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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건강 에세이] 이탈리아 화가 카라바조

미켈란젤로 메리시 다 카라바조(Michelangelo Merisi da Caravaggio, 1571-1610)는 밀라노 출신인데 로마를 중심으로 활약한 화가로 바로크 미술의 개척자로 알려졌다. 그는 빛과 어두움을 극명하게 대조시켜 입체감을 주는 동시에 음침함을 강조하여 대상이 마치 무대에서 조명을 받는 것 같은 효과를 내는 명암법(Tenebrism)을 그림에서 처음으로 사용한 화가로 유명하다.

또 반사회적이고 자유분방한 생활로도 유명한데 그의 일생은 예측할 수 없는 불같은 성격, 거침없는 신랄한 언사, 무절제한 폭력 사용으로 점철되어 있다. 일곱 번 씩이나 감옥을 드나들었고 여러 번 탈옥했으며 15번에 걸쳐 수사를 받았다. 가옥과 기물 파손, 불법 무기소지, 명예훼손, 살인의 전과가 있다.

그의 이름은 지명에서 유래한다. 아버지는 밀라노 있는 카라바조란 마을의 한 후작 가문에서 집사 겸 실내 장식사로 근무했는데 그가 6살 때 그 지방에서 만연한 흑사병으로 사망했다. 11살에는 어머니마저 별세하여 고아가 되어 밀라노에 이주했다. 거기서 그는 거리를 배회하는 깡패와 어울려 ‘희망이 없지만 두려움도 없다’라는 모토를 내세운 일단의 화가와 검객 무리에 합세했다. 전기 작가에 의하면 ‘성인이 되어 보인 문제 있는 행동은 어린 시절에 경험한 가족 상실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다. 그는 범죄행위를 피할 수 없었던 것 같다. 교회 지도자들, 교황, 몰타 기사단에 의해 환대를 받았어도 항상 기회를 망쳐버렸다. 피할 수 없는 운명이라고나 할까.’

십대 후반에는 무일푼이 되어 로마로 이주했는데 주로 화가들의 조수로 일했다. 화가들의 솜씨는 자기만 못했어도 먹고 살기 위해서 자긍심을 감추고 이곳저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1595년경이 되어서 미술상의 중계로 자기의 작품을 팔기 시작했다. 곧 그의 그림은 델 몬테 추기경의 눈에 들었고 그의 그림에 반한 추기경은 이 화가에게 자기 저택에 숙식을 제공하고 연금까지 마련해 주었다. 그는 그림을 빨리 그리고 두주일 안에 완성시키는 다작가로 알려졌다. 추기경의 보호아래 있으면서 40여 편의 그림을 그렸다. 당시 작품들 중 하나로 ‘바커스’(Bacchus, 1596)란 그림이 있다.

보통 그림에서 포도주의 신인 바커스는 강건한 육체를 지니고 자신만만한 로브를 걸친 이상적인 남성으로 묘사된다. 잘 익은 포도와 풍요한 수확을 상징하는 넘쳐흐르는 꿀로 장식되어 있다. 그러나 카라바조의 바커스는 세속적인 젊은이가 등장하는데 우울한 표정을 짓는다. 손톱 밑에는 때가 끼었으며 얼굴은 금방 술을 마셨는지 붉게 물들어 있고 눈이 약간 부었는데 손까지 붉어서 영양결핍이나 불결한 위생상태를 나타낸다. 머리를 장식한 과일은 익은 것과 함께 너무 익어 상하기 시작한 과일이 섞여 있으며 잎사귀에도 노랗게 변색해 마르기 시작한 것까지 있다. 손에 든 잔에는 포도주가 가득 담겨있는데 받침의 목이 가늘어서 쏟아질 것 같아 불안감은 자아낸다. 포도주에는 아직도 거품이 남아있어서 방금 떨린 손으로 잔에 따른 것 같다. 어깨에 걸친 옷은 금방 풀어헤칠 것 같은 자세여서 단정하지 않고 바로 무절제한 생활로 뛰어들 것 같은 태도를 취한다.
그림 속의 모델은 왼 손으로 포도주 잔을 들고 있다. 그래서 많은 미술 역사가들은 당시 카라바조가 돈이 없어서 모델을 쓰는 대신 앞에 경대를 놓고 자신을 모델로 해서 그림을 그렸다고 추측하고 있다.

하여간 이 그림은 카라바조가 알코올 사용 장애(Alcohol Use Disorder) 환자였음을 시사하고 있다.


정유석 (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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