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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향감각 잃은 한국 기독교…역사에 길 물어야"

[LA중앙일보] 발행 2013/10/15 종교 24면 기사입력 2013/10/14 18:12

인터뷰 - 한국 초기 개신교 역사책 펴낸 UCLA 옥성득 교수

UCLA 옥성득 교수(한국기독교 역사학)는 초기 한국 개신교를 '목걸이'에 비유했다.

옥 교수는 "당시 한국은 유교나 도교 등 곳곳에 좋은 요소들이 구슬처럼 많았는데 이를 하나로 연결해준 줄이 기독교였다"며 "한국 개신교의 초기 역사는 만남과 융합을 통한 한국적 기독교의 창출"이라고 말했다.

지난 9월 옥 교수는 5년간의 연구과정과 집필 과정을 끝내고 '한국 기독교의 형성: 개신교와 한국 종교와의 만남, 1876-1915(원제·The Making of Korean Christianity: Protestant Encounters with Korean Religious, 1876-1915)'이라는 영문 단행본을 출간했다.

그는 한국 개신교의 형성사를 되짚기 위해 1세대 기독인을 조명했다. 이는 현재의 한국 개신교를 이해하는 근간이 된다. 이 책은 베일러 대학교 출판부와 캘빈 대학 네이걸 연구소의 '세계기독교연구 시리즈'의 첫 권으로 출간돼 의미가 깊다. 지난달 27일 옥 교수를 만나 초기 한국 개신교 역사와 의미를 들어봤다.


북미 개신교·중국 개신교가 한국적 영성과 만나

1세대 신앙인들의 노력으로 토착적 기독교 창출

좌우로 나뉜 교회 대립 이해하려면 초기 역사 알아야


-세계기독교연구 시리즈의 첫 책으로 선택됐다.

"현재 기독교 인구의 60% 이상은 아시아, 아프리카, 남미에 존재한다. 무게 중심이 서구에서 제3세계로 옮겨진 것이다. 이젠 '서구 기독교'가 아닌 '세계 기독교' 시대가 되었고, 한국 기독교는 지도적 위치에 있다. 그만큼 한국 기독교에 대한 관심도 높다. 캘빈대학교 세계기독교연구소가 새 총서를 출판하면서 이 책이 최근의 방향과 동향을 대변하기에 적합하다고 판단한 것 같다."


-세계 기독교에 내포된 의미는.

"다양성 속에 일치를 추구하면서 확장되어 가는 하나님 나라의 모습이다. 미국만 봐도 각국 이민자들의 교회가 급증하면서 세계 기독교의 특징을 갖는다. 영국과 미국의 여러 대학교와 신학 연구소들도 세계 기독교 연구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한국적 기독교란.

"흔히 한국 초기 개신교는 백인 선교사에 의한 복음주의 기독교가 단순 이식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한국 개신교는 제국주의적 이식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전통 종교와 영성 문화와의 의미 있는 만남을 통해 융합되면서 독특하게 탄생했고, 세대를 거치면서 발전했다."

-만남과 융합의 과정은.

"태평양을 건너온 북미 개신교와 황해와 압록강을 건너온 중국 개신교가 한반도에서 한국의 전통 종교와 한국적 영성을 만나며 제3의 한국 개신교가 형성됐다. 이는 선교사들과 한국 기독인들의 다양한 신학적 숙고와 토론, 연구를 통해 북미 개신교를 한국 종교 문화에 접목하면서 토착화했음을 의미한다."

-접목의 매개는.

"같은 동아시아 문화권에 속한 '중국 개신교'가 그 역할을 했다. 이미 중국에서 두 세대 이상 토착화된 중국 개신교의 선교 이론, 선교 방법, 한문 기독교 문서 등이 한국 개신교 1세대에 의해 선택적으로 수용됐고, 그것을 수단으로 북미 개신교를 소개하고 한국 전통 종교문화에서 접촉점을 찾아 접목을 시도했다."

-접촉점은 어떤 게 있었나.

"크게 세 가지다. 전통적 요소인 단군 신화의 연구와 재해석을 통한 삼위일체론 적인 원시 유일신론의 발견, 당대적 요소인 한국인의 신앙 속에 잔재로 남아 있는 일신론적 신앙의 발견, 마지막은 언어학적 요소로서 '하나님' 어원에 대한 새 해석, 곧 '하늘'의 의미에 '위대함'과 '하나'의 의미를 발견함으로써, 전통적인 '하느님'이 기독교의 새 용어 '하나님'으로 창조된 거다."

-1세대 한국 기독인의 신학적 산물인가.

"이는 중국의 '상제'나 일본의 '가미'에 비해 삼위일체성, 유일성, 당대 신앙성 등의 면에서 탁월한 용어였고, 초기 한국 개신교 급성장의 중요한 요인이 됐다. 1세대의 신학적 창조성은 한국인의 영성 속에 기독교와 유기적으로 만날 수 있는 요소들을 발굴 및 접목함으로써 기독교 유일신으로 완성시켰다."

-신학적인 토착화 노력은.

"1세대는 한국의 전통 종교나 한국인들이 갈망하던 도덕적 인격 완성과 대동 사회, 성불과 천당 등 여러 접촉점을 기독교적으로 재해석하여 한 차원 높은 의미를 창출했다. 물론 한국인이 실천하던 유교의 수양과 제사, 도교의 양생술과 기도, 불교의 좌선과 염불 등이 갈등점으로 작용할 수 있었지만 이를 기독교적 의례(제사 대신 추도회로 전환하여 효도를 강조)로 바꾸는 등 다양한 노력을 했다."

