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진로 상담 AI, 정보 입력 2초 후 어울리는 직업 찾아줘

인공지능 활용시대
직업 선택서 인력 배치까지
구글 '클라우드 잡스 API' 출시
이력서 분석, 개인 특성에 맞는 면접
지원자가 인터넷서 지운 글도 활용
객관적 평가, 적재적소에 보직 알선
능력과 상관없는 정실적 요소 막아
국내 스타트업도 구인·구직 AI 개발


인공지능 인사관리 시스템의 한계
"인재의 자질 시대 따라 달라지는데
과거 입사자를 토대로 뽑는 건 곤란"


AI는 진로 탐색은 물론 사람도 뽑고 인사 발령까지 낼 정도로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선두에는 구글이 있다. 구글의 전 인사 담당 수석부사장 라즐로 복은 자신의 저서 '구글의 아침은 자유가 시작된다'에서 "우리는 여러 기법을 활용해 다른 회사 전체 직원 명단까지 확보했다"며 "그들이 구글에서 어떤 일을 맡으면 얼마나 잘할 수 있는지를 평가한 데이터도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경쟁사의 유능한 인재를 데려와 구글에서 어떤 일을 맡길 수 있는지까지 파악하고 있다는 것은 경쟁사 입장에선 소름 돋는 얘기다.

구글에는 해마다 세계적으로 200만 명이 지원한다. 이 중 5000여 명이 합격하니 경쟁률은 400대 1인 셈이다. 라즐로 복이 밝힌 구글의 AI 시스템은 우선 이력서에 적힌 데이터를 보고 구글에 적합한 인재인지 가려낸다. 서류전형을 통과하면 사회적 평판을 정교하게 조사한다. 대학 시절엔 어떻게 생활했는지, 인간 관계는 어땠는지 등을 구글의 직원들에게 파악한다. 구체적으로 구직자가 직접 제출한 이력서와 구글 직원의 이력서를 대조해 같은 학교나 회사를 다닌 적이 있는 직원에게 집중적으로 물어보는 식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자소설'이라고 불릴 만큼 자화자찬 일색의 자기소개서를 검증한다.

그런 다음 웨이백머신(Wayback Machine)이란 도구를 이용해 구직자가 과거 인터넷에 올렸다 삭제한 정보까지 찾아 평가에 활용한다. 구직자가 자주 글을 올렸던 홈페이지에 노인과 유색인종 혐오가 가득한 경우가 있었다. 웨이백머신으로 글을 쓴 기록을 추적한 결과 구직자가 아닌 노약자 혐오 단체가 이런 내용을 썼다는 사실을 알아내 불필요한 의심을 해소했다.

까다로운 과정을 통과하고 이제 사람이 진행하는 면접만 통과하면 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구글의 면접관에겐 AI 보조 면접관 큐드로이드(qDroid)가 있다. 지원자를 분석해 그에게 맞는 맞춤형 질문을 만들어 면접관에게 알려 준다. 예를 들어 이력서에 서비스정신이 뛰어나다고 밝힌 구직자에겐 '과거 동료를 도왔던 상황은 어떤 것이었고 그때 무엇을 했으며 어떤 결과를 얻었나'란 질문을 뽑아 면접관에게 준다.

구글은 자체 개발한 이런 AI 인사시스템을 다른 기업에 공급하려는 노력도 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알파 버전(상용화 전 단계)으로 출시된 '클라우드 잡스 API'는 미국의 직업알선회사 커리어 빌더(Career builder)와 IT 회사 자이브(Jibe) 등이 활용 중이다. 지원자의 자질을 데이터화하고 기업이 원하는 인재상에 맞는지를 분석해 채용을 돕는다. 채용 후엔 입사자에게 어울리는 보직도 찾아 준다.

일본의 통신·전자회사 NEC도 지원자 서류전형에 자체 개발한 AI 시스템을 활용한다. 지원자들이 몰려 이력서를 살펴볼 시간이 부족하다 보니 NEC가 요구하는 조건을 갖춘 사람만 골라내는 데 이를 활용한다. 『인공지능과 빅데이터가 인사를 바꾼다』의 저자 후쿠하라 마사히로는 일본 기업이 AI 도입에 적극적인 이유에 대해 "일본 특유의 권위주의적 조직문화와 인사시스템으로는 글로벌 기업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렵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에서도 구인·구직, 진로 탐색에 머신러닝 기법을 활용하는 스타트업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광개토연구소·드림스퀘어·원티드랩·로켓펀치 등은 이미 프로그램 개발을 끝냈거나 완성을 앞두고 있다. 강민수 광개토연구소 대표는 "기술자들이 가진 특허 데이터를 모아 이 테이터가 필요한 중소기업을 AI로 연결해 주는 서비스를 개발한 후 이를 인사 관리에까지 적용해 보고 있다"고 말했다.

AI가 앞으로 국내 기업의 인사 관리, 특히 신입사원 선발에 본격 도입되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소수만 뽑는 대기업 정규직 공개 채용에 수만 명이 몰리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인사 담당자들은 꼼꼼히 이력서를 살펴보기 어렵다. 면접관의 피로도에 따라 당락이 좌우될 수도 있다.

이광형 KAIST 문술미래전략대학원장은 "AI가 도입되면 지원자에게 맞는 질문을 골라 다양한 각도에서 평가할 수 있고 인사에 개입되는 정실적 요소들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판적 의견도 있다. AI가 수집하는 원천 데이터 자체도 인간의 고정관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이다. 강혜련 이화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과거에 필요했던 인재와 앞으로 필요할 인재의 자질은 시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며 "과거 20년 동안 입사한 사람들의 프로필을 토대로 지원자의 능력을 평가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AI가 인사 관리에 적용되면 기계가 인간 위에 군림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다. '전 인사의 데이터화'를 실현한 구글도 회사가 절실히 필요로 하는 인재는 임원이 직접 '삼고초려'로 스카우트하는 고전적 방식을 이용하는 점은 주목해 볼 만하다. 인간의 마음은 인간이 움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AI가 인사에 적용되더라도 인사권을 쥔 사람의 의사 결정을 돕는 역할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김도년 기자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