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광장] 문학상과 상금
김영중/수필가
이 시대는 상을 만들어 주고받기가 유행처럼 퍼지고 있다. 생전 보도 듣도 못한 문학상이 수두룩하고 눈 밝은 사람들이 곧 알아차릴 수 있는 가볍게 쓴 글들이 수상자로 선정되어 신문 지면을 채우는가 하면 자신의 이력에 화려하게 장식하는 것을 흔히 보게 될 때, 석연치 않은 엉터리 문학상이라는 기분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문학상이란, 격려가 되고 책임감을 느끼고 더 잘 써야 한다는 생각을 들게 하는 것이다. 신인 시절을 벗어나 상을 받을 때는 중요한 작가로 새롭게 데뷔하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 그런데 좋은 글을 쓰겠다는 마음가짐보다는 마치 문학상에 재미 들려 상을 수집하는 사람처럼 능한 체세를 동원해 따낸 문학상의 수를 자랑하며 대가인 양 행세하는 문인을 볼 때 상에 대한 환멸을 느끼게 한다. 외로움과 고뇌 속에서 성장하는 문학은 가치가 있다. 오랜 절차탁마로 독자적인 문장을 얻는 글, 또 작가의 깊은 인생관과 세계관을 담고 있는 글, 읽는 이로 하여금 자신의 삶은 물론 주변 이웃의 삶을 돌아보게 하는 글, 작가의 남다른 고뇌와 실천이 담겨져 있는 글, 등을 나는 좋은 글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문학상에 자유로운 작가들은 자기만의 방에서 홀로 좋은 글, 향기로운 글, 감동을 주는 글을 쓰기 위해 열정을 쏟으며 성숙된 경지를 향해 오르고 있다.
글을 쓰는 문인에게는 작품 활동은 삶의 의미이며 에너지다. 열심히 글을 써서 내 생애에 작품을 남겼다는 내 삶의 흔적이 나를 지탱케 한 기쁨이 아니겠는가, 문인이 돈에 영혼을 팔았다, 양심 불량이다 하는 소리는 문학인으로 정직하지 않았고 새롭게 고뇌하지 않았고 자기 진실 안에서 자기의 문제를 쓰지 않고 문학에 충실하지 않으며 가볍게 써서 쉽게 발표하며 빠르게 이름을 알리려 했다는 뒷얘기들을 불러오는 결과가 아닌가 싶다.
살아가면서 지폐의 고독으로 좀 가난한들 크게 기죽을 일이겠는가, 앞서가는 사람을 비교하며 조급한 마음을 갖는 것보다 조금 느리더라도 멈추지 않고 열심히 글쓰기에 정진한다면 언젠가는 수상의 영광이 오지 않겠는가, 문인은 문학으로 인간과 사회의 존재를 지키는데 자부심과 사명감을 다한다면 결코 위대한 문학을 홀대할 수 없을 것이며 문인의 체면이 휴지처럼 구겨지는 불미스런 일은 재연되지 않으리라는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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