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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치] 바른정당 붕괴, 민주당 책임도 크다
강찬호 / 한국 중앙일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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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중앙일보]    발행 2017/11/11 미주판 9면    기사입력 2017/11/10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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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바른정당 의원으로 새 출발 했던 3선 김영우는 석 달 뒤인 4월 12일 지역구(경기 포천-가평)에서 치러진 재·보선 결과에 경악했다. 포천시장에 자유한국당 후보가 압도적 1위로 당선됐고 바른정당 후보는 4위에 그친 것이다. 다시 한 달 뒤 치러진 대선도 끔찍했다. 자유한국당 후보 홍준표가 포천에서 전국 시·군·구 가운데 가장 높은 득표율을 기록했다. '안보 벨트'라는 경기도 북부에서 바른정당 브랜드가 씨알도 먹히지 않는 현실이 확인된 것이다. 자유한국당은 그때부터 "김영우는 투항 1순위"라고 외쳐댔다. 본인은 "그럴 일 없다"며 6개월을 버텼지만 결국은 손들고 말았다.

3선 황영철도 마찬가지다. 지역구(강원 홍천-철원-화천-양구-인제)가 역시 안보 벨트인 데다 강원도 자체가 군소 정당 후보의 무덤으로 악명 높은 곳이다. 자신만 바라보고 바른정당으로 옮겨 온 지방 의원 '동지'들이 "이대로 가면 내년 지방선거에서 다 죽는다"며 회군을 읍소하는 걸 버티기 힘들었다고 한다.

4선 강길부(울주) 같은 영남권 의원들의 압박감은 더욱 컸다. 4·12 재·보선에서 대구·경북(TK) 6개 지역을 자유한국당이 싹쓸이하자 그날부터 전의를 상실하기 시작했다. 특히 김재원이 경북 의성-군위-상주-청송 재·보선에서 압승한 건 악몽의 극치였다. 자신들이 탄핵한 박근혜의 심복에 몰표를 던진 TK의 '복수'에 온몸이 얼어붙었다.

일부 의원은 인물난을 탈당 명분으로 대기도 한다. 당내 유일 스타 유승민이 대선 후 '자강(自彊)'을 외치며 낮은 포복으로 일관하자 "미래가 안 보인다"는 이유로 당을 떠난 거다. 김용태가 그런 축에 속한다.

하지만 구차한 변명들이다. 지역주의와 이념의 벽 핑계를 대지만, 어차피 바른정당은 바로 그런 고질병을 고치겠다고 나선 당 아닌가. '웰빙 정당' 출신들의 허약 체질이 당 붕괴의 핵심 원인이다. 운동권 출신의 잡초성 정치인 하태경, 기업가 조부와 5선 의원 출신 아버지 덕분에 지역 기반이 단단한 김세연 정도만이 당에 남은 걸 봐도 알 수 있다.

아울러 반드시 짚고 넘어갈 게 집권당 더불어민주당의 바른정당 홀대다. 대선 전만 해도 문재인 후보는 '통합 정부' 구상에 열린 모습을 보였다. 그가 삼고초려 끝에 영입한 박영선은 "(당신의) 확장력이 약하니 집권하면 반드시 협치를 해야 한다"며 통합 정부 추진위원회 발족을 요구했다. 문재인은 흔쾌히 받아들이며 박영선에게 공동위원장 자리를 줬다. 그러자 박영선은 격전지 호남을 10번 넘게 찾아가 "문재인이 당선되면 광폭 협치에 나설 것"이라고 외쳤다. 이 말에 호남이 문재인으로 돌아서기 시작했다.

문재인은 집권 뒤 호남 출신을 여러 명 입각시키며 보은을 했다. 그러나 박영선이 요구한 '협치'는 그런 수준 정도가 아니었다. 바른정당처럼 탄핵에 찬성한 야당을 문재인 정부의 정책 결정에 참여시키는 게 핵심이었다. 그래야 지지층만큼 반대파도 많은 문재인 정부가 국정을 원만히 꾸려 갈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이 고언은 문재인 집권 후 철저히 무시됐다. 바른정당의 정강 정책을 들여다보면 자유한국당과는 다른 중도적 요소가 적잖다. 특히 유승민의 지론인 '중(中) 부담 중 복지'론은 증세와 복지 확대를 추진하는 민주당과 맞아떨어진다. 실제로 바른정당은 방송법과 규제프리존법 등 쟁점 법안에 절충안을 제시하며 민주당과의 정책 연대를 누차 제안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이런 제안을 걷어차며 바른정당을 '한국당 2중대'로 폄하하기 바빴다. 자연 바른정당 안에서는 한국당과의 재결합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결국 바른정당은 붕괴했다. 민주당에 이로울까. 아니다. 당장 한국당 몸집이 107석에서 116석으로 커지면서 국민의당(40석)의 몸값(캐스팅보트)만 올라갔다. 바른정당에서 6명만 더 탈당하면 한국당이 원내 1당으로 올라선다. 그러면 민주당은 국회의장직을 비롯해 원내 1당으로 누려 온 특혜를 대거 상실하게 된다.

거대 기득권 여야 양당이 정국을 쥐락펴락하던 시대는 지나가고 있다. 바른정당이 없어지고, 국민의당이 아무리 죽을 쑤더라도 이념과 지역으로부터 자유로운 중도정치를 희구하는 국민 수요는 사라지지 않는다. 보수 정당인 바른정당에 왜 20대 지지자가 많은가. 586으로 상징되는 민주당의 이념정치에 젊은 세대가 등을 돌리고 있다는 증표다.

민주당은 그런 시대의 대세를 인정하고, 타협의 리더십을 선제적으로 발휘해야 한다. 그러지 못하면 김명수 대법원장 인준 때처럼 자존심 내던지고 야당에 협조를 애걸했던 고행을 되풀이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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