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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생각하며] 너는 자랑스런 대한민국 육군 훈련병

이은미/미드웨스트대 조교수  

일전에 한국의 병무청에서 최근 4년간의 병역 회피자들의 신분을 분석한 자료가 나왔다. 체육인, 유학생, 연예인, 의사가 회피자의 49.9%를 차지 한다고 한다. 신체적으로나 경제 사회적으로 남들보다 우위에 있는 사람들이 국방의 의무를 회피하는 경우가 다른 회피의 경우보다 수치가 높아서 문제가 된 듯 하다. 물론 이런 통계자료로 체육인이나 유학생, 의사들을 모두 군기피자로 색안경을 쓰고 봐서도 곤란하다.
 
내 큰 아들 얘기를 이 칼럼에서 몇 차례 적은 적이 있다. 주립 대학에 다니다가 군 입대를 위해 한국으로 간 녀석이다. 결국 이 녀석이 훈련소에 입소 했고, 현재 유월의 뙤약볕 아래에서 군사 훈련을 받고 있다.

아들을 훈련소에 데려다 준 날, 남편은 한숨이 가득한 국제전화를 걸어와서 수심을 털어 놓았다. 훈련소에 입소하면 그 청년들이 입고 갔던 옷가지를 부대에서 집으로 부쳐준다고 하는데, 그 소포가 집에 도착한 날에도 남편은 울음 섞인 채 전화통을 붙잡고 늘어졌다. “사나이 우는 마음을 그 누가 알랴,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의 순정!” 아들의 옷가지를 보면서 중년의 가장이 울음을 터뜨리고 마는 것이다.
 

전화통 너머로 울먹이던 남편이 며칠 후에는 밝은 목소리로 승전보를 전하듯 알린다. “이봐요, 지금 웹 카페에 들어가봐요! 거기 우리 아들 사진이 올라 왔어!” 웹사이트를 뒤져보니 훈련병들의 단체사진이며 소그룹 사진, 일상생활을 하고 훈련 받는 스냅사진들이 올라와 있다.


 
여기 있는 이름도 모르는 젊은이들이 모두 내 자식처럼 귀하고 사랑스럽게 보인다. 오호라! 여기 정말 내가 낳은 내 자식이 있구나. 늠름하게 얼룩 무늬 군복을 입고 햇살 아래 눈이 부신 듯 약간 찡그린 채로 씩 웃고 서 있구나! 나는 컴퓨터 모니터를 껴안을 듯이 다가간다. 가능하다면 모니터 안으로 헤엄쳐 들어가 사진 속의 아들에게 가고 싶구나.
 
아들이 태평양 건너 강원도의 어느 훈련소로 들어간 이래로, 나는 이따금 이유도 없이 긴 한숨을 들이쉬고 내쉰다. 한국에서 들려오는 훈련병, 현역병 관련 사고 소식은 나를 혼비 백산하게 만든다.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전방의 소식에도 나는 귀를 기울인다. 나는 가끔 혼이 빠진 사람처럼 멀거니 앉아있기도 하다. 그러다가 어쩌다 훈련소에서 공개하는 훈련병들의 사진이 새로 웹 카페에 올라왔을 때, 그 속에서 다행히 내 아들의 사진을 발견했을 때, 나는 혼자 컴퓨터 앞에 앉아서 “지홍아!”하고 외치고 만다. 빈집에 앉아서 혼자 소리를 지르는 나의 모습을 누군가 본다면 정신이상이라고 상상할지도 모르겠다.
 
나는 돌아본다. 아들을 초등학교에 입학시켰을 때, 나는 초등생의 엄마가 되었고,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에 아들이 입학 했을 때 아들을 따라 나도 학생의 엄마가 되었다. 아들이 군에 입대했을 때 나는 군인의 엄마가 되었다. 나는 자랑스런 대한민국 육군의 엄마가 되었다. 그런데, 여태까지 아들이 만들어 준 자리 중에 대한민국 육군의 엄마 자리가 가장 자랑스럽다. 아들을 군대에 보낸 사람들만 느낄 수 있는 이 뿌듯함.
 
내일은 아들이 5주간의 훈련을 마치고 훈련병 수료식을 하는 날. 수료식 후에는 가족 면회도 있다고 하는데, 미국에 있는 나는 훈련병 아들의 수료식도 볼 수가 없다. 남들이 엄마 품에 안길 때, 내가 가서 안아주지 못하는 것이 못내 미안하다. 그래도 나는 대한민국 육군 장병의 엄마답게 하늘을 보고 웃을 것이다.
 
장하디 장한 대한의 아들. 나는 너를 잘 교육시켜 대한민국으로 보냈다. 너는 대한민국을 지킬 것이고, 대한민국은 너를 품에 안아 지켜 줄 것이라 믿는다. 내가 너의 엄마인 것이 참 자랑스럽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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