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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 스토리] 광복절에 생각나는 미술작품 '나의 소원'

문소영 / 코리아중앙데일리 문화부장

서울 광화문 세종대왕상 같은 거대 위인 동상은 그 사회의 자부심과 주류적 가치를 나타내려는 의도가 있다. 그런데 거기에 마치 다른 영혼이 씐 듯이, 사회가 대하기 불편해하는 사람들의 이미지가 겹쳐지고 그들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면? 폴란드 출신 미술가 크지슈토프 보디츠코(74)는 그런 프로젝션 작업을 세계 각지에서 해 왔다. 뉴욕 링컨 동상에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참전군인의 얼굴이 덧씌워졌고, 벨기에 메헬렌 시청사에 이주노동자들의 불안한 눈동자가 영사됐다. 그리고 그들의 솔직한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보디츠코는 한국에서도 프로젝션 작업을 했다. 그 작품 '나의 소원'이 지금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 전시 중이다. 전시실에 백범기념관 김구 동상의 복제상이 설치돼 있다. 그 위에 탈북 예술가, 해고노동자, 귀화한 배우, 세월호 희생자 어머니, 태극기집회 참여자, 성소수자 등등의 이미지가 차례로 영사된다. 그들은 각자의 사연과 더 나은 사회에 대한 '나의 소원'을 이야기한다. 물론 '나의 소원'은 백범의 1947년 글 제목이기도 하다.

보디츠코는 번역된 '나의 소원'을 읽었다고 했다. 그가 백범이 강조한 '혈통적 민족'의 중요성에 동의했을지는 그의 평소 작품세계를 볼 때 미지수다. 그러나 한편 보디츠코는 백범이 말한 "자유의 나라" "사상과 신앙의 자유를 속박함이 없는 나라"라는 비전에 감동했다. 또 백범이 "문화의 힘"을 여러 번 강조하고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고 쓴 것에 주목했다. 보디츠코는 이렇게 말했다. "유토피아적이다. 유토피아는 수평선 같은 것이다. 늘 저 멀리 있지만 끊임없이 닿고자 노력해야 하는, 그럼으로써 전진하게 되는…."

하나 아쉬운 건 이 작품이 미술관 안에 있다는 것이다. 보디츠코는 원래 길거리 동상에 작업을 해 왔다. 그럼으로써 미술에 담 쌓은 사람도, 또 소수자의 목소리에 관심 없거나 심지어 싫어하던 사람도 발걸음 멈추고 그들을 바라보고 그 목소리를 듣게 했다. 하지만 이런 의문도 든다. 우리는 그럴 준비가 돼 있는가? 우리는 국교가 없는 대신 민족주의가 국교처럼 자리 잡았고, 위인 동상은 마치 민족주의 성상(聖像)처럼 되었다. 그런 성상에 정치적.인종적.성적 소수자가 빙의(憑依)해 불편한 이야기를 하는 걸 톨레랑스를 갖고 들을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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