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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TALK] 잊지 못할 경험

김동민 / 뉴욕클래시컬플레이어스 음악감독

필자가 10여 년 동안 유학했던 인디애나의 블루밍턴은 인디애나 대학교의 메인 캠퍼스가 위치한 곳으로 학교를 중심으로 세워진 전형적인 미 중부 캠퍼스 타운이다. 어쩌다 생기는 교통체증에도 자동차 경적을 울리거나 창문을 열고 삿대질을 하는 경우는 찾아볼 수 없다. 평화로운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은 대체로 밝고 어른들의 삶 또한 여유가 느껴지는 곳이다. 주도(州都)인 인디애나폴리스에 위치한 럭셔리한 공항은 지금은 인디애나의 자랑거리가 되었지만, 9년 전만 하더라도 시골 변두리 버스터미널 같은 정겨운 분위기가 느껴지는 곳이었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사람이 몰려 진땀 흘리며 체크인을 하는 일은 거의 없었고, 토론토로 가는 항공편이 유일한 국제선이었다.

옥수수 벌판이었던 시골에 바이올리니스트 조셉 긴골드, 첼리스트 야노스 스타커, 비올리스트 윌리엄 프림로즈, 피아니스트 조지 쉐박 등과 같은 거장들이 한 아파트 단지에 모여 살면서 음악대학을 일으켰다. 현재 인디애나 대학 제이콥스 음대는 70만 권의 장서와 17만 장의 음반을 보유한 세계 최대 규모의 음악도서관을 보유하고 있고, 메트 무대보다 크다는 오페라극장에서 매년 8편의 오페라가 열린다. 인구 8만 도시의 학생이거나 학교와 관련된 직업 종사자들이 대부분이지만, 은퇴 후 삶의 터전으로 자리를 잡은 사람들도 많다. 뚜렷한 사계절에 음악과 발레, 그리고 순수미술이 미국 내 최고 수준의 대학이라 문화적으로 풍요롭기 때문이다. 중요한 음악회가 있는 날은 학생들은 물론 지역 주민들로 연주회장이 꽉꽉 들어차고, 이들의 수준과 반응도 매우 높다.

뉴욕에서 한 명의 청중을 음악회로 더 오게 하기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다. 유명 음악가나 단체가 아닌 이상, 거액의 홍보 비용을 들인다고 해도 사람들의 주목을 끄는 것이 쉽지 않다. 요요마와 뉴욕필이 연주하는 공연이 데이비드 게펜홀에서 열리고, 그 옆 오페라극장에서는 도밍고와 플레밍이 노래한다. 맞은편 극장에서는 뉴욕 시티 발레의 지젤이 펼쳐지고, 카네기홀에서는 이미 한 달 전 매진된 키신의 독주회가 있다. 최근 브루클린의 한 극장의 초청으로 독주회를 열었던 지인은 연주 일주일 전 티켓 판매가 저조하다면서, 연주 당일 객석의 절반을 채우지 못하면 재정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극장 측의 이야기를 듣고 부랴부랴 지인들을 총동원했다고 한다. 과장되지 않은 뉴욕 음악계의 현실이다.

필자는 지난주 아칸소의 7개 지역 투어를 다녀왔다. 5개의 주립대학과 2개의 사립대학이 공동으로 초청했고, 낮에는 주로 현지 학생들을 지도하는 일을, 저녁에는 학생과 현지인들을 위한 음악회를 열었다. 아칸소의 주도 리틀 락과 월마트의 본부가 위치한 페옛빌을 제외하면 캠퍼스 중심의 작은 도시들이었는데, 현지 교수들의 설명대로 좋은 현악기 연주자 부족 현상이 뚜렷했다. 전공자 수도 적었고, 그나마 실력이 있는 학생들은 대도시로 전학을 간다고 말했다.



마지막 콘서트가 있었던 러셀빌(Russellville) 지역의 아칸소 공대에서 프로그램을 변경해 지휘자 없이 8명의 바이올리니스트가 연주하는 현대음악 한 곡을 포함시켰다. 이 곡을 듣기 위해 객석 앞줄 구석에 앉았는데 과연 청중들은 이 곡을 어떻게 듣고 있을지 궁금했다. 놀랍게도 모든 관객들은 한 음이라도 놓칠세라 처음 들어보는 신기한 음향의 현대음악에 빠져들어 있었다. 이어진 작품들의 연주까지 마치자 음악회장은 유명 연예인의 팬사인회를 방불케 하는 환호로 뒤덮였다. 뒤풀이 자리에서 동료 한 연주자는 생전 처음 겪는 열광적인 청중들의 반응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고 말했다. 보람을 뛰어넘는 무거운 책임감이 느껴졌다. 아칸소의 청중들에게 역시 잊지 못할 경험이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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