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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칼럼] ‘우리 안 차별’의 불편한 진실

“제발 우리를 차별하지 말라, 우리를 죽이지 말라.”

지난 주말 내내 LA한인타운 올림픽 거리에 퍼진 한인들과 아시안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생각이 깊어졌다. 특히 어린 청소년들의 목소리는 큰 울림이 있었다.

차별은 특정 인종, 계층, 상황에 있는 사람들에게 불평등한 방식으로 처우하고 대접하는 것을 말한다. 사회적 윤리를 가르칠 때 최대의 적으로 묘사되는 행위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이런 것들이 낯설지 않다. 우리는 미국에서 남들을 이런저런 이유로 차별하고 있지는 않을까. ‘안 한다’는 대답이 힘차게 나오지는 않는다. 그것은 내 안에 또는 우리 안에 차별의식이 뿌리깊게 자리하고 있다는 반증이 아닐까.



물론 ‘개인’으로는 우리 모두 질서와 법을 잘 지키고, 타인에게 예의를 갖추는 멋진 시민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적어도 그렇게 믿고 싶어한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 갈 길이 멀다.

물론 이런 우리들의 모습을 뒷받침할 구체적인 통계나 조사는 없다. 하지만 분명히 ‘우리’는 다른 인종을 차별하고 우리 스스로처럼 여기지 않는다.

문제는 이 먼 길을 잘 가지 않으면 즉, 우리 안의 차별 의식과 행위를 종식시키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계속 차별을 받을 것이다. 아니라고 발끈할 분들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이는 ‘불편한 사실’ 이다.

우리는 주변에 가장 많이 거주하고 살아가는 라틴계 이웃들을 무시한다. 시끄럽고, 지저분하고, 예의 없고, 영어도 어눌하다고 무시한다. 약속을 쉽게 지키지 않아도 그들이 먼저 양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학교 졸업은 했냐며 배운 것이 없다고 함부로 대하기도 한다. ‘우리’는 그렇다.

그뿐인가. 한국어로 욕도 많이 한다. 쌍욕을 하도 해대서 이젠 라티노들이 한국 욕을 ‘찰지게’ 한다는 웃지 못할 현실이 한인타운에는 존재한다.

차별과 증오의 질량은 마치 보존의 법칙이라도 적용되는 것처럼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확대 생산되는 것은 아닐까.

얼마 전 한 기사 댓글에서 한인 핸디맨 또는 플러머들에게 조수로 같이 일하는 일용직 라티노들에게 제발 한국어 욕설을 하지 말라고 부탁하는 내용을 본 적이 있다.

반추해보니 내게도 있었던 경험이다. 크게 제지에 나서지 않았던 내 모습도 부끄럽게 오버랩 됐다. 남의 인권은 이런저런 핑계로 무시하면서 내가 당하는 차별에는 매우 예민한 것이 ‘우리’다.

우리는 피부색이 더 짙은 다른 아시안들이나 초기 이민자들도 무시한다.

한인타운이 현재의 모습까지 성장한 것은 매우 놀랍고 훌륭한 일이다. 하지만 한인타운이 정말 다른 사람들, 새로운 사람들을 포용하고 너그럽게 돕는 곳인지 묻는다면 ‘그렇다’고 답할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우리 내부를 가만히 들여다보자. 우린 여전히 특정 지역 출신이라서, 특정 학교 출신이라서, 특정 종교 출신이라서, 특정 가문 출신이라서, 특정 직장에 일하거나 일했기 때문에 대접을 달리하는데 익숙하다.

만약 특정 인종이 아시안을 차별하고 멸시한다면 분명 저항해야 한다. 대열에 동참해야 맞다. 하지만 피켓을 들기 전에 우리 스스로 우리와 다른 사람들에게 차별의 칼날을 내민 적은 없는지 돌아봐야 할 것이다.

차별을 중지하라고 외치면서 우리 스스로 일상적인 차별 의식을 갖거나 차별을 행하고 있다면 그것은 매우 슬프고 ‘불편한 현실’ 이 되는 것이다.


최인성 / N팀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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