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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기고] 대북 관여 정책이라는 험로

스테판 해거드/UC샌디에이고 석좌교수

내 지론은 대북(對北) 관여(engagement) 정책이 미국과 한국에 주어진 유일한 선택이라는 것이다. 관여 정책을 선택해야 할 이유는 이상주의나 이타주의와 전혀 상관없다. 북한 정권은 혐오스럽다. 이 사실을 잊는다면 우리는 스스로 위험에 빠지게 된다. 대북 관여 정책은 순전히 한·미 양국의 이익을 위한 것이다. 나는 김씨 왕조가 머잖아 붕괴할 것이라는 징후를 볼 수 없다. 북한의 정권교체(regime change)는 정책이 아니다. 그저 희망사항일 뿐이다.

문 대통령은 남북 관계와 북핵 문제를 분리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한쪽의 진전은 다른 쪽의 진전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북한의 반응은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것이었다. 문 대통령은 본래 입장을 유지할 것인가, 아니면 바꿀 것인가. 문 대통령은 인도주의적 지원을 위한 민간단체의 대북 접촉을 허용했다. 민간단체가 북한을 지원하겠다면 이를 막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북한은 인도주의적인 지원마저 자신이 정하는 조건을 따라야 한다고 반응했다.

야비하게도 북한은 남북이산가족 상봉을 성사하려는 한국의 의지를 인질로 삼고 있다. 북한에 가족 상봉은 도덕적인 지상명령이 아니다. 이산가족 문제는 북한에 또 다른 전술적 수단일 뿐이다. 이번에도 북한은 중국에서 식당 종업원으로 일한 탈북여성 13명의 송환을 이산가족 상봉의 선결조건으로 내걸었다.

북한에 최고의 선물을 안겨 줄 수 있는 잠복 이슈가 있다.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이다. 북한은 그 어떤 양보도 하지 않고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을 재개해 돈줄을 확보하려고 할 것이다.



6·15 남북 공동선언 17주년 기념식에서 문 대통령은 사려 깊은 축사를 했다. 축사 내용을 보면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보다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관여 정책 쪽으로 기울었다. DJ 대북정책의 출발점은 북한의 도발을 용인하지 않는 것이었다. 딜레마가 있다. 문 대통령이 DJ의 공식을 따른다면 새 정부의 대북 정책 또한 놀랍도록 신뢰외교(Trustpolitik)와 비슷한 모습을 띠게 될 수 있다. 신뢰외교의 작은 이니셔티브들은 의미 있는 관계로 발전할 수 없었다.

이제 데니스 로드먼과 오토 웜비어가 남긴 교훈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로드먼은 방북할 때마다 미국에서 웃음거리가 됐다. 특히 2014년 방북 시 김정은에게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준 것은 당혹스러운 사건이었다. 하지만 자유로운 사회의 특질 중 하나는 사람들이 멍청한 말과 행동을 할 권리를 향유하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정치와 경제의 분리'라는 DJ의 혜안을 따를 필요가 있다. (DJ는 1차 남북정상회담에서 이 원칙을 위반했다.) 문재인 행정부는 단체와 개인의 방북을 지속적으로 자유화해야 할 것이다. 인도주의·사회·문화 차원의 활동을 추동하는 것은 정부가 아니라 시민사회여야 한다.

나는 이 아이디어를 천안함 폭침에 따른 대북제재를 해제하는 문제에 적용하고자 한다.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을 재개하게 되면 정부가 남북 경제 관계의 중심에 다시 놓이게 된다. 우리는 그렇게 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북한에 진출할 것인지 기업들이 결정할 때 기업들이 고려해야 할 것은 서울의 보장이 아니라 평양이 조성한 정책 환경이어야 한다.

오토 웜비어의 비극에 대해 한 가지 언급이 필요하다. 웜비어의 아버지가 인터뷰에서 한 말들이 미국에서 깊은 여운을 남겼다. 한국인들 또한 깊이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웜비어 가족이 겪은 슬픔은 남북 분단 상황과 닮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웜비어의 아버지는 아들의 석방에 대해 한 가지 오해를 하고 있었다.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을 위협했기 때문에 아들이 돌아온 게 아니었다. 그가 풀려난 것은 오슬로와 뉴욕에 외교채널을 신중하게 개설했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와 이명박 정부도 야심적인 북한 프로젝트를 약속했다.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기 전에 한국과 미국은 대북 채널을 열어야 한다. 채널을 열어야 북한 사람들이 바라는 게 뭔지 더 많이 알아낼 수 있다. 또한 한국이 바라는 게 무엇인지 북한에 직접 전달할 수 있다. 다시 강조하자면 대북 관여 정책은 이상주의나 이타주의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 이익을 바탕으로 하지 않는 대북 관여 정책은 아무런 성과를 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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