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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체벌과 훈육의 모호한 경계

중학생 때 같은 반 친구가 숙제를 해오지 않은 벌로 학급 전체가 손바닥을 맞은 적 있다. 그 때의 얼얼한 느낌은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당시 교사는 ‘사랑의 매’라며 채찍질했지만 이유없이 아픔을 겪어야 했던 우리에게 남은 건 트라우마뿐이었다.

최근 플로리다주에선 한 초등학교 교장이 학생을 체벌해 논란이다. 학생의 나이는 고작 6살. 학교 컴퓨터를 고장 낸 것이 발단이 됐다. 교장은 학생의 엄마에게 연락해 컴퓨터 수리비 50달러를 변상하라 요구했다.

하물며 체벌은 엄마가 보는 앞에서 이뤄졌다. ‘훈육’이라는 명목 하에 두꺼운 나무 막대기로 학생의 엉덩이를 있는 힘껏 수차례 때렸다. 6살 소녀는 너무 아픈 나머지 훌쩍 울며 몸을 비틀었지만 옆에 있던 보조 교사까지 거들며 체벌을 이어갔다.

자녀 훈육을 하는 부모는 또 어떠한가. 아이 교육에 정답은 없다지만 ‘버릇 없다’는 이유로 소리 지르고 매를 드는 부모가 여전히 태반이다. 지난 2014년 프로풋볼(NFL) 유명 선수 에드리안 피터슨이 4살짜리 아들을 꾸짖다 매를 들어 아이 몸에 피멍이 든 사건이 있었다. 이 선수는 아동학대 혐의로 기소됐고, 피터슨 사건은 자녀에 대한 체벌 논란으로 당시 후끈 달아올랐다. 아이들의 엉덩이를 손바닥 등으로 때리는 ‘스팬킹(spanking)’이 보편화됐다는 연구 결과도 다양하게 보도됐다.



시대가 변했다. 다양한 논문이 발표됐고, 아동 심리 전문가들의 강연을 통해 배울 기회도 많아졌다. 많은 전문가들이 ‘체벌은 아이의 행동을 개선시키는 데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한다’고 말한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오은영 박사는 “사람은 다른 사람을 때릴 수 없다”고 수차례 강조해왔다. 심지어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고도 했다. 오 박사는 저서 ‘못 참는 아이 욱하는 부모’에서 “자신 있게 이야기할 수 있는 건 자녀들을 정말 안 때리고 키웠다”며 “아이를 오냐오냐 키웠다는 게 아니라 사람은 다른 사람을 때릴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소신을 밝힌 바 있다.

이솝 우화 ‘해와 바람’이 떠오른다. 바람과 해가 나그네의 옷을 누가 먼저 벗기나 내기를 했다. 바람은 자신의 힘을 이용해 강제로 벗기려 했지만 실패했다. 해는 따뜻한 햇볕을 쬐어 나그네가 스스로 옷을 벗게 했다. 그렇다. 부드러움이 강함을 이길 수 있다. 무언가 목적을 이루고자 할 때 힘이 세거나 강하다고 이기는 것이 아니다. 부모, 교사라고 힘으로 아이들을 우리가 원하는 대로 움직이게 조종할 수 없다.

오 박사는 ‘아이들은 원래가 말을 잘 듣지 않는 존재’라고 했다. 아이들은 자신의 현재 욕구 충족을 위해 애쓰는 존재라는 것이다. 우리는 “안돼”, “하지 말랬지”, “그렇게 하면 혼난다”라는 말을 수 십번 반복하기만 한다. 그러다 답답하면 아이 손바닥, 엉덩이를 때리기도 한다. 왜 내 말을 안 듣냐며 아이를 비난하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 오 박사는 “아이가 원하는 것은 알아주지 않은 채 부모가 원하는 것만 요구한다면 아이도 부모의 말을 들어주기 힘들다”고 조언한다. 아이의 감정과 욕구를 인정해 주는 것이 먼저다.

미 전역 19개 주에서는 학교 체벌을 합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사랑의 매'가 허용된다는 것이다. 아동학대와 체벌 훈육은 마치 종이 한 장 차이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하늘과 땅 차이라는 사실이 간과되는 것이 현실이다.

오늘(5일) 마침 어린이날이다. 아이와 놀이동산을 가고 특별한 선물을 사주며 단발성 애정을 주기 보다는 오늘 하루 만큼은 나를 내려놔보는 건 어떨까. 화가 굴뚝같이 나더라도 아이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연습. 아이 훈육에 있어 '사랑의 매'라는 방패막이를 과감히 버려야 할 때다.


홍희정 / JTBC LA특파원·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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