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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수 슬러시 상태가 유천 냉면의 비밀이죠

맛 위해 ‘전 직원 최선다해’
수익 나눠 해외 선교 지원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여름 별미’. ‘한국인에게는 없어서는 안될 10대 음식’. 두 문장의 주인공은 냉면이다. 북한의 평양과 함흥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진 냉면. ‘동국 세시기’에 따르면 11월부터 먹는 ‘겨울 음식’으로 돼 있다. 하지만 점점 진화하며 겨울에도 맛있고 여름에는 더 맛있는 한국 대표 음식 냉면이 됐다. 뜨거운 캘리포니아의 여름. 냉면과 더 친해져 보자.

지금으로부터 딱 2년전인 2015년 7월. 미주 중앙일보 조인스 아메리카는 LA한인타운 ‘재미 삼아 맛 집 투표’를 온라인을 통해 했던 적이 있었다. 두 번째 이벤트로 ‘LA한인타운 물냉면 맛 집 베스트5’를 내걸었다. 5일간 총 1664명이 투표에 참가했다. 1664명이 표본이 작지 않냐고? 지난 5월 한국 대통령 선거 지지율 여론조사 표본수가 평균 1000명~1300명 이다. 그것보다 훨씬 많은 응답수. 그만큼 신뢰도가 높다는 이야기다. 같은 IP넘버로 중복 투표는 안 된다. 결과 1위는 LA 유천 냉면이다. 여름과 냉면은 같은 단어처럼 느껴질 정도록 붙어있다. 여름의 전령사 냉면, 그 투표에서 당당히 1위에 오른 유천냉면을 찾아가 봤다. 오늘은 최근 문을 연 버몬트 2호점이다.

버몬트 2호점은 버몬트와 7가 사이에 있다. 더 쉽게 고바우 옆에 있다. 반갑게 맞이하는 앳띤 얼굴, 앤드류 한 사장이다. 원래 1996년에 시작했던 유천냉면의 한 사장님의 아들이자, 창업 멘토라고 할 수 있는 박옥자 할머니의 손자다. 지금의 올림픽 유천냉면은 고모부와 고모가 운영하고 있는데, 최근 고모부가 목사 안수를 받으면서 고모와 한 사장이 같이 매니징 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 시점에서 2호점을 오픈 했다. 가족들이 많이 등장했다. 헷갈려서 정리를 부탁했다. 한 사장이 명쾌한 정리. “할머니(박옥자)는 우리 유천의 레시피를 모두 만드셨어요. 그리고 이름도 만드셨죠. 한마디로 유천 이라는 식당의 철학을 만든 멘토십니다. 아버지(한용호)는 냉면이 캘리포니아에서 먹힐 것이라는 확신을 가진 비전의 시작이었습니다. 고모부(조원재씨)는 유천 이라는 브랜드를 우직하게 20년간 키우고 유지하신 분 입니다. 모두 유천의 히스토리들입니다.”
“그런데, 정말 바쁜 것 같습니다?” “네..2호점에는 점심 시간이 정해진 직장인 분들이 많이 오셔서 그런지 정말 정신 없습니다. 며칠 지나면 손님 오시는 시간대 흐름이 파악되고 잘 서빙 될 거라고 봅니다.” 앳된 얼굴이지만, 말이나 행동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그럴만 했다. 최근 몇 년간 은행에서 근무했다. 그 이전에는 식당이 워낙 가업이라 다른 스타일의 식당을 생각하며 가부키에서도 몇 년간 일했다. 그리고는 버몬트 2호점 문을 열기 전에는 냉면 집의 사이클과 스타일 파악을 위해 올림픽 점에서 트레이닝 했다고 한다.

일단 궁금한 질문을 또 했다. “LA 유천냉면이 한국 유천냉면과 관련이 있나요?” “제가 알기로는 전혀 없습니다. 아주 이전에 일을 잘 모르겠구요. 이름도 할머니가 한자를 생각하고 지으셨데요. 가게가 ‘이렇게 운영 되야 한다’하시면서.” LA유천의 로고에는 옆에 한자가 써 있다. 흐를 유(流)와 내 천(川)으로 유천이라고 지었다.


“철학적인 이름인데, 어떤 의미 입니까?” “할머니는 주방이나 홀의 청결을 늘 이야기 하셨어요. ‘흐르는 물처럼 깨끗해라’. 이런 의미가 있다고도 하셨고 손님이 흐르는 물처럼 계속 이어져서 와라. 뭐 장사 잘 돼라. 이런 의미도 있다고 하셨습니다.”
우리가 한국에서 알고 있는 유천냉면은 풍납동이 본점이며 전국 프랜차이즈가 됐다. 한국의 유천이라는 이름의 유래는 간단했다. 1985년 냉면집이 새로 지은 주상복합 빌라 1층으로 들어가면서다. 그 빌라 이름이 유천빌라였다.

또 다른 질문. “냉면 육수와 면은 어떻게 만들어 집니까?” “예전 할머니가 만드신 레시피 그대로 하고 있습니다. 면은 따로 저희들이 주문자 제작방식으로 만드는 곳이 있어요. 아마 면이 다른 곳과 다를 겁니다.”
많은 사람들이 유천냉면을 1등으로 꼽는 이유가 있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은 슬러시 육수였다. ‘딱 볼 때부터 시원하다’, ‘아삭하게 씹히는 맛이 최고다’, ‘유천 냉면의 상징이다’, ‘속에 들어가도 아직 안 녹은 것 같아 시원한 느낌이 길다’ 등등이다.
한 사장의 말이다. “슬러시 육수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손이 많이 갑니다. 시간마다 저어줘야 하구요. 좀 굵게 슬러시 됐을 때는 저희들이 직접 대형 주걱으로 계속 저어줍니다. 손님들에게 나가는 슬러시 육수 상태가 항상 일정하도록 유지하는게 중요합니다.”
“혹시 육수 레시피에 관한 비법 하나만 알려줄 수 있습니까?” “네? 아..그건 좀 안되는데. 냉면이 면하고 육수 두 개가 다 아닙니까? 고명, 양념도 있지만 그건 만들기가 쉽죠. 죄송합니다.” “그래도 비법 딱 이거 한가지, 정말 이것 딱 하나만 하면 맛이 달라진다. 이런 것 하나만 이야기 해주세요.”
“저희가 육수를 매일 끓여서 식히고 얼리고 슬러시화 하거든요. 이게 잘 못 되면, 그날 하루 냉면 드시는 손님들은 식사를 망치시는 거잖아요. 그 하루 맛있는 냉면을 내 놓을려고 기도를 많이 합니다.”
그러고 보니 고모부가 목사님이었다. “저희들은 이윤이 남아도 선교로 많이 돌립니다. 올림픽 점은 고모와 고모부의 철학이 그러셔서 더 많이 선교에 쓰이구요. 저도 그렇게 해야죠.”
유천냉면을 먹으면 선교비를 보태는 것이었다. 한사장의 마지막 말. “여름에 더운데 오지에서 선교하시는 선교사 님들 생각나시면 유천으로 오세요.”


천문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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