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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 참 평화는 어디서 오는가

김정국 골롬바노 신부 / 성 크리스토퍼성당

최근 한 인터넷 강좌에서 들은 거짓말에 대한 이야기가 생각난다. 사람은 갓난 아기 때부터 시작해서 하루에 보통 열 번 이상 이백 번까지 거짓말을 하고 산다고 했다.

물론 그 모두가 빨간 거짓말이라면 세상은 사기꾼으로 넘쳐나겠지만 다행히 거기서 지칭하는 거짓말은 넓은 의미로 하는 말이었다. 우리는 갓난 아기가 울어서 배고프거나 불편한 것을 해결하고, 부모나 주변의 보살핌을 얻어낸다는 것을 안다. 그런데 아기는 시간이 지나면서 차차 필요한 것을 얻기 위해 의도된 울음을 울기도 한다. 아무도 받아주지 않으면 스스로 그치지만, 자신의 아쉬운 것이 해결되는 것을 경험하면, 필요할 때 울면 해결된다는 것을 학습하게 된다. 이렇게 시작한 거짓 행동은 한 살, 두 살 먹으면서 더 고도화되고 원하는 것을 더 잘 얻어낼 줄 알게 된다. 열 살쯤 되면 상대의 눈치를 보아 맹랑할 정도로 수준급의 거짓말쟁이가 되고, 청소년기가 되면, 부모가 자신에게 원하는 것에 충실해서 자신에게 필요한 것은 어떻게 해서든 얻어내는 재간꾼이 된다. 이것은 자연스럽고 평범한 한 사람의 성장과정에서 일어나는 정상적인 일이다. 어찌 보면 사람이 성장해 가면서 생존을 위해 습득하는 방책이거나, 자아의 형성과 함께 자기 감정을 파악하고 생리적 필요를 채우기 위한 자연적인 현상일 것이다.

그럼에도, 나이를 먹으면서 더 성숙해져 가기를 기대하는데 성숙이 이런 것이라면 어떡하나 하는 은근한 걱정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살아가면서 느끼는 것이 우리 한국사람들은 다른 민족,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에 비해, 직감이 관계에서 더 중요하게 역할을 하는 것 같다. 매일 일상에서 맺는 모든 관계에서 구체적인 말로 솔직하게 의사를 말하기보다, 상대가 알아서 내 마음이 원하는 바를 알아서 헤아려 주기를 바라는 경향이 짙다. 이런 태도는 대인관계에서 무언의 직감 능력을 상대방에게 요구한다. 그래서 심리적 탐색과 시도를 해야 하는 고도로 복잡한 심리 상태를 만든다. 이 때문인지 우리는 관계에 부담을 느끼며 살아가게 된다. 그리고 지나칠 정도로 우리가 표현하는 말이 거짓이 없어야 한다는 잣대를 갖고 살아간다. 실제로는 거짓으로 피해를 주기까지 하면서 말이다. 과거처럼 체면과 의리라는 이념적, 윤리적 틀에 사로잡혀 표현해야 할 것도 입을 다무는 것이 미덕이던 시대는 지나갔다.

우리는 관계 안에서 진솔한 마음과 상대에 대한 관대함과 배려의 마음을 표현하는 말 한마디 건네는 것이 쉽지 않다. 때로 좀 과장 되었다 해도 "오늘 너무 멋지시네요" "전보다 아주 날씬해 보이세요" "당신 같은 분을 만나다니, 제가 참 행운아예요"라고 악의없이 던지는 인사말을 너무 입에 발린 낯 간지러운 소리로 생각할 필요는 없다. 꼭 들어맞는 말이 아니더라도 관계의 긴장을 풀기도 하고 상대방과 웃음을 나눌 수 있는, 관심을 표현하는 말이라면, 우리가 하게 되는 이런 하얀 거짓말은 '하얀'이란 수식어처럼 우리 삶을 더 희게 빛내주고 부드럽게 해주는 우리 삶의 흰색 꽃 장식이 아닐까.



banoki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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