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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한정판의 상술

10월의 마지막 주말 컴플렉스콘을 다녀왔다. 컴플렉스콘은 10대에서 30대까지의 젊은 남성들의 취향을 저격하는 잡지 컴플렉스가 주최하는 행사다. 한정판 의류와 신발을 파는 '마켓플레이스'와 가수들의 콘서트를 결합한 형태다. 아디다스와 나이키 등 유명 패션브랜드가 대거 참여했다.

토요일 10시에 입장을 할 때 조금 더 일찍 들어가고 싶어서 7시쯤 행사장 앞에 도착했다. 이미 내 앞에는 500여 명의 사람이 줄을 서있었다. 대부분은 행사장 앞에서 밤을 샌 것으로 보였다.

사람들의 열정은 대단했다. 줄을 서 있는 동안 옆에 있는 20대 초반 백인 남성과 이야기했다. 어머니와 함께 새크라멘토에서 운전을 해서 왔다고 한다. 앞에 있는 10대 남성은 조지아에서 왔다고 했고 내 뒤에 서있던 30대 흑인 남성은 뉴욕주에서 왔다고 말했다.

사람들이 멀리서부터 컴플렉스콘을 찾아온 이유는 명확했다. 어디에서도 살 수 없는 컴플렉스콘 독점 신발과 의류가 발매됐기 때문이다. 이런 소식은 인터넷을 통해서 삽시간에 퍼져나갔고 사람들이 밤새워 줄을 서게 만든 힘이 됐다. 최근 패션계에서는 '한정판 마케팅'이 대세다. 남들과 다른 특별한 옷과 신발을 사고 싶다는 사람들의 욕망을 노린 것이다.



한정판을 사기 위한 경쟁은 치열했다. 10시에 겨우 입장해서 의류브랜드 '언디피티드' 매장 앞에 줄을 섰다. 재앙에 가까운 선택이었다. 수백명의 사람이 몰려서 보안요원이 통제할 수 없는 지경에 이렀고 임시로 만든 언디피티드 전시장은 흔들려서 안전사고의 우려가 있었다. 결국 컴플렉스콘 독점발매 신발 '에어맥스97'의 발매는 취소되고 전시장은 임시폐쇄됐다.

노스캐롤라이나에서 와서 토요일 새벽 2시부터 줄을 섰다는 한 여성은 울상을 지었다. 아디다스의 전시장은 지나치게 사람들이 몰려서 '폭동'에 가까운 상황이 됐고 결국 폐쇄됐다.

전시장을 돌아다니다 보니 재미있는 현상이 보였다. 한정판을 발매하는 전시장에는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섰다. 하지만 한정판이 없는 곳은 사람들이 쳐다도 보지 않았다. 당연한 현상이다. 수량이 정해진 한정판은 갖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모자라면 자연스레 프리미엄이 붙는다. 한정판을 사는 것은 곧 돈을 버는 것이다. 12시간 이상 줄을 서서 겨우 신발 하나를 사냐고 한심하게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아디다스에서 발매했던 신발 'NERD NMD'의 경우 250달러가 정가였지만 인터넷에서 6000달러에 거래됐다. 한정판을 사고파는 이른바 '리셀마켓'은 이미 거대한 시장이 됐다.

토요일과 일요일 양일간 컴플렉스콘이 열린 롱비치컨벤션센터에는 무려 1만 4000명이 관람객이 몰렸다고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프리미엄이 얼마나 붙냐에 따라서 움직였다. 의류나 신발 같은 젊은이들의 관심사가 지나치게 '한정판'이라는 상술에 휘둘려서 '머니게임'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씁쓸한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15년 전부터 신발을 모아왔다는 한 관람객은 "이전에는 사고 싶은 신발은 조금만 발품을 팔면 구할 수 있었다"며 "하지만 이제는 엄청난 웃돈을 주고 사야하는 점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물론 비싼 표값을 내고 컴플렉스콘에 다녀온 나도 이런 머니게임에서 자유로울 순 없다. 6시간이 넘게 줄을 서서 겨우 산 옷이 정가의 3배에 가까운 가격에 거래되는 것을 보면서 미소지었다.


조원희 / 디지털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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