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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괴로움을 여의고 행복을 얻다

박 계 용 / 수필가

쉼터가 있다는 것은 복된 일이다. 더구나 심신이 피곤할 때 굳이 멀리 가지 않아도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나만의 장소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 비록 골방 한구석일지라도 홀로 안식을 취할 공간은 지친 영혼을 치유하는 자리다.

겨우 발짝을 떼어 놓을 수 있는 우리 집 작은 꽃밭은 나를 치유시키는 비밀정원이다. 때로는 일 년에 한두 번 집을 떠나기도 한다. 일상의 근심 걱정을 잠시 떼어놓고 휴가를 떠나는 아이딜와일드 산길은 굽이굽이 높아만 간다. 다람쥐와 산토끼가 귀를 쫑긋 세우고 돌아보는 오솔길에 개구리 한 마리가 엎디어 있다.

배닝시 샌하신토 산 중턱에 자리한 미주 금강선원은 청화 대종사께서 창건하신 수행도량이다. 성인 성(聖)자와 평안할 안(安)자를 써 성안산이라 명명한 깊은 산중에, 한국 사찰이 있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하다. 길가에 만발한 유도화 사이로 멀리서 바라보이는 일주문은 마치 고국의 어느 산중인 듯 평화로운 정경이었다. 석가탑과 부도, 대웅전과 단청을 한 종각 등 바다를 건너온 각종 유실수와 연지를 돌아보며 애쓰신 정성에 감탄이 절로 나오는 선원이다.

산에는 왜 왔을까? 불자가 아니어도 반기시며 대접해 주신 맑은 차 한 잔과 "편히 쉬었다 가시라"는 주지 스님의 한 말씀에 답이 있다. 어찌 날마다 좋은 날만 있을까. 세상사는 괴로움의 생성과 소멸, 구름이 일었다가 사라지고 다시 일어나듯 고통스러운 생로병사의 길이다. '범종루'라는 현판이 걸려있는 한국 전통양식 2층 누각으로 된 종각에 오른다. 세계는 물론 지옥 중생까지 이고득락(離苦得樂)을 발원하는 범종 소리가 울려 퍼진다. 숲속의 작은 성당 뜰에 세워진 하얀 십자가는 하느님의 자비를, 두 웅~ 여운이 널리 퍼져 나가는 산사의 종소리는 부처님의 자비를 일깨운다.



그늘에는 강아지들이 졸고 앵두와 오디가 빨갛게 익어가는 숲에는 사람뿐이 아니라 모기떼와 생쥐가 공존하고 있다. 모든 것에서 놓여나 자연의 품에 안기어 그저 편안한 마음으로 잠시 머물다 가는 것, 바람도 자고 풍경도 한가롭다. 그동안 잃어버렸던 자연을 마음껏 되찾고 누리고 가라시는 법정 스님의 말씀이 내 마음에 공명이 되어 울린다. 텅 빈 마음에 괴로움을 여의고 행복을 얻으라 하신다. 문득 산 이와 죽은 이 모두 생명이 살아서 움직이는 자연의 품에 안기는 순간이 평안임을 깨닫는다. 돌아가신 영혼을 위해 영가등을 올려드리고 전쟁의 위험에서 벗어나 평화를 주시길 합장한다.

한낮의 열기는 사라지고 밤공기가 싸한 고즈넉한 사위는 풀벌레 소리만 가득하다. 약초 캐러 가자더니 별을 따러 왔나 보다. 그믐밤 어둠 속에서 무수한 별들이 반짝인다. 온갖 번뇌에서 벗어나 자유로워지는 마음은 고요하다. 산사의 밤은 깊어만 가고 청옥 빛 아루나(새벽)의 투명한 찰나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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