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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방식으로 그린 북한 이념”…실험영화 ‘주체사상’ 연출한 짐 핀 감독
2월 1일 뉴욕현대미술관서 상영 후 토론…신상옥 감독 납북 사건서 영감 얻어 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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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중앙일보]    발행 2010/01/29 미주판 15면    기사입력 2010/01/28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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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 감독 짐 핀(Jim Finn·40·사진)이 북한의 주체사상을 풍자한 실험영화를 만들었다.

'주체사상(The Juche Idea)’을 제목으로 한 이 영화는 1978년 신상옥 감독 납북사건에서 영감을 얻어 허구적 이야기와 인터뷰, 자료필름을 합성해 제작했다.

2008년 시카고언더그라운드영화제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이 작품은 뉴욕언더그라운드영화제를 비롯해 앤아버 등 미국과 남미와 유럽 등지에서 상영됐다. 오는 2월 1일 오후 7시엔 뉴욕현대미술관(MoMA)에서 상영 후 관객과 만난다.

세인트루이스에서 태어난 짐 핀 감독은 애리조나대학교를 거쳐 뉴욕주 트로이의 렌셀리어폴리테크닉인스티튜트에서 전자미술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프로비던스에 사는 그는 에머슨칼리지에서 비디오 제작과 작문을 가르치고 있다.

-어떻게 이 영화를 만들게 됐나.

"'주체 사상’은 공산주의와 예술에 관한 나의 세번째 영화다. 어떤 영화제에서는 이 영화들에 대해 ‘유토피아 코미디’라 부르기도 했다. 처음 매스게임에 관한 영상물을 본 후 북한에 관심을 갖게 됐다. 김정일이 영화광이라는 것을 알았으며, 이베이에서 그가 쓴 ‘영화예술론(On the Art of Cinema)’을 구입했고, 북한의 멜로드라마도 봤다.

시카고 언더그라운드 영화제에서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한 짐 핀 감독의 실험영화 ‘주체사상
시카고 언더그라운드 영화제에서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한 짐 핀 감독의 실험영화 ‘주체사상' 중에서.
북한의 ‘주체영화’들은 70∼80년대 전형적인 사회주의적 사실주의 영화들과 다르다. 북한의 체제는 30∼40년대 스탈린체제와 더 가깝다. 나는 내 방식의 주체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마치 내가 북한에 초대됐다는 설정으로 영화를 만드는 것이었다.

북한은 미국인이 입국해 영화 만드는 것을 허용하지 않으므로 허구적인 인물을 창안했다. 일본에서 자란 한국계 공산주의자가 북한의 영화계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기 위해 초빙된다는 이야기였다. 신상옥 감독이 북한에서 그들의 의지에 반하는 영화를 만든 실화를 참조했다.”

-영화를 만들면서 북한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나.

"북한은 족벌 독재국가이므로 기본적으로 국민에게는 재앙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동유럽과 소련의 체제가 붕괴됐을 때 서구의 행위가 비난받아도 마땅하리라 생각한다. 수백만의 사람들이 예금을 잃었고, 일부 어린 여학생들은 대학을 중퇴한 후 기술학교로 가서 매춘부가 됐으며, 질병도 통제되지 않았다.

국유재산은 다국적 기업이나 파워 엘리트들이 훔쳐갔다. 이런 현상은 북한 정치 엘리트들의 망상을 정당하게 만든 셈이다. ‘주체사상’의 주인공인 윤정이 실제로 북한 체제에 반하는 영화를 만드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나는 마치 북한 체제에서 나온 것처럼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왜 순수 다큐멘터리가 아니고, 혼합 장르를 택했나.

"다큐멘터리, 선전물, 그리고 뮤지컬 양식까지 활용했다. 북한에 레지던트 작가로 간 윤정이 평범한 다큐멘터리를 만들지는 않을 것이다. 윤정이 이 영화를 통해 주체영화 제작의 규율을 바꾸는 것으로 설정하고 싶었다.

윤정은 공산주의자이며 북한 체제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자본주의 국가들이 공산주의에 대한 선전의 빌미를 주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이 영화는 불가리아 다큐멘터리 작가와의 인터뷰, 선전영화, 그리고 그녀가 평양에서 만든 공상과학 영화를 혼합했다. 북한영화 클립은 인터넷에서 다운받았다.”

-한국에서 상영됐나.

"한국의 영화제 측에 보냈지만 답장조차도 못받았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 상영됐고, 내달 1일 뉴욕현대미술관(MoMA)에서도 상영할 예정인데, 상당히 이상하다. 미국인이 북한을 조롱하거나 찬미한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렇지 않다. 영화가 2008년 봄에 나왔으니, 좀 더 기다려봐야할 지도 모르겠다. 나는 태평양 건너 한국의 관객들을 만날 준비가 되어 있다.”

-흥미로운 반응은.

"남미에서는 4개국에서 상영했는데, 관객들이 유머를 무척 좋아했다. 스코틀랜드에서도 폭발적인 웃음이 터져나왔다. 폴란드에선 전 스탈린주의자들이 오더니 김정일이 부당하게 비난됐다고 말했다. 정통 마르크스주의자들은 내 작품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들은 내 재능을 더 큰 야수인 자본주의나 미국의 제국주의를 폭로하는데 써야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도 자본주의는 물론 가부장적인 사회통제와 언론의 조작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다.”

-왜 영화를 만드나.

"그저 영화만드는 것을 너무 좋아하기 때문이다. 날 빚더미에 올라앉게 만들지만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상영일시: 2월 1일 오후 7시
▶MoMA 내 타이터스시어터: 11 West 53rd St. www.moma.org.

김정일의 ‘영화 예술론’은 주체사상 바탕 둔 이론서

1973년 김정일이 김일성 주체사상에 입각해 저술한 영화이론서로 영화제작에서 배급까지 행동양식을 규정하고 있다. 다음은 영화이론의 요약이다.

시나리오=사회주의적 사실주의에 입각해 인민의 전형적인 생활상을 강조한다.

연출=사건의 논리적 연결보다 감정의 자극에 역점을 두어야 하며 자본주의의 ‘연출 제일주의’를 배격한다.

연기=노동계급적 의식을 갖고 사상과 감정으로 받아들여 연기한다.

촬영=노동계급의 관점과 입장에서 그려야 하며, 촬영기술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사상성과 예술성을 유기적으로 결합시킬 수 있는 촬영법을 개발한다.

미술=민족적 특성을 올바로 구현하되 현대감각에 잘 맞도록 진보적 입장에서 발전시킨다.

음악=인민들의 노동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므로 한편의 음악과 노래, 하나의 음향에 의해서도 관객에게 생동하는 영상과 깊은 정조적 감동을 주어야 한다.

편집=가위질하며 기교적으로 연결시키는 서방세계의 영화기법과 달리 주체사상의 요구에 의해 극적 효과가 증대되고 편집해 극적 흐름에 역사발전의 합법칙성으로서 주체사상이 강조되어야 한다.

박숙희 기자 sukie@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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