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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 나쁜 기억 지우개

양은철 교무 / 원불교 LA교당

얼마 전 TV에서 군대시절 내무반 총기사고 생존자가 당시에 대한 기억 때문에 2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정신병원에서 고통을 받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마음에 대해 공부하고 가르치는 일을 하는 사람으로서 생각되는 바가 적지 않았다.

어떤 사람이 냉장고에 있던 썩은 고기를 비단보자기로 잘 포장해서 장롱에 보관한다. 그리고는 때때로 꺼내어 악취를 맡고는 다시 잘 싸서 장롱에 넣어둔다. 비단으로 감싼다고 악취가 사라질까.

생선이 썩었으면 내다 버려야지, 왜 장롱에 보관해두고 때때로 냄새를 맡을까. 만약 이런 사람이 있다면 모두 정신 나간 사람이라고 비웃을 것이다. 부처님 말씀에 의하면, 이것이 바로 우리 중생들의 모습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여러 가지 경험들을 한다. 기쁜 일, 고통스러운 일…근데, 유독 고통스러웠던 일들이 뇌리에 더 깊이 각인되는 것 같다. 나쁜 기억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면 우리의 삶은 한결 편안해 질 수 있을 것이다.



첫째, 인과보응의 진리에 눈을 떠야 한다.

필자 역시 짧지 않은 인생을 살아오는 동안 다시는 생각조차 하기 싫은 기억들, 이름만 들어도 마음이 요란해지는 사람들이 있다. 인과의 진리는 명쾌하게 이를 설명한다. 모든 일은 다 내가 지은 바의 결과이니, 달게 받고, 한 걸음 더 나아가 빚을 청산했다는 생각으로 오히려 다행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 매도 먼저 맞는 것이 낫다는 말이 있다. 어차피 맞을 매라면 빨리 맞아버리는 편이 마음이 편하듯이, 과거의 좋지 않은 경험들을 빚을 갚은 것으로 생각한다면 그러한 기억들이 날 때 원망보다는 다행으로 돌릴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선에 정성을 들여야 한다.

낮에 직장에서 안 좋은 일이 있었으면 저녁시간에 아무리 반갑고 좋은 친구를 만나도 충분히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가 없다. 왜일까. 낮에 있었던 일에 대한 착심 때문이다. 엄밀히 말하면 우리를 불편하게 하는 것은 어떤 일이나 사람이 아니라, 그 일과 사람에 대한 착심 때문이다. 나쁜 기억을 없앨 수는 없다. 그 기억에 대한 착심을 놓을 수 있을 뿐이다.

선(禪)이라는 것은 원래 분별과 주착이 없는 각자의 성품을 깨달아서 마음의 자유를 얻게 하는 공부이다. 내 마음이라고 하면서도 조금도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것이 우리의 마음이다. 마음의 자유를 얻게 되면, 착심을 놓게 되고, 착심을 놓게 되면 어떠한 기억에서도 자유로워질 수 있다. 조깅이 트레이드 마크였던 뉴욕 센트럴파크에 요가, 태극권, 명상이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담배 끊을 때 참기 힘든 경우는 인간관계에서 스트레스를 받을 때라고들 한다. 필자 역시 출가 전에 담배를 끊으면서 이런 경험들을 했다. 그 사람 때문에 스트레스 받은 것도 억울한데, 거기에 끊으려고 했던 담배마저 다시 피게 된다면 나는 이중으로 그 사람 때문에 피해를 본다는 생각에 오기로 버텼던 기억이 있다.

나쁜 일로 인한 고통은 한번으로 족하다. 두고두고 그 일 때문에 고통을 받는다면 썩은 생선을 비단보자기에 싸 놓고 때대로 냄새를 맡는 사람과 다를 바가 없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지만, 못할 일도 아니다.

drongiandy@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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