-당시 한국의 종교적 상황은.

"19세기 말 20세기 초에 한국은 동학전쟁, 청일전쟁, 러일전쟁이 연속적으로 발생했고 콜레라와 천연두 등 전염병이 유행했으며 대기근이 들어 하와이 이민 붐이 일어났다. 이때 불안한 한반도의 미래를 두고 정감록의 새 왕조 예언, 동학의 개벽론, 불교의 미륵사상, 기독교의 천년왕국론, 개혁유교의 대동사상 등이 경쟁했다."

-개신교는 어떤 식으로 경쟁했나.

"개신교의 종말론인 천년왕국론은 정감록에 나오는 예언을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통한 죄 사함, 붉은 십자기를 게양한 교회가 승리한 땅, 구원의 공간이라고 해석하면서 메시아 왕국에 대한 민중의 기대와 열망을 만족시켰다. 동시에 적십자병원의 적십자기로 대변되는 과학과 문명을 내세워 침략했던 일본의 식민지근대화론과 대결하는 항일적 기독교 민족주의를 발전시켰다."

-기독교 민족주의란.

"19세기 서구 기독교는 아시아나 아프리카에서 민족주의와 대결했지만, 한국에서는 식민화하려는 세력이 일본이었기 때문에 기독교와 민족주의가 만날 수 있었다. 1세대들은 독립협회, 애국계몽운동, 신민회, 해외 독립운동, 삼일운동 등 민족 운동에 적극 참여했다. 그 결과 서재필, 윤치호, 안창호, 이승만, 김구, 이준, 이상재, 길선주, 전덕기, 장인환, 우연준 등과 같은 지도자가 배출됐다."

-토착적 해석에서 중요한 점은.

"초기 개신교는 하나님에 대한 신론을 정립하고 그리스도의 유일성을 양보하지 않는 기독교의 정체성을 견지했다. 동시에 전통에 대한 주체적 해석을 통한 토착화를 추진했다. 일방적 정복이 아닌 전통 종교 속에 있는 계시의 잔재와 부분적 진리를 발굴하고 존중해 접촉점으로 이용했다."

-초기 한국개신교 역사는 왜 중요한가.

"지금 한국 개신교는 60년대 이후 고도 성장기에 반성과 숙고 없이 앞만 보고 달린 결과로 방향 감각을 상실했다. 그러면서 상대주의와 다원주의로 나가는 자유주의 진영과, 근본주의를 고수하는 보수 진영에 대해 초기 한국 개신교의 모습은 반성을 촉구할 수 있다."

-한국 초대 교회의 역사상을 말하나.

"초기 한국 개신교는 역사와 전통, 현실에서 민족의 사회 정치적 과제를 심도 있게 연구하고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 적극적인 신학 작업을 했다. 서구에서 전해준 기독교를 우리 상황에 적합하게 토착화했다. 궁극적 권위인 성경과 더불어 전통과 유산은 현재 우리가 어떻게 행동해야 할 것인지 결정할 때 중요한 참고점과 일차적 자료가 된다."

-연구적 노력들은 많았나.

"오늘날 한국 교회는 100년 전 1세대 기독인들이 어떻게 살았는지 연구하지 않아 그 자원을 잊어버렸고, 잃어버렸다. 그런 노력이 없다면 역사적 기초와 근거가 없는 한국 개신교가 된다."

-초기 전통은 왜 망각됐나.

"근본주의 영향이 컸다. 자유주의 노선은 민족주의 역사관, 반미주의, 탈식민주의 학풍의 영향으로 초기 한국 교회를 미국 선교사가 근본주의적으로 지배했고 그 결과 한국의 전통이 무시되고 파괴된 종교 제국주의 시대로 봤다. 반면 보수 측은 초기 선교사와 초대 한국 교회가 대단히 보수적이었다는 신화를 만들어 근본주의적 입장을 정당화하고 철의 장막을 쳤다."

-한국 초대 교회도 완전하지 않았을 텐데.

"직업을 얻거나 소송에서 이기기 위해 선교사의 힘을 빌리려고 교회에 가입하는 '쌀 신자'들이 있었다. 황국협회나 지방 관리에 대항하기 위해 가짜 교회를 조직해 십자기를 휘두르는 무리들도 있었다. 또한, 1911년에 구약 성경이 출판되었으므로 그 이전 대부분의 교인들은 신약만 읽었다. 기독교 전반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가 부족했다."

-결국 교회 개혁이 화두인가.

"복음의 정체성과 그리스도의 유일성을 주장하는 보수 측과 사회참여와 문화적 타당성을 중시하는 자유 측으로 양분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두 극단이 만날 수 있는 초대 교회로 돌아가야 한다. 초대 교회 역사상 제시는 개혁의 첫 단추다."

-한국교회의 일치는 가능할까.

"초대 교회 역사상을 왜곡하는 보수 측과 이를 무조건 거부함으로써 풍성한 유산을 외면하는 자유 측 사이에서 1세대의 유산을 찾아 계승하는 작업은 한국 교회 일치를 위해 중요하다. 이 책을 통해 한국 교회의 좌우 대립을 극복할 수 있는 역사적 경험과 근거를 한국 초대교회에서 발굴해 제공하고 싶다."

글=장열 기자·사진=백종춘 기자
ryan@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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