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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칼럼] 팬데믹이 만든 ‘노동 변이’

#1. 지난 달 알고 지내던 수영장 관리업체 대표가 허겁지겁 연락을 해와 그 동안의 사는 이야기를 나눴다. 바쁘다는 푸념을 하던 중 어이가 없다는 한숨이 나온다. 이유를 묻자 그는 “일을 하려는 사람들을 찾을 수가 없어서 직접 주 4일 동안 현장에서 일을 하고 나머지 회계 업무 등은 주말에 짬을 내거나 아내에게 시키고 있는데, 왜 사람들이 일을 안 하려고 하는지 이해를 못하겠다”고 볼멘소리다.

팬데믹이 시작되던 지난해 5~6월 스스로 그만둔 직원들이 적지 않았고 이들은 모두 현재 실업수당이나 정부 지원 체크를 받으며 ‘쉬고’ 있다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이민 단속으로 인한 위축도 일부 있지만 퇴사 직원들은 지원금이 있는 데 굳이 힘겨운 일을 하지 않고 싶다는 심리가 크게 작용했다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그는 당분간 외부 고용보다는 가족과 지인들을 동원하고 고객들을 최대한 지키는 전략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일반화하기는 어렵겠지만 정부가 월급을 주고 있어 당분간 일을 안 해도 되는 환경이 된 것이다. 선택은 그들의 몫이지만 뭔가 불편한 느낌은 필자에게만 드는 것일까.

#2. 이웃에 한 두 집이 가구를 주문한 모양이다. 주말에 배달 온 라틴계 직원들이 자주 보인다. 호기심에 주문이 많냐, 비싼 가구냐, 어느 브랜드냐는 질문에 그들은 비교적 여유있는 표정이었다.

카운티 절반 가량에 배달 책임을 갖고 있다는 그들은 앞으로 5~6개월 배달 스케줄이 이미 정해져 있다고 설명한다. 비싼 브랜드는 아니지만 주문이 끊이지 않아 자주 보게 될 것이라는 농담도 남긴다. 전국 체인망을 갖고 있는 가구점인데 가을과 겨울에 온라인 주문이 쇄도해 기본 4개월 이상 기다려야 물건이 배달된다고. 오히려 생산을 늘려야 하는데 결정이 쉽지 않은 것 같다는 말도 한다.

모든 업계의 생산이 줄거나 중단된 줄 알았는데 아니었나 보다. 소득 축소와 경기 위축으로 주문이 줄어들어야 정상인데 여전히 미국인들의 소비는 살아 있는 것 같다.소비를 늘리려는 연방정부의 의도가 바로 이런 것인가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전세계 체인망을 갖고 있는 ‘I’ 가구업체는 지난해 오히려 13%의 판매 성장을 기록했다고 한다.

일부 전문가들이 “소비가 결코 위축된 것만은 아니다”라는 진단을 내놓는 이유가 있었던 것일까.

#3. 그동안 청년들이 새 일자리를 얻기 힘든 것이 ‘팬데믹 후폭풍’ 중에 하나였다.

하지만 전자제품을 전세계에 납품하는 중견 업체 대표와 식사를 하면서 듣게 된 그의 고충은 필자에게는 새로운 것이었다.

“좋은 교육과 훈련을 받은 청년들이 많아요. 그런데 상당수의 청년들이 ‘재택’을 원하더라고요. 바이러스 노출에 대한 걱정도 있고, 출근 거리가 멀어서 주저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은 이해하죠. 그런데 젊은이들이 풀타임 재택 일을 하면서 다른 일도 풀타임 또는 파트타임으로 한다고 하네요. 거기에다 주식이나 비트코인까지 관리하면서 말이죠.”

모든 구직자들이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재택 일 쪼개기’에 나서는 얌체족들도 적지 않다는 현실이다. 분명히 비윤리적이지만 이들은 크게 개의치 않는다는 것을 듣고 씁쓸했다.

오히려 그런 꾀를 부리지 못하는 것이 시대에 뒤떨어지는 것이라는 믿음이 그들에게는 있나 보다. 변화된 환경에 새로운 ‘변이’가 아닌가.

재택이 더 효과를 발휘하는 경우가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이렇게 악용하는 젊은이들이 있다면 기업주들은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팬데믹이 지나면서 안 좋았던 것들 보다는 좋은 것들만 품고 가면 좋겠다. 간절함, 노력, 창의력, 가족 등 우리가 은퇴하기 전까지 반드시 갖고 있어야 할 것들 말이다.


최인성 / N팀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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