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불 아래서] 무엇이 교회를 위한 것인가

한성윤 목사/ 나성남포교회

하나님의 말씀을 따르는 일은 스스로 가진 자에게는 갈 수 없는 길이고 은혜를 구하는 이에게는 기쁘게 걷게 되는 길이다. 우리의 갈등은 은혜를 구하는 자리까지 내려가는 일이다. 우리가 가진 것이 오직 십자가요 부활이며 그리스도라고 고백하는 자리에 가지 않고는 우리는 여전히 가지고 있는 것, 가지고 싶은 것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하나님의 교회를 위한다는 고상한 말조차도 가진 것을 지키는 일이라면 이는 거짓 경건과 거짓 사랑으로 가는 길이 될 뿐이다. 악과 싸운다면서 악을 동원하고, 거룩한 분노의 이름으로 미움과 교만을 포장하게 된다. 낙심하지 않고 선으로 악을 이기는 길은 그래서 고상한 말이 아니라 죄인이 은혜를 구하는 길이다.

요즘 구설에 오른 몇몇 교회들이 하는 말도 모두 "교회를 위해서"다. 도대체 그 교회가 무엇인지 정말 알고 싶다. 무슨 교회인지는 모르지만 이를 지키기 위해서 양심도 보류해야 하고 상식도 포기해야 하며 하나님의 말씀도 잠시 정지하고 멈추어야 한다. 한 몸으로 부름을 받은 하늘에 속한 성도들이 이 땅에서 나그네 모임을 이룬 곳이 지역 교회이다. 다양성과 전통이 있으니 교회가 다를 수 있고 좋은 전통을 공유하고 자손에게 전해주고 싶은 마음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이름 지은 교회는 사라질 이름을 가진 나그네 교회다. 영원히 지킬 이름이 아니다. 하나님께서 그 시간에 그곳에서 역사 하신 나그네 이름일 뿐이다. 세습이라는 무서운 단어도 교회가 나그네의 자리까지 내려오면 사라질 단어일 뿐이다.

우리는 과연 교회를 위한 적이 있고 그럴 수는 있는가. 주님께서 교회를 세울 때 하신 약속 때문에 우리가 이렇게 서 있는 것이 아닌가. 우리가 한 노력이 소용없다는 말이 아니다. 그러나 정말 우리의 노력으로 교회를 지켰는가. 하나님의 일은 바로 그의 보내신 아들을 믿는 것이 아닌가. 믿기에 행동하는 것이고 행동하기에 무익한 것을 아는 것이고 그렇기에 십자가를 붙들고, 그래서 낙심하지 않고 정의를 세우는 것이 아닌가.

그러니 이제 이런 식으로 교회를 위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하나님이 하셨다고 설레발을 하지 않았으면 한다. 차라리 천국도 좋지만 그래도 이 땅에서 존경과 권세와 부를 누리고 싶다고 말해 주면 좋겠다. 그러면 좋겠다. 스스로 가진 것을 지키기 위해 걸어가면서 그 길이 십자가 길이라는 그 말만은 참아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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