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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칼럼] 한인 경제가 힘들다는 이유

취재를 하는 과정에서 만나게 되는 많은 사람들과 얘기를 하다 보면 일견 모순과도 같은 상황을 발견하게 된다. 경제 뉴스에서 접하는 사실과 현실 경제 사이의 괴리 때문이다.

현재 미국 경제가 어떠냐고 물어보면 대다수의 경제학자들은 '좋다'고 말한다. 실제로 각종 지표를 보면 미국 경제는 호황이라고까지 말할 수 있을 정도다.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지난 18일 역사상 처음으로 2만3000선을 돌파했다. 이날 S&P500지수 역시 사상최고치를 기록했다.

기업들의 실적도 고공행진을 지속하고 있다. 지난 2분기 S&P500 기업의 EPS(주당순이익)는 전년 동기대비 무려 11.4%나 증가했으며, 19일까지 3분기 실적을 발표한 기업의 무려 82%가 월가의 예상을 뛰어넘었다. 이같은 실적 발표에 월가에서조차 어리둥절해 할 정도다.



각종 지표도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최근 발표된 미국인들의 경제신뢰지수는 역대 최고치를 보여주고 있으며, 내년 경기를 낙관적으로 내다보는 기업가 비율도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특히 부동산 경기는 과열을 걱정해야 할 정도로 뜨겁다. 지금 부동산 시장에서는 매물이 없어 주택 거래가 안 될 정도로 주택 시장은 달아올랐으며, 부동산 개발 시장은 건설인력을 구하지 못해 공사에 들어가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처럼 미국 경제가 회복된 모습을 보이면서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이하 연준)도 지난 2007년 경기침체 이후 처음으로 자산매각이라는 정책수단을 결정했다. 10년 만에 돈풀기 정책을 접고, 그동안 시장에 과도하게 풀린 자금 회수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연준은 이달부터 4조5000억 달러 규모의 자산운용 규모를 축소하기로 지난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결정했는데, 이달부터 국채의 경우 매달 60억 달러, MBS의 경우 매달 40억 달러씩 보유자산 규모를 줄이기로 했다. 이를 통해 보유자산 규모를 2조 달러에서 2조5000억 달러 정도로 줄일 계획이다. 즉, 시중에 나도는 자금을 2조~2조5000억 달러 줄이겠다는 것이다.이는 연준이 경기가 과열 양상으로 치닫는 것을 우려해서다.

전체적인 미국 경제는 이처럼 호조를 보이고 있지만 실제로 주변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경제가 어렵다고 한다. 특히 최근 3~4개월 사이에 더 어려워졌다고 한다. 미국 경제는 나아졌는데, 주변에서는 어렵다니 어리둥절하다. 때로는 각종 지표가 '잘못 계산됐나'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다.

이에 대해 나는 한인들의 경제 구조 탓에 이러한 괴리가 발생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곤 한다. 사실 미국 전체 경제를 놓고 보면 성장하고 있는 게 맞다. 전체적인 파이를 놓고 보면 꾸준히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큰 차이가 있다. 경제 성장을 이끄는 분야가 한인들이 주로 종사하는 경제와는 큰 관계가 없다. 현재 미국 경제를 이끄는 분야는 테크, 금융, 부동산, 의료 등의 분야다. 한인들이 깊이 연관된 분야라고 보기는 힘들다.

소매 분야도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정확하게는 온라인 소매 쪽이다. 반면, 한인들이 주로 종사하는 오프라인 소매 쪽은 역대 최악의 위기상황이다.

더욱이 소비행태 변화도 한인 경제를 힘들게 하고 있다. 패스트패션 트렌드는 일부 한인 의류업체에게는 기회를 줬지만 대부분의 의류업체들에게는 혹독한 시련을 안겨줬다. 패스트패션 트렌드는 세탁소, 코인론드리 등에도 영향을 줬다. 가격이 저렴하고 몇번 입지 않는 옷들이기에, 굳이 세탁소에 맡길 필요가 없고, 잘 세탁하지도 않는다. 그러다보니 세탁소나 코인론드리의 매출이 급감했다.

이처럼 한인들의 업종이 갈수록 규모가 감소하는 분야에 집중해 있다 보니 미국 경제가 누리는 호황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갈수록 힘들어지는 것이다.

시대의 흐름을 역행하고 잘 되기를 기대할 수는 없다. 이 때문에 기업가들은 항상 살아있는 정신으로 시대의 흐름을 확인하고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한때 지구를 호령했던 공룡도 기후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멸망했다. 트렌드를 따라잡지 못하면 결국 도태하고 마는 것은 냉정하지만 어쩔 수 없는 진리다. 시대의 흐름에 순응하고 이를 적극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한 때이다.


김현우 / 경제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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