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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흥주 칼럼] 중국 시진핑의 그릇된 한-중 역사관

중국 공산당의 시진핑 주석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한국은 사실상 중국의 일부였다”고 했다는 발언은 황당하기 그지없다. 그는 미·중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한국은 중국 일부였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때아닌 역사 논란에 불을 지피고 있다. 당시 시 주석으로부터 한반도 역사에 대해 ‘속성 과외’를 받은 트럼프 대통령도 이후 월스트리트 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이런 내용을 그대로 언급한 것으로 드러나 뒤늦게 비판의 표적이 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한국 역사 이해 부족과 시 주석의 패권주의적 시선이 어느 정도인지 명확히 드러났다.

당혹감과 놀라움에 앞서 우리의 엄혹한 현실을 새삼 직시하게 한다. 중국인의 의식 속에는 주변국을 속국으로 보는 경향이 강하지만, 중국공산당은 ‘마르크스·레닌주의 역사관’을 따르기 때문에 시 주석이 공개석상에서 이런 언급을 하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나라와 국권을 빼앗긴 36년간 일본 천황의 지배를 받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고구려 백제 신라 고려 조선이 “우리는 중국이다”라고 일체화한 적이 없다. 문화적으로도 전혀 달랐을 뿐 아니라, 고대엔 중화족과 동이족(한민족)은 서로 패권을 겨룬 적도 없고, 광개토대왕은 호태왕 즉 황제급이었다.

고려 때 원나라의 부마국으로 전락해 달로화치(총독)의 감찰을 받았지만 그건 몽골족이었지 중국이 아니었다. 과학적 사회주의라 자칭하는 중공주석 시진핑이 그런 망언을 했다면 시대착오적인 봉건적 잔재다. 마르크스·레닌주의 역사관에서 가장 배척하는 게 봉건제와 제국주의인데 좌파 노선을 강화해 온 시 주석이 중국 내부에서도 비판 받게 될 발언을 하진 안 했을 것 이라고 생각해 보고 싶다.

마르크스주의엔 국수주의나 민족 우월주의 따위는 없다. 하기야 스탈린은 소련 제국주의를 만들어 티토 같은 민족공산주의를 억압했다. 마오쩌둥도 늙막엔 신판 천자(天子) 행세를 했다. 그러나 그건 다 옛날 옛적 이야기다. 그런데 트럼프의 전언이 사실이든 아니든, 중국은 오래전부터 패권적 역사 왜곡에 공을 들여왔다.



고구려와 발해 역사를 중국사 일부로 편입시키려는 동북공정 등이 대표적 예다.

아울러 아직도 중국 지도부와 국민에게는 한국이 중국의 속국이었다는 인식이 강하다. 시진핑 주석의 이번 발언 또한 이런 국수주의적 역사관에서 비롯됐을 공산이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중국 최고 지도자의 역사관이 이래서야 주변국과의 외교관계가 제대로 정립되기는 힘들 수밖에 없다. 실제 시진핑 주석의 잘못된 역사관은 오늘날 한반도 정책 곳곳에서 단면을 드러내고 있다. 북핵 문제 등과 관련해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도 이런 인식에 바탕을 두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사드 배치를 둘러싼 보복 조치 역시 한국을 과거의 조공국 정도로 여기는 중화주의적 태도에서 비롯됐을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중국 최고 지도자의 패권적 역사 인식이 존속되는 한 한중 관계는 멀어질 수밖에 없고 한반도 문제도 더욱 꼬여갈 것이 자명하다. 우리가 아무리 강대국의 소용돌이 속에 있다 해도 주권국가의 정체성이 흔들려서는 안 될 일이다. 정부가 발언의 구체적 사실관계를 양국에 확인 중이라니 분명히 파악해 잘못된 게 있다면 바로잡기 바란다.

유흥주/한미자유연맹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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