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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한은행 풀러턴 지점 인질극 이모저모] 한인업소 몰려있는 쇼핑몰 '공포의 4시간'

지점장 "범인 총갖고 있다" 다급한 전화
범인 "3·1절이라 범행…오늘 죽을 각오"

○…대치극이 4시간 가까이 이어지자 미처 대피하지 못한 수십 명의 한인들은 쇼핑몰에 들어선 가게 안에서 발만 동동 굴러야만 했다. 비치 스파에는 30명이 넘는 고객이 사건이 마무리되기만을 기다렸으며 다른 업소에서도 마찬가지 상황이 벌어졌다. 주방용품점인 코지 다운의 박정혜 매니저는 "가게 문 밖에 SWAT 요원들이 엎드려 은행을 향해 총을 겨누고 있었다"며 "겁이 난다"고 말했다.

○…한미은행 가든그로보 지점 일레인 정 지점장은 이날 오전 미셸 권 지점장과의 전화통화 이후 곧바로 새한은행 풀러턴 지점으로 향했다. 정 지점장은 "권 지점장에게 오전에 전화가 왔는데 김씨의 자료를 요청하더라"며 "전화 통화 말미에 '김씨가 총을 가지고 있다'고 말해 깜짝 놀라 다시 전활 했더니 받질 않아 걱정이 돼 왔다"고 설명했다.

○…사건이 발생한 몰에는 비치 스파 요코 돈가스 장모 설렁탕 풍경 카페 등 20여 개 한인 업소가 몰려 있고 인근 지역 콘도나 아파트에도 한인들이 많이 거주해 이번 사건에 대한 한인들의 충격은 그 어느 때보다 컸다. 지난 1996년부터 새한은행 건너편 콘도에 거주했던 한 한인 여성은 "16년 살면서 이런 일은 처음"이라며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새한은행 김동일 행장과 권 지점장의 전 직장인 한미은행 유재승 행장은 인질극이 벌어진 이후 각각 용의자 김씨와 통화를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권 지점장은 오전 11시15분쯤 김씨의 요구로 김 행장에게 전화했다. 당시 고객과 점심식사를 위해 은행을 나서던 김 행장에게 권 지점장은 범인의 요구에 따라 "911 앰뷸런스 전화해 주세요. 지금 인질로 잡혀 있어요"라고 다급하게 말했다. 권 지점장은 정오쯤 한미 유재승 행장과 통화했다. 범인은 유 행장에게 "내 세이프티박스에서 돈을 가져 간 범인을 잡아서 데려와라. 이 일을 세상에 알리고 싶다" "누가 내 돈을 가져갔는지 밝혀달라"고 말했다. 이에 유 행장은 "최대한 노력해 보겠다"며 불미스런 일을 벌이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씨는 또 유 행장에 "이렇게 되서 미안하다. 손성원 행장 때 일 아니냐. 내 지인 중에 당신과 이름이 똑같은 유재승이 있다. 미안하다"며 "내가 세이프티박스를 마지막으로 연 날이 광복절이었다. 오늘은 삼일절이라 일을 벌였다. 난 오늘 죽을 각오가 돼 있다"고 말했다.



○…양 은행 측은 행장들이 범인과 통화한 이후 인질극 상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하며 초긴장 상태에 돌입했다. 범인은 한미은행 측에 자신의 주장을 거듭 얘기하며 장시간 통화를 했다. 이 사이 은행들은 LAPD FBI 등과 긴밀히 협조하는 한편 은행들끼리도 통화를 계속했다. 새한 측은 지점에 설치된 CCTV 화면을 본점에서 지켜보며 상황을 주시했으며 현장 모습을 스피커폰을 통해 한미 측과 공유했다. 숨가쁜 인질극이 끝나고 권 지점장이 무사히 빠져나오자 양 은행 관계자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권 지점장은 위급한 순간에도 침착한 모습을 잃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양 은행 관계자들은 "권 지점장이 범인을 흥분시키지 않으려 많은 노력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CCTV 영상만으로는 위급함이 느껴지지 않았을 정도란 것이다. 은행 측 관계자들은 CCTV를 통해 지점장 자리에 범인이 앉아 있고 맞은편 자리에 지점장이 앉아 있는 모습이 보이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의 용의자인 김모씨는 평소 성실한 이미지에 조용한 성격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와 같은 건물에서 근무하는 한 한인은 김씨에 대해 "조용한 사람이었다"라며 "고객들에게 잘했고 열심히 일하는 사람으로 기억한다"고 전했다. 김씨는 부인이랑 딸과 함께 살고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박상우·김정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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