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진맥 세상]방북 취재, 그 후 2년

이원영/논설위원.기획특집부장

10.4 남북공동선언 5주년을 맞아 통일토론회 참석 차 방북한 것이 딱 2년 전이다. 북한 당국이 중앙일보의 보수성향을 걱정한 탓인지 두 차례나 비자를 거부한 끝에 가까스로 방북단에 포함됐던 기억이 새롭다.

한국에서 반공교육을 받고 국방 의무를 마친 한국인으로서 첫 방북을 앞두고 긴장했던 감정도 상기된다. 평양 비행장에 내렸을 때 우뚝 세워진 김일성.김정일 대형 초상화를 보자 몸이 뻣뻣해졌다. 슬금슬금 눈치보며 비행기를 배경으로 첫 기념사진을 찍었다.

그처럼 경직됐던 마음이 하룻밤 자고 나면서부터 스르르 풀리기 시작한 신비로운 경험을 어찌 글로 설명할 수 있을까. 방북 이후 내 자신이 북한에 대해 너무 몰랐고, 경도된 인식을 갖고 있었음을 자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분단상황이 만들어낸 이데올로기 대결 탓에 남북이 서로를 포용하고 이해하기보다는 적대적으로 바라보는 인식이 모태신앙처럼 우리들 뇌리에 새겨져 있음도 깨달았다. 언론인으로서 북한에 대해 무관심하고 무지했다는 자괴감도 컸다. 많은 독자로부터 방북 전후 나의 글 주제가 많이 달라졌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건 언론인으로서의 반성과 깨달음의 소산일 것이다.



남북.통일 이슈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문제에 무관심하고 무지하다는 점도 알게 됐다. 북한에 대한 지식이나 뉴스는 한국매체들이 일방적으로 공급하는 것이 거의 전부다. 대부분은 북한을 방문하지도 않았고, 북한에서 발표하는 주장이나 뉴스를 잘 모른다. 이런 여건에서 형성된 북한에 대한 인식은 자신도 모르게 일방적인 시각에 갇힐 수 있다.

남북 이슈 중에서 가장 안타까운 것은 남북이 통일 로드맵으로 합의한 6.15, 10.4 공동선언의 내용을 알고 있는 한인들이 극소수에 불과하다는 현실이다. 두 선언이 나왔을 때 "통일은 이미 시작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지금은 아스라한 옛노래처럼 들린다.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남북 간의 약속들은 반드시 이행되어야 한다"고 말해 상당한 기대를 걸었지만 아직 별 조짐은 없다.

두 선언의 내용을 보면 남북이 이런 약속도 했었나 싶을 정도다.

6.15 선언은 통일문제는 '우리 민족끼리 자주적으로' 해결하며 남측의 연합제와 북측의 낮은 단계 연방제가 공통점이 있으니 그 방향으로 통일을 지향시켜 나간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낮은 단계의 연방제'는 북한이 주장해온 연방제라는 단어를 유지하려 그런 표현을 쓴 것이지, 정치.군사.외교권을 각 나라가 유지하는 것이어서 남측의 연합제와 사실상 같은 것이다.

10.4 선언에서는 상호존중, 내정 불간섭, 서해 평화수역 설치, 정전체제를 항구적 평화체제로 전환, 경제.사회.문화 교류 확대 등의 내용이 담겼다. 남북이 공존공영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방안에 대해 합의한 것이다. 이렇게 역사적인 남북 합의가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지고 있는 것이 지금의 서글픈 현실이다.

두 선언 어느 조항을 봐도 당장 단일국가로 통일하자는 내용은 없다. 성급하게 결혼(통일)하지 말고 충분히 연애(연합제)한 다음에 결정해도 늦지 않다는 지혜가 담겨 있다. 내용이 그러함에도 '통일 알레르기'가 만연해 있으니 답답하기 이를 데 없다.

10.4 선언 7주년을 맞아 북한의 고위급 3명이 깜짝 방남해 이날의 의미를 새삼 부각시켜 주면서 방북 후 2년의 시간이 주마등처럼 스친다. 곧 남북 고위급 회담이 열린다.

길을 새로 만드느라 만나고 다투는 지겨운 반복을 그만 하고 6.15, 10.4 선언이라는 '통일대로'로 성큼 나아가라.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