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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마당] 75년 된 아버지의 트로피…닦고 닦으며 눈물 짓는다

아버지날이 다가온다. 증손주를 본 내가 지금 아버지 생각이 간절하다. 우리 아버지는 운동선수셨다. 양정고 시절에는 육상 100미터는 맡아 놓고 1등을 하셨다. 고전(지금의 고려대) 때는 럭비 선수셨다. '1940년 6월 21일 경성럭비클럽'이라고 적힌 럭비공 트로피를 나는 지금도 보관하고 있다.

아버지는 아주 엄하셨다. 아침이면 일찍 일어나 출근하시는 아버지 구두를 깨끗이 닦아 놓아야 했다. 일하는 사람도 있는데 왜 내가 해야 하나 칭얼거리면서도 해야 했다.

하루는 아버지께서 많은 용돈을 주셨다. 나는 신이 나서 며칠만에 다 써버렸다. 일주일 후 "용돈 얼마나 남았냐?"고 물으시기에 다 쓰고 없다고 했더니 "네가 돈을 얼마나 절약하는지 보려고 했다"고 하셨다. 그후로 나는 그렇게 많은 돈을 만져본 적이 없다.

내가 결혼하고 시댁으로 가는 날 아버지는 현관까지 따라 나오시면서 평소와 달리 "너 정말 가니?"하셨다. 나는 주저없이 "예, 가요" 하며 딱잘라 대답했다. 지금 생각하니 얼마나 서운하셨을까 싶다.



유리장 속에 있는 아버지의 럭비공 트로피를 꺼내 옛날 아버지 구두보다 더 반짝반짝하게 닦는다. "그때 아버지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딸을 지금이라도 용서해 주세요"라는 마음으로 닦고 또 닦는다. 럭비공 속에 아버지의 얼굴이 떠오른다. 나는 조용히 "아버지"하고 불러 보았다.

수지 강 라구나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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