러지면서 접종 정책 자체가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고 쓸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그러지 않길 바라지만 이런 부실대응으로 2030년 또 다른 팬데믹이 유발됐다는 뼈저린 뉴스가 기록될 수도 있다. 지금의 인류가 1·2차 세계대전과 원폭투하 등을 뼈저리게 후회하고 반성하듯이 말이다.

“세상사 다 그렇지 뭐”라는 말을 우리는 쉽게 한다. 정치 리더들은 표를 얻기 위해 그런 실수를 감수하고, 기업과 재력가들은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당장의 오류를 과소평가하기 쉽다는 말을 줄인 것일 테다. 안타깝지만 인류는 때론 무모하고 부실한 판단을 내리며, 엄청난 결과를 받아들여야 하면서도 실수를 반복한다.

하지만 우리는 최소한 ‘지금의 우리’에 매몰되지 말고 ‘미래의 우리’는 물론 ‘우리가 만든 현재를 평가할 미래의 후손들’ 입장에서 지금을 볼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가족들이 모여서 나누는 ‘시간차 평행’ 이야기는 두렵긴 하지만 또다시 힘을 낼 동기부여가 되기도 한다.

그건 앞으로의 시간과 일들이 적어도 아직은 우리에게 ‘기회’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최인성 / N팀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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